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혹은 블루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구혜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매력적인 도플갱어 이야기.

풍족하지만 남편과의 서먹함으로 도쿄에서 무료한 생활을 보내고 있던 사자키 소코는,어쩌다 내리게 된 후쿠오카에서 자신의 옛 애인 가와미를 보게 된다.그런데 그의 곁에 있는 것은,놀랍게도 그녀 자신이었다! (뭔가 말초적 선전문구같군;;) 그녀는 예전 사자키와 가와미 중 누구와 결혼할까 죽을 듯이 고민하다,사자키를 선택했던 것.그런데 또 하나의 소코는 그 때 분리되어 나와,가와미와 결혼해 지금까지 후쿠오카에서 살아온 것이다.

둘은 이 기묘한 이야기에 두려워도 하고 감탄도 하고,혹시 어렸을 때 헤어진 쌍둥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는데,여러 실험들로 도쿄의 사자키 소코가 본체이며 가와미 소코가 도플갱어임이 밝혀진다.그런데 서로 만난 후의 삶은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고,그 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그리하여 사자키 소코는 한 달 동안 서로 바꿔 살아보자는 제안을 하며,그를 받아들인 가와미 소코.두 소코는 서로의 생활에 대해 공부하여 바꿔치기를 실행하는데,모두가 그를 알아채지 못한다.

처음에는 둘 모두가 행복했다.그런데 일들이 서서히 꼬이기 시작한다.가와미 소코는 본체가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것에 대해 증오를 느끼고,도쿄 생활에 적응해 후쿠오카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본체였던 사자키 소코는 가와미의 폭력과 가난하고 힘든 생활에 진저리가 나 계약을 마치려고 도쿄로 돌아오지만,왜인지 본체와 도플갱어가 서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또 후쿠오카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가와미 소코의 계획에 휩쓸려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서로를 죽이려 드는 두 소코.하지만 대부분의 도플갱어 이야기와는 달리,둘이 다 살아남는 쪽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두 남자에게서 모두 벗어난 두 소코.서로 자신의 발로 걸어나가는,그런 열린 결말.개인적으로 두 소코가 함께 있을 때 그들을 둘다 처음 보는 사람은 둘을 다 알아보지만,본체를 먼저 알던 사람에게 둘이 같이 다가가면 본체만이 보인다는 설정이 독특했다.(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감정의 변화 등도 주목할 만하다.)

야마모토 후미오의 글솜씨야 전작들을 통해서 이미 여실히 알던 바이고,(그녀는 청소년 소설인 코발트문고 대상을 받으며 등단해 나오키상도 수상했다)-재미있단 얘기다-인간과 사랑을 보는 그 한편으로 비관적인 듯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는 묘한 스타일(눈)이 역시 그녀만의 개성이자 가장 큰 매력이라 하겠다.한편으로는 섬뜩한 호러 소설이면서,한편으로는 사랑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 묘한 분위기.독특한 도플갱어 이야기를 맛보고 싶다면,혹은 새로운 일본 소설을 접하고 싶다면 추천.추천 타켓층은 20대 초중반에서 30대까지의 여성과 도플갱어에 흥미가 있는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남성.

도플갱어 스토리는 수많은 판타지 소설과 만화,호러 소설 등에서 접해왔었다.이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야쿠쇼 코지 주연의 영화<도플갱어>.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추천하는데,인공지능 휠체어?를 만드는 과학자 하야사키 앞에 어느 날 자신의 도플갱어가 나타난다.두려워하지만 발명을 위해 서로 계약을 맺지만,도플갱어는 점점 악한 일에 빠져들고 그들 둘도 서로를 죽이려 드는데..어쩌고저쩌고.섬뜩함과 약간의 유머?가 버무려진 묘하게 재미있는 영화였다.(최근 개봉했던 <팜므 파탈>도 좀 비슷한 이야기였던 듯한데...)

이렇게 여러 도플갱어 등장 매체들에서는,대부분의 도플갱어와 본체가 서로를 죽이려 하는데,(거야 이성적으로 이해가능하고)아니면 반대로 무척이나 두려워한다.(이 두려워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유쾌한 만화가 작년에 작고한 아토리 케이코의 <도플갱어>다.)드래곤 라자에서는 무슨 숲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고,등등.

덧,야마모토 후미오의 <연애중독>과 <플라나리아>도 상당히 좋은 작품들인데,포스팅하겠다고 약속하고선 이런 기세로 가다간 아무래도 못할 듯하니 일단 짧게라도 남겨두자.<연애중독>은 중년의 여인이 사랑에 대해 중독되어? 스토킹과 편집증으로 빠져들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린 장편소설이다.

<플라나리아>는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 정신적으로)상처입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집인데,리얼하고 섬세한 캐릭터의 묘사와 서늘하면서도 희망을 모두 버리지는 않은 듯한,작가 특유의 사랑관이나 인간관이 드러나는 멋진 이야기들이다.나오키상을 이 작품으로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읽고 나면 참 묘한 기분이 든다.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느낌도 들고.어쩄든 그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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