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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릴리 댄시거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릴리 댄시거의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는 여성 간 우정의 층위와 본질에 대해 깊게 관조한다. 사촌 사비나를 향한 사랑과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된 이 회고는 저자가 살아온 시절마다 맺은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시금 조명하며 그 본질을 되짚어 본다. 우정은 다층적이다. 그 안에는 상실, 연대, 성장, 치유의 서사가 녹아 있다.이는 가족, 연인, 혹은 보호자 같은 관계로 이어지며 단순한 친밀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댄시거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다. 또한 이는 오직 완전한 친구 한 명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 어느 시절, 어느 갈피에 만났던 그 순간의 친구들에게도 해당된다.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사랑의 방식이다. 함께 견디고 돌보며 시절의 파고가 치솟을 때마다 서로를 살아남게 도와주었던 것을, 댄시거는 경탄한다.
또한 각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만 있는 것(p.12)에서 자아란 집요하기 이를 데 없는 것(p.61)임을 인정하면서, 우정이 반드시 불변해야만 그 진실됨이 온전한 것은 아님을 말한다. 지속 가능한 관계로 재구성할 수 있고 새로운 패턴으로 성숙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 그 속에서 친구를 완전히 잃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 공간 역시 확보할 수 있음(p.65)을 담담하게 털어둔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살해된, 사촌 사비나를 향한 사랑으로 마무리한다. 죽은 피해자라는 모호함 대신 첫사랑으로 각인된, 친구이자 가족이라는 명징함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