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제인 오스틴 - 최초의 문학이 된 여자들
홍수민 지음 / 들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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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 제인 오스틴, 홍수민
#도서제공 #서평단


분명 존재했던 이들이지만 명성에서나 관심도에서나 남성 작가들에 비해 밀려나있던 여성 고전 작가들을 시대순으로 한데 엮었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나 우리나라 허난설헌 정도만 생각하던 내게 새로운 장을 열어보여주었다.

여성 문학의 시초부터 천천히 되짚으면서 독자적인 정체성, 불합리한 세태에 대한 비판, 여성들의 인권, 한 명의 인격체로서의 저항정신들이 살아있음을 알게 됐다. 그들의 의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글의 힘을 느끼게 된다.

‘(여성 작가들에게) 쓰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p.9)’

여성들이 문학사에서 분투해 온 생생한 과정을 소개해 가슴 벅차오르면서 읽었다. 자칫 따분하거나 진입 장벽이 높을 법도 하건만 이 책의 특장점은 독자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문체로 주목하게 만들고, 적절한 재치와 입담으로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특히 소제목들이 생기 발랄해서 주제의 무게감을 덜고 흥미를 더한다.

10세기 헤이안 시대부터 여성 고전 작가들을 소개하는데 작가의 작품을 인용할 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 당시 시대상 등을 적절하게 곁들였다. 여기서 소개한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게끔 홀린다. 덧붙여 이 책에서 예시로 든 여성 고전 작품들이 전부 국내 번역본으로 출간되어 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설렌다. 하나씩 읽어봐야지.

특히 우리가 여성 고전의 존재를 기억해야만 여성 작가들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각자의 시간에 선구자로 남았던 이들이 문학사의 고전으로 남았다. 그들과 그들의 존재를 기억한 독자들이 여성 문학을 그저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 의미있는 역사로 만들었던 것이다. 여성 고전의 존재를 알고, 이 알아차림이 다시, 역사의 순간으로 남게끔 계속해서 읽어나가고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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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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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온통 푸른 빛으로 가득 찬 책이다. 종이는 경계가 있지만 거기 담긴 그림은 경계가 없어, 읽는 독자를 순식간에 지중해 난민 구조 현장으로 끌어다 둔다. 인간다움, 연대의식, 그리고 개개인의 삶에 대해서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된다.

저자 이폴리트는 탐사보도 전문 그래픽노블 작가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현장감 넘치는 상황을 만화로 실감나게 남겨, 난민 문제에 대해 낯선 독자도 충분히 상황에 공감하고 마음 쏟게 만든다. 직접 인도주의 구조단체 ‘SOS 메디테라네’의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에 동승해 지중해 난민들을 구조하는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바다에 얽힌 삶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주는데 아름답고도 참혹하다. 바다라는 장소는 누군가에게는 휴양지, 안락한 순간을 누릴 수 있는 곳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기로가 갈리는 곳이다. 죽음을 건너서 비로소 새 삶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 깃든 인류애와 연대가 눈물겹다. 세상은 다정하지만은 않아서 구조하고도 항구에 정박할 수 없게 한다거나 구조선 눈 앞에서 난민들을 가로채기도 한다. 냉담한 현실과 코로나 펜데믹이 한데 겹쳤을 때에는 끝없이 절망만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들의 무책임은 SOS 메디테라네가 존재하는 이유(p.108)’이기에 이들은 행동할 뿐이다. 구조선에 오르는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p.112) 한 팀으로서 뭉치고 서로 배려하기를 수없이 숙지한다. 뭍에서 사소할 일도 바다에서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조 대원들뿐 아니라 기억에 남는 몇몇 난민들의 이야기도 남겨둔다. 그중에서도 배에서 주운 유니콘 인형을 들고 뛰놀던 아이샤가 인상깊다. 인간이 가진 생명력과 희망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또 지나온 시간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일단 구조선에 싣고 항구에 닿을 수 있는 ‘허가’가 떨어졌다는 사실에 다만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지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하지만 출렁대는 파도가 삼킨 또 다른 삶들, 마음들은 묻어둘 수밖에 없다. 지금껏 많은 이들을 살렸지만 모든 이들을 살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많은 것이지만, 아무것도 아니다.‘(p.194)라고 담담하게 적힌 문장이 무겁게 다가왔다.

