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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나의 점수 : ★★★★
오랜만에 가슴 찡하게 읽었음.숫자가 인간 사이를 교통하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 알라딘의 리뷰나 줄거리를 읽고선,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기억이라니,메멘토와는 어떻게 다를까? 하고 생각했었다.결과적으로는,완전히 달랐다.지속되지 않는 기억들로 인해 저쪽 세계(기억이 멈춘 이전의 세계)와 이쪽 세계(이후의 기억이 80분밖에 남아있지 못하는)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박사에게,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다름아닌 숫자요 수학이었다.
주인공은 가정부로 일하는 여성이다.그녀는 사고 이전의 기억은 남아있지만 이후에는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수학박사의 집에서 일하게 된다.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녀의 신발 사이즈-숫자-를 묻는다.당황스러웠지만 숫자는 그를 타인과 교류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표현이었던 것이다.(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악수하려 내미는 오른손이자 그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코트라고)
기억을 보완하기 위해 온몸에 메모지를 붙인 노인.그의 소일거리는 수학 저널의 현상 문제를 해결해 답을 보내는 것이었다.그녀는 박사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박사 또한 매일 그녀와 새롭게 대면하게 되지만 배려를 잊지 않는다.그녀는 박사를 좀더 이해하기 위하여 우애수,완전수,삼각수 등 그의 수학적 설명들을 귀담아 들으며 숫자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박사에게 소개시키고,불안하고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관계이지만 서로 친구가 된다.(박사의 첫 친구)
그녀의 아들 또한 심지가 곧다.그녀는 박사를 사회 속으로 이끌고,두려워하면서도 박사는 내딛는다.그리고 루트와 그를 이어준 중요화제는 야구이다.한신 타이거즈의 팬인 루트와 에나쓰의 팬인 박사.물론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그녀와 루트는 박사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박사 또한 -매일 다시 소개해야 될지라도-그들을 아끼게 된다.그리고..
오랜만에 진정으로 감동하며 읽었다.두 세계를 ,그들 사이를 잇는 숫자와 수식들.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 줄이야! 그 사이의 인간애와 배려,그리고 노력들.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사건들의 구성 또한 탁월하다.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이 있고.한마디로 아름다운 소설이다.더 말하기는 부족하고,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마쿠라노소시
세이쇼나곤 지음, 정순분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나의 점수 : ★★★★
편안한 수필집.일본 고대 귀족들의 사회와 생각들을 엿볼 수 있음.개성적인 표현들도 여럿.
일본의 고전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실망스럽게도 많지 않다.그리고 그 적은 기회들 중의 하나가 이 책이다.헤이안 시대(맞지? 읽은 지 조오금 되어서;;)의 왕비인 중궁을 보필했던 고위 궁녀인 지은이가 궁중과 귀족들의 생활에 대해,그리고 자연과 사물들에 대해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수필집이다.<겐지 이야기>와 비슷한 시대인 것으로 아는데 그쪽이 좀더 소설,이야기적 느낌이 강하다면 이쪽은 정말 수필이나 일기같은 느낌이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자연이나 사물들에 대한 감상과 느낌,궁정 생활과 귀족들의 생활상 등을 그린 일기,사물이나 자연에 대한 생각(~한 것에는 **,**,** 등이 있다는 식의.첫번째와는 다른데,이것이 다른 수필들과는 틀리다면 틀린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의 글들이 가장 맘에 드는데,신선한 감성과 재기 넘치는 문체,개성적 표현들이 돋보이기 때문이다.섬세한 멋과 기발한 착상들.예리한 감각과 개성적 서술들이 큰 장점이다.또한 두번째 카테고리에는 멋진 와카나 한시들,그리고 그를 이용한 재치 넘치는 문답들이 가득하다.그것들을 찾아보고 느끼는 것도 쏠쏠한 재미.
일본 고전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일본 고대 생활에 관심이 있다면,혹은 한시와 와카들을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그게 아니라도 읽어볼 만하다.(하지만 개인적으로 지은이 세이쇼나곤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를 천엔 지폐에서 쫓아냈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이여자가 맞았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