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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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살갗에 앉은 티눈도 어떤 버려진 선반에 쌓인 먼지도, 그것이 모이고 쌓였을 때 고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p.29

어린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일은, 주로 시간을 견디는 데 있었다. 시간을 견디어서 흘려보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 그곳에 펼쳐진 백면에 어린이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 모를 선을 긋고 예기치 못한 색을 칠하도록 독려하기. 그러는 동안 자신의 존재는 날마다 조금씩 밑그림으로 위치 지어지고 끝내는 지우개로 지워지더라도. p.67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 모르지 않는다면 그것을 엉성한 뚜껑으로 덮어 두거나 나일론사로 봉합하는 인간이 된다는 뜻이었다. p.82

누군가에게서 베풂을 받는 감각, 순전히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는 기쁨이나 온전히 자신에게만 제공되는 물건이 일상에 어떤 활력과 변이를 가져오는지 좀 더 자주 경험할 필요가 있었다. p.148

"괜찮아요. 여기만 벗어나면 금방 사라지겠죠."
머지않아 지워지겠죠. 냄새도, 그것이 속해 있는, 어쩌면 그것이 주인 되는 공간도.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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