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안 사이코
버지니아 페이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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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모양의 꼬투리, 벌노랑이 꽃.
꽃말 : 복수 (p.147-148)


보통 아닌 사람이 주인공이다. 어둠과 악으로 무장했지만 유쾌하기까지 하다. 사이코패스 가정교사 위니프레드 노티는 평범한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망설임 없이 순도 높은 악을 행하고, 광기에 물든 잔혹함을 드러낸다.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나쁜 것은 두려움, 그래서 그는 아직까지 두려움을 모른다.(p.79)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수록 사실 뒤틀린 것은 세상이지 노티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애초에 그가 죽음을 행하고 어둠을 부릴 때, 아무도 설득하려 든 적이 없는데 은은하게 동조하게 되는 건 서사가 가진 힘일 것이다.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 묘사가 잦다. 식욕, 번들거리는 입가, 살코기 뿐 아니라 콩팥과 같은 내장요리를 즐기는 순간을 목도하는 관찰자의 시선은 귀족 사회의 부조리함과 위선을 훑는다. 덧붙여 여성을 향한 억압이 세계관 내에 잔잔하게 깔려 있음을, 노티가 그것에 잘 벼린 날을 세운다는 것을 기민하게 알아채게 될 것이다.

노티는 자기 이름 위니프레드에서 ”프레드는 내 안에 사는 악마 이름“이라고, ”우리는 모두 자기 안에 악마를 하나씩 가지고 있“(p.45)다고 이미 고백했다. 악을 저택에 불러 들였으니 징조를 읽어내는 것은 주인된 자의 몫이었다.

핏빛으로 얼룩진 활자들을 읽다 보면 분명 혐오가 이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노티는 언제나 망설임도 죄책감도 없어서, 윤리적 잣대가 무소용이어서, 한바탕 광기 어린 장난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그가 완성하는 죽음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독자는 갈비뼈 안에서 쉬고 있는 어둠을 잘 다독여야 한다. 동요하지 않도록. (p.222)

정말 참신한 캐릭터가 이끄는 잔혹한 여정, 고삐가 없다. 마지막까지 허를 찌르는 순간들이 잦아서 숨이 자꾸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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