저자는 갖가지 부조리한 것들 속에서도 명징하게 기록을 남기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난민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를 나로서는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지금껏 내가 외면해왔던 삶의 형태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감히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모습에서 숭고함마저 느꼈다.

가슴 서늘한 이야기를 잔잔한 파도처럼 풀어두고 있는 책이다. 읽고 나면 새 지평이 열린다. 만화 형식이어서 어린 친구들도 읽기 부담없다는 게 또 하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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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서 거장의 클래식 5
천쉐 지음, 김태성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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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악녀서 #글항아리 #말많음주의 #스포주의

전반적으로 아름다운 문장과 자기 해체적 성향이 짙어서 산문시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이 많아서 감각적인 문체가 가진 장점이 더 극대화된다. 여백이 많아 그다지 친절한 전개는 아니지만 고백체로 이어져서 몰입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취향을 많이 탈 만한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는 호다.

네 편의 소설 모두 적나라한 성애가 껴들어 있으나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가 꼭 동성 간의 사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관한 거듭된 성찰로 결국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끔 확장시키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 여자들 간의 사랑이 반드시 있다. 몸과 마음이 겹치고, 감정이 뒤얽히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첫번째 소설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의 주인공 차오차오의 이야기 역시 그러하다. 순탄하지 않았던 유년기의 여파로 엄마가 음란하다고 날세우지만 끝내 그녀를 향한 사랑을 기꺼이 인정한다. 그 여정에는 동성의 연인 아쑤가 있다.

차오차오가 갖고 있던 사랑에 관한 갈망은 글쓰기로 완성되는데 이 글쓰기를 독려하는 존재는 아쑤다. 별안간 삶에 등장한 그녀는 차오차오에게 처음으로 절정에 이르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쑤의 입을 빌려 글쓰기가 곧 차오차오의 운명이고, 그 안에서 자아를 찾게 될 거라 끊임없이 말한다. 아쑤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차오차오를 당기는데 그곳에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자 하고 달성한다.

아쑤는 등장과 마찬가지로 퇴장도 느닷없고 그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차오차오 뿐이다. 하지만 사색할수록 생생한 기억들이 가득하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장면에서 오히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징해지곤 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나는 아쑤라고 해.”
“나는 차오차오야.”
자 됐다! (p.32)

이 문단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쑤를 만나고 결국 다 되었다는 것.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들은 아쑤와 만나 서로 이해하고 포개어지면서 마침내 이루었다. 격정적인 성관계는 서로의 속마음, 삶의 궤적 등을 이해하게 장치이고, 그 근원에는 모태에서부터 이어졌던 엄마와의 관계가 있다. 차오차오는 ‘줄곧 내 몸 안에 닫힌 자아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왔(p.26)’고 어쩌면 그건 아쑤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두번째 소설 「이상한 집」의 주인공은 마흔살 색정 소설가다. 스스로도 별 볼 일 없는 존재라 여겼건만 뜨거운 청춘, 아름다운 외피를 걸친 타오타오라는 여자는 이런 나를 사랑한다. 급기야 함께 더없는 쾌락의 세계로 뛰어든다. 나는 타오타오를 붙들어 두기 위해 설서인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고, 계속해서 결말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다. 큰이모와 작은 이모, 작은 이모의 하얀 연꽃같은 가슴에서 나온 ‘아이’의 이야기에는 사랑과 치정과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을 울게 하는 사탕수수밭이 있고 앳되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죽음을 맞닥뜨린 작은 이모의 미소가 있다. 결말이 영원히 없다면 타오타오는 영원히 곁에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엮는 이야기 속 사랑과 그녀가 하는 사랑이 닮아 있다.

세번째 소설 「밤의 미궁」에서는 주인공이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자문한다. 이 소설집의 화두라고 생각했다. 네개의 단편들을 한번에 꿰는 질문이다. 네명의 주인공이 모두 정체성을 두고 번민하는 세월을 산다. 넷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또 하나의 ’나‘라고 여겨지는데 작가가 서문에서 진실한 사람이 하나의 유형으로만 존재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라(p.14)고 이미 말한 까닭이다.

