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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평점 :


해나무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신간으로 「해부학자의 세계」 라는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책 표지를 보면 너무나 예쁜 꽃그림과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그로데스크한 해골의 모습의 조화로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체의 지식을 향한 5000년의 여정을 다룬 책으로 의학의 기틀을 세운 해부학 책 150여 권을 망라하고 있고 희귀 도판 240여 컷의 그림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부터 르네상스 시대와 근대를 지나 21세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의학적 이해와 예술적 기법, 그리고 사회 변화의 역사가 담겨있다고 되어 있네요.
많은 세밀한 삽화와 함께 해부학자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여정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중2 2학기 과학시간에는 인체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소화계, 순환계 정도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웹툰 작가가 꿈인 아이가 인체 해부학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것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의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의사가 꿈인 학생분들도 이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세특을 독서로 채우는 것도 많이 하더라고요.

콜린 솔터 작가님은 대중 교양서 전문 작가로 영국 에든버러에 거주 중이며 과학, 자연사, 역사 전기, 대중음악 등 각각의 분야가 현재 이 자리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그 역사를 파고드는 작업에 매료된 분이시라고 하네요.


저자는 책이 집필된 시대의 지식수준에 맞춰 진리를 기록하고 있고 지식은 확장하고 문화는 진화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정 주제의 서적을 출판 시기에 따라 차례대로 훑으면 그 변천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그 책들을 한데 모으면 지금까지 지식이 발전한 사회적, 과학적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고 하네요.
해부학은 수천 년 전 기록이 남아 있는 아주 오래된 과학이고 이 책에는 고대 이집트의 전쟁 중 상처 처치법을 설명한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로 시작해 21세기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근골격계 MRI」의 최신판, 오랫동안 사회가 해부학을 둘러싼 미신과 불신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아동서 「인체 해부학 및 생리학 컬러링북」까지 많은 책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차례를 보시면 1장부터 6장까지의 내용과 해부학의 미래, 도서 목록, 그림 출처, 찾아보기 순서로 되어있습니다.
1장 고대 세계의 해부학에서는 기원전 3000 ~ 기원후 1300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해부학 기록은 고대 이집트와 파피루스라고 합니다. 5000년 전 문헌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는 머리 외상을 포함해 각종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군용 안내서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미국 골동품 전문가의 이름을 딴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라고 부르는데 주술이나 미신이 아닌 관찰과 실습에 기반을 둔 치료 중심의 철저한 실용서란 점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소수의 의학 관련 파피루스 중에서도 독보적이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5세기 피타고라스의 제자로 추정되는 실체 없는 인물로 크로톤의 알크마이온은 인간의 해부 구조를 대신해 동물을 해부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하네요. 시신경, 그리고 중이의 일부인 유스타키오관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주로 감각기관을 연구했고, 그 결과 이 기관들이 뇌와 연관되었다고 추론했다고 하네요. 알크마이온이 처음으로 인간을 해부해 최초의 해부학 논문 「자연에 관하여」를 썼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경험은 학습의 시작'이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직접 눈으로 확인한 증거만 신뢰한다는 원칙은 역사상 모든 해부학 발전의 기본이 되었다고 하네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가장 잘 알려진 문장은 '나는 모든 의도적인 잘못과 해악을 삼갈 것이다'지만 '결석 환자가 오더라도 칼을 직접 들지 않고 이일의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고 하네요. 이 시기에 이미 내과의와 외과의를 구분하고 있었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 였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촉진, 시진, 청진 시스템을 개발했고 또한 비록 절개는 타인에게 맡겼지만 실용적인 해부학 지식을 '의학 담론의 기초'라고 부르며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목으로 여겼다고 하네요.
히포크라테스가 의료 윤리와 진찰법을 남겼지만 모든 의학 분야에 내려준 가장 큰 선물은 건강을 종교로부터 분리하려는 고집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옛날에 병에 걸리면 신이 내린 것이라 여기고 사원에서 신을 달래는 의식을 치료에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들 하니까요.


