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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김수정 지음 / 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도서관에서 책이 아니라 사람을 빌려서 30분 동안 얘기를 나누고 그 대화를 묶어 엮은 책입니다.필자는 여러모로 평범한 (여러 가지 편견을 갖고 있는)사람입니다. 그런 필자가 여러 사람 책과 얘기를 나누며 편견과 선입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책이에요.
가장 먼저 이 리빙 라이브러리(사람책 대출)을 고안한 사람과의 인터뷰가 있어요. 청년의 작은 착상이 큰 호응을 받아 여러 나라에서 이 리빙 라이브러리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편견과 선입견들은 서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고,그렇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면 그런 편견들을 모두 없애기는 힘들더라도 최소한 줄어드는 것은 명백하므로 거기에 의의를 둔다고 말하던 것이 인상깊었어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죠.조금씩 조금씩 알아 나가면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사회가 바뀌겠죠. 참 좋은 생각인 듯해요.
그 뒤에는 밝디 밝은 스물세 살 미혼모를 시작으로 레즈비언 이야기/ 장학사 선생님/ 사립학교 졸업생/ 예순에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할머니/ 우울증 환자/ 돈 없이 사는 실험을 하고 있는 청년 등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레즈비언 여성과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자신이 생각하던 레즈비언의 외양과 그녀가 너무 달라서 놀라죠(스톤 부치를 생각했나 봐요). 커밍아웃부터 결혼을 하려는 지금까지 부모님/세상과 싸워 온 이야기들을 들려줘요.
열한 살 아이들 네 명이 자신을 대출해서,무슨 짓궂은 질문을 할까 긴장했었는데 동성애자로 사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본 후 그 중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등을 툭툭 치면서 “거봐,게이로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잖아.”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고,그래서 너무 감동받았다고 하는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얼마나 좋은 친구들이에요. 다음 세대에는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예순에 집을 떠나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시인으로 등단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 그 용기가 참 부럽죠?
마지막으로 돈 없이 살아가고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나왔어요.멀쩡한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근무하던 이 청년은 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편의를 위해 생겨난 돈이라는 물질에 얽매여서 불행하게 산다고 생각하고,돈 없이 살아 보는 실험을 하기로 했대요.
일을 해 주고 먹을 것을 얻고, 버리려던 캠핑가와 태양열 발전기를 얻어서 생활을 해요. 하지만 딱히 그렇게 불편하지 않고,행복하다고 해요. 돈이 목적이 되어 버려,불행한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삶이죠.
이렇게 열네 명? 열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정리해 모은 글이었습니다.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좁히고, 또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구나..하는 것들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에요.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죠.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네요.좋은 책을 추천해 주신 만세정님께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