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나를 노출하는 일은 언제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글의 형태가 되었든, 사진이 되었든.
문제는 우리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사는,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필연적으로 우리는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글이든, 사진이든.
인스타그램은 노출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더 직관적이다. 정사각형의 프레임에 아름다운 것들만 담으면 된다. 프레이밍을 통해 인생의 지옥같은 요소들은 손쉽게 제거된다.
글이라는 건 필연적으로 발화자의 자아를 조금씩 누출시키기 마련이라서 더욱 쓰기가 까다롭다. 사실 글 한편 쓴다고 머리를 쥐어뜯는 것보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 편하다. 가만히 있으면 남에게 괜히 상처줄 일도 없고 다칠 일도 없다.
그런데 난 왜 또 이짓을 또 시작하게 됐을까.
시작이 너무 거창했는데, 난 그냥 감정을 공유하고 싶을 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손에 넣었을 때 그 행복한 감정.
사실 그 행복의 경험을 알베르 까뮈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옮겨봤다. 책보다 서문이 더 유명하다는, 장 그르니에의 <섬>에 수록된 알베르 까뮈의 서문의 한 대목.
"나는 지금도 그 독자들 중의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걸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 앞으로는 완결된 글이 아닌 짧은 감상들만이라도 적어보려 한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글쓰기가 퇴화될까봐 두렵다ㅠㅠ
+ 내용은 책을 사게 된 간단한 이유 같은 것, 관련분야의 추천도서, 그리고 나에 대한 자책(stupid!)이 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