이 밖에도 1장에서는 의학사의 숨은 영웅인 알라지, 전통 의학을 집대성한 이븐시나, 이슬람 황금시대의 마지막 해부학자인 이븐 알나피스, 서유럽의 부활과 대학설립, 페데리코 2세의 탐구정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2장 중세의 해부학은 1301 ~ 1500 년대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철학적인 것에서 과학으로 가뀌어 가는 시기로 인쇄술의 출현으로 복제가 편리해졌고 삽화도 판화로 넣을 수 잇는 기능이 생겨서 「인체의 해부」의 초기 판본에는 글만 들어갔지만 이후 15년에 걸쳐 삽화가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삽화는 피부를 벗겼을 때 드러나는 속사정을 생생학 보여주고 있다고 하네요.
해부학 삽화의 선구자, 귀도 다 비제바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인리히7세의 궁정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교황파의 표적이 되어 프랑스로 도주했고 실력을 인정받아 부르고뉴의 잔 그리고 프랑스 군주 필리프 6세의 주치의가 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귀도는 십자군에 출정하는 왕을 보필하기 위한 의료 안내서인 「건강 편람」을 편찬했고 이 책은 지중해 동부의 기후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과 십자군 지도자에게 닥칠 위험에 특히 주목했다고 하는데요. 독살 위협에 대비한 해독법을 다루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말 겁이 없는 사람인데 치명적인 투구꽃을 먹은 애벌레가 죽지 않고 멀쩡한 것을 보고, 그 식물의 뿌리로 스스로 중독된 다음 그 유충을 갈아서 먹었는데 죽지 않고 살아남아 「건강 편람」은 물론이고 「필리프7세를 위한 해부학」을 추가했다고 하네요.
책에는 필리프 7세를 위한 해부학에 기록된 그림들이 여러개 실려있는데 해부의 첫 절개를 시도하는 그림이라던지 망치와 메스로 시체의 두개골을 여는 두개개구술을 실행하는 그림등 실제 책에 기록된 희귀 해부 그림들이 실려져있어서 흥미진진 햇습니다.
그 외에도 시신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알레산드로 아킬리니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데요.
몬디노의 「인체의 해부」가 출판된 직후 볼로냐에서 학업을 시작해 졸업 후 볼로냐대에서 가르치면서 내이의 망치뼈와 모루뼈를 비롯해 여러 골격 부위를 발견한 사람으로 제가 귀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부분에 호기심이 많은데요. 내이 속 뼈들의 두께가 두꺼우면 소리의 진동음이 전달이 잘 안되어 청력이 약하게 들리고 그로인해 이들 뼈를 인공뼈로 갈아끼우는 수술을 받아야 했답니다. 대학병원에 따라 그 조치가 다른데 실력이 없는 의사의 경우는 보청기를 끼라고 하고 이부분에 대한 스킬이 충분한 명의의 경우 인공뼈로 갈아끼워주는 수술을 해주시죠.^^
그런데 이 뼈들을 발견한 사람이 알레산드로 아킬리니라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1463년부터 1512년대에 살았던 인물이 발견했다니 대단하다고 생각들었답니다. 아킬리니는 허세나 야망이 없는 겸손한 인물이었다고 하네요. '아첨이나 배신 같은 것은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묘사한 작가도 있다고 하니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일과 결혼한 사람으로 평생 독신이었고 그가 쓴 글을 모은 「인체의 해부 구조」는 1516년 베네치아에서 인쇄한 것으로 「해부학 노트」는 남동생 조반니 필로테오가 1520년에 볼로냐에서 출판한 것이라고 하네요.




