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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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로 그린 자화상>의 1집이다.

1930년대 부터 1950년대, 전쟁중 혼란기 속의 성장기를 그린 작가의 자전소설이다.

아니, 그의 성장기를 통한 역사소설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일제치하의 생활상, 그리고 해방기의 혼란, 전쟁, 피난 생활 ,이데올로기의 갈등, 전쟁으로 인한 서민의 희노애락, 혼란기 속에서 살아남기위한 민간인들의 생존기, 와중에 드러나는 인간의 나약함, 본성, 이기심등….

그러나 그런 중에서도 지키려는 인간의 양심. 사랑. 가족애.

무엇 보다도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1940년대에서 1950년대로 들어서기까지의 사회상, 풍속, 인심 등은 이미 자료로서 정형화된 것보다 자상하고 진실된 인간적인 증언을 하고자 내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다는 걸 덧붙이고 싶다. (작가의 말)


양반가족임을 내세우는 뼛속깊이 가부장적인 반남박씨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작가는, 할아버지의 양방문에 의한 생약 한약으로 다스린 고집 덕분에 아버지를 일찍 잃었지만 또한 의지가 강한 어머니 덕분에 서울로 나가 신교육을 받게 된다.

처음 서울의 변두리에서 시작된 그들 가족의 삶을 통해서 그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볼수있는건 마치 영상을 보듯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숙부 숙모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작가는 오히려 그런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벗어나기를 원했고, 친구들과 함께보다는 혼자가 편했던 그 성격은 아마도 '작가의 기질' 때문이 아니었을까?

"말세의 징후가 비죽거리고 있었다. 나하고 동갑내기를 멀리 시집보낸 소꿉동무 엄마가 나를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내 나이에 시집을 가다니. 그때 나는 겨우 열네 살이었다. 그러나 시골에선 조혼이 유행이었다. 극도의 식냥난으로 딸 가진 집에선 한 식구라도 덜고 싶은데 정신대 문제까지 겹치니 하루빨리 치우는 게 수었고, 아들 가진 집에선 병정 내보내기 전에 손이라도 받아 놓고 싶어 했으니까."p. 179)

끝까지 창씨개명에 거부한 오빠의 의지는 엄마의 외곬스럽다할수 있는 성격을 닮아서 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망하자 작가의 집안은 친일파로 몰리어 동네 청년들에게 분풀이를 당하고 금쪽 같던 할아버지의 문패까지 패대기 쳐진다.


이 책의 제목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서울의 변두리 동네 '현저동'에서 살때 아이들이 아카시아 꽃을 송이째 들고 먹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먹다가 그 비릿하고 들척지근한 맛 때문에 헛구역질을 하면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고 싶어 고향 박적골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싱아를 찾으면서 하는 말이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새콤달콤한 맛이라고 표현한 싱아가 무엇인지 나는 모르지만 '싱아'는 결국 고향 '박적골의 추억'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런 추억과, 또 싫었지만 그런 서울의 생활. 그것도 역시 박완서를 대 작가로 만드는 밑거름이 된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이 책은 작가의 성장기라는 의미보다는 우리나라의 '역사증언'이라는 의미가 더 깊을것 같다.

그런 이유로 누구나 한 번 쯤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자화상 2 권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다.

나는 아쉽게도 2권을 먼저 읽게 되었지만 2권에서는 작가가 스무살 이 되는 1951년부터 1953년 결혼하는 때까지의 시대상과 작가 개인의 삶속에서 이념전쟁과 그 속에서의 갈등, 공포등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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