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없는 우정 - 경계를 허무는 관계에 대하여
어딘(김현아)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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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이 책을 읽을수록 삶을 대하는 자세가 “가볍고 명랑해진다.”(p.115)

저자는 문장을 들어 자신의 어느 시절들을 훑으며 사사롭게 시작했지만 끝에 가서는 세상 사는 진리와 인간과 인간 사이 우정, 나아가 그 밖의 존재들과의 교감까지 모두 다룬다. 그의 문장은 더 오랜 시간 전부터 시작됐고, 더 멀리 뻗어 있다. “고귀한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전승된다”(p.154)는 말처럼 활자의 몸피를 두르고 문장으로 뻗어서 여기까지 왔다.

글방, 시민단체, 여행, 다큐멘터리 제작, 유연하게 살아온 저자의 생은 다채로워 겪은 일도 그러하다.

맹자의 사상 한 토막에서 시민의 저항정신을 연결짓고, 글방을 거쳐간 어린 친구의 글에서 스승됨의 도리와 윤리를 적확하게 짚어내고, “강호의 도를 아는 여자들”(p.33)로 아우르는 젊은 작가들이 거쳐온 문학소녀 시절을 보여준다. 90년대 노동계의 투쟁과 저항정신 한가운데에서 여성들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몽골과 베트남의 자연과 역사, 바다 깊숙한 곳의 문어와 멸치 떼를 이야기하며 인간이 주인임을 감히 천명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겸허해지기도 한다. 그들의 표정을 말하고 이종간의 우정을 단언한다. 쉼없이 연대하고 자유로이 사고하고 글을 짓고 생각을 행으로 펼친다.

두껍지 않은 책 속에 세상이 옹골차게도 담겨 있다. 이미 난 길 외에 새로운 경로를 기꺼이 걷고, 섬처럼 동그마니 있는 이에게 곁을 주고, 글을 써 삶을 잇고, 잔잔한가 하면 굽이쳐 흐르고, 모난 곳 뾰족하게 날세울 법도 한데 더 크게 그러안자고 다독인다.

경계 없이 전 지구를 안고 우리 안의 우주를 깨우고 기꺼이 서로 연결해서 “바야흐로 대이야기의 시대가 되어야”(p.242)한다고 말한다. 사고하는 틀은 경직되어서는 안되고 글은 자유로워야 하고 또 계속 되어야 한다.

소소하게 옛 시절 추억을 더듬는가 했더니 세상을 열어젖혀서 다 보여준다.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어디든 그것을 실현할 ‘현장’으로 나아가서 뜻을 펼치고 연대하라고 바로 옆에서 손내미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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