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 죽음, 삶에 답하다
김봉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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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그에게 대답을 건넨다. 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대답을 건네기 전에 우리에게는 망설임이 있다. ‘이 관계를 시작해도 되나’의 망설임이다. 나는 상대를 알지 못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중략- 내가 상대에 대해 미리 소개를 받았다면 일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p.340)

마찬가지로 종교가 그렇다고 작가는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교’란, 반드시 형이상학적인 종교뿐 아니라 세속주의, 과학주의를 포함한다.

“종교가 나에게 말을 건다. 우연히 만난 하나의 문장으로, 우연히 만난 한 사람을 통해, 잠들지 못하고 깨어난 불면의 밤에, 견디는 삶에 지쳤을 때, 잊고 있었던 죽음을 맞이할 때, 이렇게 사는 것이 전부인가라는 질문으로, 우연히 들어간 성당의 경건함에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질 때 종교가 말을 걸어온다.” (p.341)

그럴 때 그저 외면하지 말고 대답을 건네길, 종교와 대화를 시작하길, 그 순간을 삶에 소중한 인연을 만난 때로 기억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는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종교 사용 설명서”라고 이름 붙인다.

참으로 명료하게도 정리된 종교 설명서다.

기우제로부터 시작하여 대표적인 네 개의 종교(세속주의, 과학주의, 명상 종교, 계시종교)에 대해서, 또 ‘다원주의’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각각의 그에 대한 비판과 반론까지 언급한다.




1. 세속 주의 ;

▷죽음을 무시하고 오늘을 소중히 여기는 것.

▷좋은 환경을 만들어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성공을 추구하는 그들은 ‘성실한 개척자’다

▷모두가 성공을 위해 달리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정글과 같은 사회가 될 위험이 있다.

2. 과학주의 ;

▷인간을 단지 육체로 규정하고 죽음을 소멸로 받아들이는 것.

▷나는 먼지이기에 겸손하다

▷인간은 DNA를 지키는 그릇이다. 이기적인 유전자. 세상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나는 우주에서 단 한 번만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특별하다. 삶은 순간이기에 소중하다. 삶은 불꽃이다. 고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해서 그들은 ‘자유로운 여행자’다.

▷그들은 자칫 ‘이기심’에 빠질 위험이 있다.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삶의 존엄성이 흔들린다.)

▷원하는 삶을 선택할 때에 충분한 명상이 필요하다.

3. 명상 종교 ; (불교, 힌두교)

▷인간을 정신으로 규정하고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진정한 나로 남아 있다는 것. (자유의지, 자의식, 도덕성, 사랑 등 육체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은 소멸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마도 첫 번째 우주가 아니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는 여러 우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진정한 나, 내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을 찾아서 떠나는 구도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4. 계시 종교 ; (기독교, 이슬람교)

▷인간을 영혼으로 규정하고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진정한 나로 생각하는 것.

▷인격은 육체로부터 형성되지 않았다. 육체 속에 담긴 무엇이다. 이것이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이것이 곧 ‘영혼’이다.

▷우리가 인격적인 존재라는 것 자체가 우리를 만든 인격체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된다. 최초의 인격, 즉 모든 인격을 만든 아버지를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생존의 욕망보다 ‘존재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나의 종교를 돌아보니 참으로 우왕좌왕하며 떠돌아다니는 종교였다. <움직이는 성/박완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움직이지 말아야 할 성이 늘 움직이고 있었던 거다. 내가 바로 유랑민 근성일까?

“평소에는 세속 주의자이다. 그래서 죽음을 무시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종교에 대해서 논쟁할 때는 과학주의자가 된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장례식장에서는 계시종교를 믿는다.

돌아가신 고인이 지금 좋은 곳에 가셔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고 말이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명상 종교를 믿는다.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렇지 않은 사람을 향해 비판한다. (p.43)

이 말은 나의 종교를 정확하게 꼬집는 같아서 가슴 한 쪽이 움찔해진다.

어쨌거나 명목상 지금 나의 종교는 계시종교인 기독교다. 세상으로부터 ‘개독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책의 설득력 있는 설명은 부패한 종교, 폭력적 종교,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한 오해를 풀기에 충분했다. 나의 종교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종교란 소원을 이루어주는 램프의 요정이 아니다. 거짓 희망을 파는 곳이 아니다. 죽음에 질문을 던져 삶에 답을 얻는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깨달음을 찾고 사랑을 추구하며 바르게 살아가는 삶을 권면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증명되기보다 발견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나의 인식론 안에서 하나님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내 인식론 자체를 넓혀야 한다.

‘자기중심성’은 자만이다, 이기다, 이것이 곧 ‘죄’다. 지옥이다.

천국은 내가 하나님을 통해 완전해지는 공간이다.

영혼 구원을 믿는 것은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진정한 나’를 하나님을 통해서 깨어나게 하는 일이며 내가 진정한 내가 되어 살아가는 길이 라고 믿는 것이다

구원은 죽음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죽어 있던 영혼이 다시 살아나는 것, 내가 현상적인 나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나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구원이 실제화되는 공간이 ‘기도(믿음, 정직, 경청, 순종)’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종교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죽음에 대한 나의 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나의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종교를 가진 사람이건, 현재 안 가진 사람이건 언젠가 종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를 대비 해서 꼭 한 번 읽어봐야 될 책이라고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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