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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운다 - 삼천 마리 개들을 구조하며 깨달은 것들
김나미 지음 / 판미동 / 2025년 6월
평점 :
개에게 배운다, 김나미 #도서제공
이 책은 저자의 13년 동물보호활동 회고록이자 동물선진국으로 도약해 갈 대한민국을 위한 실질적 해결방안을 담고 있다.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법망 닿지 않는 곳의 고질적 병폐와 개식용문화 등을 꼬집고 실패담을 고백하지만, 절망에 매몰되기 보다는 헤집고 나아간다.
개에게 배운다,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제목인데 이 담백한 고백이 마음에 든다. 개는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사랑과 오래된 진리를 깨우치게 한다. 그들은 태어나 살면서 오직 삶으로써 모든 것을 보여준다.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의 영원성에 당위를 부여하고, 먹을 때 먹는 행위에만 오롯 집중하면서 ‘지금 여기’ 라는 진리를 실천한다. ‘지금 여기’는 과거와 미래를 끌어다 빚지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어떠한 위선도 가식도 껴들지 않은, 개들의 순수함과 그 경험의 정수를 이 책의 저자는 담담히 기록했다.
저자는 각종 종교에 관심이 많았고 궁극적인 깨달음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의 해답을, 자신을 거쳐간 숱한 개들에게서 얻었고 이제 그 귀한 자산을 우리에게도 나눠준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인연 닿은 개들은, 우리가 보통 펫숍에서 보거나 sns에서 각광받는 작고 귀여운 품종견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관심에서 소외된 대형견이고 진도 믹스들이다. “개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순간들이 사실 내 영혼을 구원한 순간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덧붙여 “개와는 영원함이 현실이 된다. 개와 나눈 사랑에는 과거와 미래가 없는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고 확언한다. 이 두 문장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나 역시 어린시절 가장 오래된 기억의 갈피에도 강아지는 늘 있었다. 외갓집에 살던 선재 꽃비 아롱이가 기억난다. 처음으로 온전히 내 강아지로 키우던 반려견을 무지개 다리 건너 보내고 펫로스증후군으로 정신과에 상담받은 적도 있었다. 인간사 갖가지 일들로 바쁘고, 관심사가 이리저리 옮겨다녀도 내 생에 일순위는 늘 반려견이었으니 그 빈자리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세월이 흐르고 포인핸드라는 유기견 입양 어플에서 두어번 파양당한 사연의 강아지를 내 둘째를 만난 건, 개에게서 헤어날 수 없는 내 운명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개에게서 배운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또한 개에서 받은 사랑을 내 강아지 내 가족에게 국한하지 않고 무한하게 베풀고 삼천여마리에 달하는 개들의 구원자가 된 저자의 발자취가 존경스럽다.
저자는 개에게서 배운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의 영원성, 무소유의 행복을 개인의 경험으로만 붙들어 두지 않았다. 불합리한 개의 복지와 동물보호법 등에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번번이 가로막혀도 절망과 한탄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타협하면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개(를 포함한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상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특히 전국적인 동물 호스피스 네트워크 설립 같은 아이디어가 인상깊다. 아직 동물선진국이라는 목표를 두고 갈길이 멀지만 이 책을 이정표 삼는다면 그 선명한 방향성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겠다 싶다.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