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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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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에게서 온 편지>라는 제목에서 나는 ‘어린왕자의 뒷이야기’, 혹은 ‘어린왕자 시리즈’쯤으로 알고 이 책을 선택했다.
내 짐작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이건 번역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 이정서의 번역이야기, 혹은 기 출판된 이정서의 번역물, 이를태면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등에 대한 해명 이었다.
또 키워드분류를 하자면 <카뮈로부처 온 편지>와 같은 메타소설이다. 이런류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지라 인터넷검색을 해 봤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메타소설이란, 기존의 소설 양식에 ‘반(反)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20세기 소설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 즉, 소설 속에 소설 제작의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것인데, 메타소설은 이처럼 소설 창작의 실제를 통하여 소설의 이론을 탐구하는 자의식적 경향의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는 소설의 낡은 관습을 파괴하고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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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출판사 대표인 작가 자신을 화자로 설정하고 ‘소담’이라는 편집자와의 네이트온을 통한 대화 방식으로 ‘어린왕자’를 번역하는 과정을 엮는 것이다. 어린왕자의 기존 번역물들을 주제로 하면서 동시에 다른 번역물까지도 포함한 지적과 반론을 펼친 것이다.
이마주image와 데생dessin의 차이, picture와 drawing의 차이, vous와 tu의 차이, 특히 봉주흐Bonjour와 봉수와Bonsoir의 차이 등. 수 많은 예들이 언급되는데 그 미묘한 차이는 엄청나게 다른 뜻으로 번역된다는 것이다.
그 모든 디테일한 설명이 나에게 약간은 지루하기도 하고 어려웠다.
불어와 영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에게 그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 직역과 의역에 대한 논란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었는데 직역이 아닌 의역은 왜곡을 낳는다는 우려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작가의 서술 구조를 지켜 직역하려 애쓰지 않으면, 정말 작가가 고민해 만든 멋진 문장을 촌스럽고 유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 테다.
문학예술은 단지 스토리만을 옮긴다고 해서 원래의 감동이 전달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p.255
‘의역’이라는 이름으로 왜곡시키고 있는게 우리 번역의 현실이고, 또 그것을 옹호하고 있는 게 평론가이며 언론이기도 한 것입이다. -중략- 냉정히 살피면 우리의 고전 소설 번역은 이처럼 아주 조금씩 원래 의미와는 다르게 번역되어 있는 것이 많습니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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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안 사실이지만 작가 이정서는 기존의 수많은 번역본들의 오류를 짚으며 <이방인>을 새롭게 번역하여 큰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해서 나도 이정서번역의 <이방인>을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다.
어쨌든, 그 어려운 번역의 세계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고 출판계의 살벌한 현실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것 같다.
특히 번역자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 운 것은 책 좀 읽는다고 자부했던 나에게 꼭 필요한 일 이었다. 솔직히 그동안 나는 옮긴이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 했었다. 오로지 저자만 중요하게 생각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의 말대로 번역이 결코 거기서 거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번역은 다 그게 그걸 거라는 오해도 많이 한다.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역자에 따라 작
품은 천차만별이 된다. 어떤 것은 원작과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p.214
지금 이 후로는 책을 선택 할 때 반드시 번역자를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책꽂이에 있던 소담 출판사의 <어린왕자>를 다시 꺼내서 대조 해 가면서 읽었다. 과연 이 책이 훨씬 더 쉽게 다가오고 매끄럽게 읽혀졌다.
책을 읽기 전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지만 기대 하지 않았던 또 다른 상식과 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그 보다 더 큰 소득이고 유익한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나 같이 번역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책을 선택했던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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