3장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해부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1501 ~ 1600년대의 내용입니다.
「인체 해부 입문서」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데 두피를 벗겨내자 뇌실이 두단계로 나타나고 인간 골격의 뒷모습인 해골이 양손에 들고있는 두개골을 위에서 본 모습과 옆에서 본 모습을 추가로 보여주는 그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베렌가리오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이 수행한 수백 번의 해부에 기초해 쓴 책으로 다른 사람의 책에 나온 지해를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시각, 촉각, 후각에 의존했고 풍부한 배부 경험을 바탕으로 인체에 괴망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반박했다고 합니다.
「인체 해부 입문서」는 텍스트와 연계된 삽화를 수록한 최초의 해부학적 서적으로 손꼽히지만 그외에 군의관이었던 한스폰 게르스도르프라는 자가 전시에 부상자 치료가 전문인 사람으로 「전장에서의 외과 처치법」이라는 외과의학 책을 출판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팔다리 절단법이나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기술 등 오싹한 목판 삽화가 풍성하게 실려 있고 각 부위의 이름이 적힌 골격과 몸통의 해부도, 장도리에서부터 포탄까지 각종 무기의 공격을 받은 남성도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르네상스 최고의 예술가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89년에 처음 두개골을 구입했고, 1507년에 처음 인간의 몸을 해부했다고 하네요.
모나리자의 화가이자 헬리콥터의 설계자인 다빈치는 능숙한 해부학자이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그의 스케치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고 시체가 부패하기 전에 재빨리 관찰하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중 많은 그림이 1510년에서 151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파비아의 델라 토레와 함께 그린것이라고 합니다.
다빈치는 뇌에서도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그는 왁스로 뇌실의 주형을 만들어, 전통적인 해부 지식과 달리 그 안에 체액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또한 죽상동맥경화증을 처음으로 기술했고 척추를 올바로 연구했고 골격과 근육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는 노트에 '그런데 이건 어떻게 작동하는 거지?'라고 질문을 적었다고 하네요. 그의 소묘는 대체로 생체역학과 관련되어 있었고, 통상 시신에서 가장 먼저 부패하는 비장, 간, 신장 같은 내부 기관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궁속 태아에 대한 연구를 보면 다빈치가 그린 수준 높은 해부학적 소묘들이 사후 400년 동안 뭍혀있었다고 하는데요. 여성의 주요 기관과 심혈관계를 다룬 그림을 보면 다빈치는 해부학 소묘에 명암과 옅은 채색이나 다양한 음영 기법을 도입해 묘사하고 있는 그림으로 이 사람이 정말 천재적인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예술가를 위한 해부학 책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요. 「아담과 하와」는 세부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판화가인 뒤러의 작품인데 「인체 비율에 관한 네 권의 책」은 1528년 그가 죽고 나서 6개월 뒤에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예술가를 위한 해부학 책으로 남성과 여성의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몸에 대한 급진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인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원본 그림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고 해부학을 파고든 예술가로 알려진 미켈란 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의 사진을 보면서 피렌체에서 시민의 자유를 수호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다비드가 로마를 향해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는 젊음, 활기의 상징적 모습을 관찰해볼 수 있었답니다.
미켈란젤로는 실제 해부에 관여해 청년시절 공개 해부를 참관했고 크게 감명을 받아 피렌체 산토 스피리토 수녀원에 청탁해 병원에서 매장을 앞둔 시체를 해부할 기회를 얻기도 하는 등 그 보답으로 1492년 열일곱살의 미켈란젤로는 십자가에 매달린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1.5미터짜리 나체의 예수를 수녀원에 선물했다고 하네요.
역시 천재예술가들도 결국 해부학적인 관점에서 인체를 열심히 관찰했다는 것이 여실이 들어나는 부분으로 근육과 힘줄을 통해 실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고 긴장된 순간을 표현하는 등 미술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해부학이 필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1장에서 3장의 내용중에서 흥미로운 내용들을 소개해 드려보았습니다.
워낙 방대한 내용의 책을 다룬 책이고 411페이지의 양장본의 책인지라 이 정도의 내용을 소개해 드린 것만 하더라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아시리라 생각이 되네요.
괴상하고 흉측하다고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지만 의학윤리를 포함해 인간이 병에걸려 고통을 해방시키기 위한 의학적인 관점에서의 공부서적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면 많은 의학자들이 파고든 인체의 발견은 정말 놀랍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게 되더라구요. 아이러니 하게도 전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의학은 동반 발전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많은 부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관련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이런 의학서적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지식을 얻고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되는데 앞으로도 많은 의사선생님들이 해부학을 기초로 한 전문적인 책을 많이 집필하게 되시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됩니다. 해부학은 의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이 아닐까요? 이 책은 해부학책을 총 망라한 책으로 많은 해부학책의 이름을 알 수 있어 해부학을 전문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가장 먼저 구입해야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출처를 보면 엄청난 희귀본 책과 그림의 출처 리스트를 확인해볼 수 있으며 해부학을 공부하려면 어떤 책들을 읽어봐야 하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해부학의 의학, 미술, 역사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리며 의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위대한 연구자들의 업적이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블로거 인디캣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