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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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에 이끌렸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과 조선의 운명이 어떻게 연관될까? 하는 궁금함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다.

 

조선 22대 왕 정조시대이야기다.

유교가 조선의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하던 때, 노론이 기득권을 행사할 때, 권일선을 교주로한 서학, 천주교가 들어온다. 공서파의 탄압은 거셌다. 신해년 시월 서학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정조를 비롯한 정약용등 서학파들의 고뇌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역질보다 무서운 서학!”

순교당한 서학자들로 인해 나라에는 향기가 없어진다. 그들의 원혼이 향기를 뺏어간 것이다.

어미의 죽음을 생생하게 바라본 도향과 그의 오라비 도몽, 누이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모두 파내버리고 불태워지는 모습을 봐야했던 창덕궁 내의원 김혁수, 의금부 지하감옥에서 한쪽 눈을 잃고 탈옥한 어짐창 김순, 사도세자의 익위자 박해무, 여령 이하임, 배손학, 박해우 등은 초라니패를 만들어 춤추고 노래하며 세상을 향한 복수를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불을 다루는 도향에 의해 모두 목숨을 잃는다. 아니, 도향의 살인적인 가야금 음계, ‘변음’에 의해서인지 불에 의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서역에서는 변음이 연주되면 죽은 자들이 돌아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죽은 자의 권리로 산 자의 영혼을 수확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p.390

<최후의 만찬>이라는 다빈치의 그림에서 예수의 오른쪽 세 번째 인물이 장영실이라고 설정한다. 과학으로 대동사회를 꿈꾸던 사람,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은 장영실 외에도 많이 거론된다. 그들은 ‘조선은 적그리스도로부터 세상을 구할 위도에 자리잡고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장영실은 <최후의 만찬>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사옵니다. 생명으로 꿈틀대는 조선의 향기를 점지하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났사옵니다”

작가는 정조와 그 우측, 여섯명 의 신하들, 그리고 좌측, 여섯 명의 초라니패, 총 열세명의 표정에서 <최후의 만찬> 그림속의 열세명의 얼굴을 겹쳐놓는다. 정조의 운명과 예수의 운명. 시해와 역심과 반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그들.

어쨌든 임금은 화해를 원했다.

“말 속에 임금의 뜻과 바람은 단순하면서도 면밀해 보였다. 서학의 용서가 아닌 화해를 임금은 구하는 것 같았다. 미움을 허물고 용기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적개심을 끊어내고 화합을 구상하는 것 같았다.”p.386

 

 

 

"팩트와 허구가 혼재된 서사에서 소설의 정체성은 ‘허구’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p.438

“이소설은 일반 역사소설의 문법과는 달리 그래서 어렵고 난해하다. 일면 어수선하기까지 하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주제가 애매모호하게 보이기도 한다.” p.431

이 책의 심사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우리 문학에서 오래간 만에 만나는 품격 높은 새로운 역사소설이 탄생 했다는 사실에 모두 부목했다. 이 작가가 오랜 절차탁마를 거친, 깊은 내공의 소유자라는 것은 이런 고도로 절제된 시적 문장에서도 잘 드러난다.”라고 심사위원들은 말한다

“죽은 자의 영혼이 물고기를 거느리고 서쪽 하늘 멀리 느리게 흘러갔다. 노을은 멍든 세상을 감추고 먼 곳의 어둠을 불러와 땅 위에 꽂았다. 따순 온기가 밀려올 때 능선 위로 별이 하나둘 떠올랐다.”

 

 

난해했다. 시인지 소설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은유가 많았고 환상적이며, 같은 내용의 반복이 잦았다.

무수한 역사적 인물들, 궁중연향에 나오는 장악원들의 무수한 음악 곡의 이름들, 환상적인 구성들, 거의 반 이상 차지했을 것 같은 은유적인 묘사들……. 그리고 에필로그에는 죽은자들의 세계를 그렸다.

암울한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 무엇이 그 시대를 그토록 암울하게 만들었을까?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는 사회, 그 하나면 그 많은 비극들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을…. 결국 비극도 희극도 인간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교’ 그것이 과연 신께서 원하시는 걸까? 결국 그 순교로 인해서 더 많은 악이 파생된 것 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의 역사적인 악의 뿌리는 종교전쟁이었다. 인간끼리 서로 코끼리 만지는 장님들이 되어서 자기 중심적인 시각으로 남을 재단 하는 것. 그것이 태초부터 인간이 이끌어온 세상인 듯 하다. 과연 신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말이다.

읽는 내내 꿈꾸는 듯 아련하고 현란하고 암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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