「밤의 미궁」은 실험적인 문체로 주인공의 속마음을 괄호 속에 병기하고 있는데 이로써 주인공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어쩌면 모두 환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일게 한다. 남편 아리, 나, 그리고 술집 미궁에서 만난 아페이 세사람이 이끌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모든 인생은 미궁 속 흰 쥐가 된다. 이유도 모르고 출구를 찾지만 출구는 또다시 가중된 곤경과 완전히 낯선 미궁으로 연신 이어진다.

마지막 소설 「고양이가 죽은 뒤」는 과거와 현재 모두 고양이들이 중요한 매개체다. 다만 그들의 죽음은 너무 절망과 맞닿아 있지는 않다. 죽음 이후에 주인공 나를 둘러싼 세계가 늘 재편되고 새로운 만남이 찾아온다. 어린 시절에는 따로 살던 아버지가 나타나고, 현재 ‘고양이’를 보낸 뒤에는 2년만에 사랑하는 아마오와 재회한다.

아마오는 주인공 나의 애인이다. 중성적인-남성에 가까운-외향이 매력적인 아마오는 여자이고, 샴 고양이 아바오의 주인이다. 처음 나와 아마오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이 샴 고양이다.

‘아바오가 좋아하는 여자는 틀림없이 나를 좋아할 거예요.(p.181)’ 아마오는 과연 첫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뒤에 고백할 때도 ‘영혼을 빼앗긴 것처럼’ 그리고 ‘우리 생명에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안다고 말한다. 플러팅의 대가다.

‘나’는 사람보다 고양이 앞에서 곧잘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1인칭 고백체로 내용 전개도 비슷하다. 애인 아마오는 마음도 주고 표현도 퍼붓고 잘 드러내지만 주인공 나는 다소간 소극적이다. 사랑하지만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에서 주저하다 ‘마침내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인정한다.

요약하자면 입덕 부정기 겪다가 운명처럼 다시 만나 애인과 재결합하는 눈물 겨운 이야기고 그 속에서 아마오의 입을 빌려 삶과 정체성과 나 자신을 인정해야 종국에 사랑의 합일에 대해 말할 수 있단 걸 보여준다.

세상의 눈으로 재단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주인공들이 나와서 제목이 악녀서인가 싶다. 95년도에 이 작품을 읽었다면 더 그랬을 만 하다고 여겨진다. 끝에 출간 당시 작가의 후기도 그대로 실려있다. 구판에서 무엇도 덜거나 더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의 후기는 한 편의 고백 편지여서 이 책 전체가 일련의 고백과도 같다고 느껴진다. 앞서 실린 소설 네 편 모두 1인칭 고백체로 감정을 깊게 토로하고 속엣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어서 줄거리보다는 인물이 가진 사랑, 정염, 갈망 그리고 엄마를 향한 근원적인 애증과 결핍 등이 더 촘촘하다. 취향에 맞다면 몇번이고 재독하게 될, 여운이 긴 책이다.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의 주인공이 말미에 엄마의 무덤(끝) 앞에서 엄마의 자궁 속(시작)인 것처럼 몸을 말았듯이, 또 첫 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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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와 사라 1
송송이 지음 / 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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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오와 사라 1, 송송이 #도서제공 #서평단

소녀와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해오와 사라는 표지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여성 캐릭터들의 연대가 빛나는 작품이다.

꽉 짜여 밀도 높은 사건들이 과거 인물들과 현재 해오 대의 인물들을 엮는다. 중간중간 미스테리적인 요소들이 등장해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느슨하지 않게 한다. 몰입해 순식간에 1권을 다 읽었다. 3권이 완결이라 아직 사건들의 실마리는 모호하지만 정말 재밌다.

해녀 해오와 인어 사라의 운명같은 인연과 우정이 다층적 서사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왕자를 구하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는 동화, 인어공주를 슬쩍 비틀었다. 그러나 ‘왕자’와 같은 건 껴들 수 없이 여성 캐릭터들 간 돈독하고 솔직한 관계성이 통쾌하다. 가부장제의 불합리에 대해 고발하고, 주체적인 성격의 인물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는 것을 지적하는 자는 모두 또다른 여성 캐릭터들이다.

제주 우도라는 작은 섬, 해방 이후라는 공간적 시간적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여성 착취는 아름다운 그림과 대비된다. 또 자연스럽게 현실의 그것과 비교해보면서 이 지난한 투쟁의 시간을 더듬어보게 된다.

주인공 해오와 사라는 제각기 상처를 지닌 이들로 무리 내에서 도드라진다. 그런 까닭에 서로를 보듬고 서로 각별해지기 어렵지 않았다. 1권에서는 해오와 사라의 관계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변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도 다양하게 내보인다. 전형적일 뻔한 캐릭터들에게도 서사를 부여해서 훨씬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연지라는 캐릭터가 인상깊었다. 바다 건너 육지로 가, 해녀가 아닌 삶을 꿈꾸는 연지는 우정도 사랑도 수단으로 맞바꿀만큼 염원 앞에 솔직하다. 이 솔직함은 그녀를 속박하는 주변상황과 맞물려서 독자들을 이해하게 만들고 그녀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게 만든다. 이밖에도 의사가 되어 다시 우도로 돌아온 여희라는 인물 역시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1권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의 초석을 다지는 셈이라 나로서도 인물들의 행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다 행복하면 좋겠다.

중간중간 의미심장한 대사들과 속엣말들이 자꾸 곱씹게 만든다. 얼른 다음권을 구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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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운다 - 삼천 마리 개들을 구조하며 깨달은 것들
김나미 지음 / 판미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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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운다, 김나미 #도서제공

이 책은 저자의 13년 동물보호활동 회고록이자 동물선진국으로 도약해 갈 대한민국을 위한 실질적 해결방안을 담고 있다.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법망 닿지 않는 곳의 고질적 병폐와 개식용문화 등을 꼬집고 실패담을 고백하지만, 절망에 매몰되기 보다는 헤집고 나아간다.

개에게 배운다,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제목인데 이 담백한 고백이 마음에 든다. 개는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사랑과 오래된 진리를 깨우치게 한다. 그들은 태어나 살면서 오직 삶으로써 모든 것을 보여준다.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의 영원성에 당위를 부여하고, 먹을 때 먹는 행위에만 오롯 집중하면서 ‘지금 여기’ 라는 진리를 실천한다. ‘지금 여기’는 과거와 미래를 끌어다 빚지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어떠한 위선도 가식도 껴들지 않은, 개들의 순수함과 그 경험의 정수를 이 책의 저자는 담담히 기록했다.

저자는 각종 종교에 관심이 많았고 궁극적인 깨달음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의 해답을, 자신을 거쳐간 숱한 개들에게서 얻었고 이제 그 귀한 자산을 우리에게도 나눠준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인연 닿은 개들은, 우리가 보통 펫숍에서 보거나 sns에서 각광받는 작고 귀여운 품종견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관심에서 소외된 대형견이고 진도 믹스들이다. “개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순간들이 사실 내 영혼을 구원한 순간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덧붙여 “개와는 영원함이 현실이 된다. 개와 나눈 사랑에는 과거와 미래가 없는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고 확언한다. 이 두 문장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나 역시 어린시절 가장 오래된 기억의 갈피에도 강아지는 늘 있었다. 외갓집에 살던 선재 꽃비 아롱이가 기억난다. 처음으로 온전히 내 강아지로 키우던 반려견을 무지개 다리 건너 보내고 펫로스증후군으로 정신과에 상담받은 적도 있었다. 인간사 갖가지 일들로 바쁘고, 관심사가 이리저리 옮겨다녀도 내 생에 일순위는 늘 반려견이었으니 그 빈자리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세월이 흐르고 포인핸드라는 유기견 입양 어플에서 두어번 파양당한 사연의 강아지를 내 둘째를 만난 건, 개에게서 헤어날 수 없는 내 운명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개에게서 배운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또한 개에서 받은 사랑을 내 강아지 내 가족에게 국한하지 않고 무한하게 베풀고 삼천여마리에 달하는 개들의 구원자가 된 저자의 발자취가 존경스럽다.

저자는 개에게서 배운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의 영원성, 무소유의 행복을 개인의 경험으로만 붙들어 두지 않았다. 불합리한 개의 복지와 동물보호법 등에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번번이 가로막혀도 절망과 한탄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타협하면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개(를 포함한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상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특히 전국적인 동물 호스피스 네트워크 설립 같은 아이디어가 인상깊다. 아직 동물선진국이라는 목표를 두고 갈길이 멀지만 이 책을 이정표 삼는다면 그 선명한 방향성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겠다 싶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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