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순이에서 참 마음에 들었던 대사가 있다. 바로 

심장이 아주 많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라는 말.  

한 때 아니 지금까지도 심장이 딱딱하게 굳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다. 서른 조금 넘는 시간동안 겪었던 일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참 불행하고 역겹고, 그래서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의 상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난 가슴이 딱딱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졌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해도 하등의 마음의 상채기가 나지 않았으니까. 내 말을 듣고 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나는 독설가이기도 했다. 어쩌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스스로 되어갔던 건가 보다. 

그렇게 서서히, 좋게 말하면 참으로 이성적인, 나쁘게 말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처음에는 그런 목적이 아니었지만, 과거를 추억을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외려 일부러 타인의 감정, 나의 감정을 읽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처참한 인간이라고 할까? 나는 그런 괴물이 되어버렸다.

늘, 인간은 외로운 거야, 혼자 태어나고 혼자 떠나고, 죽을 때도 혼자 죽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외로움, 그건 어쩌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아니 유한한 생명을 지닌 유기체로 태어난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인 거지, 그렇게 스스로 체념하고, 스스로 단념하고 살았다. 어쩌면 난 스스로 외로움을 찾아다녔던 건지 모르겠다. 나에게 인간들은 스트레스만 던져주는 쓰잘데기 없는 생명체 뿐이라고 잘난 척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같이 사는 사람들이 서서히 결혼을 하고, 결혼할 준비를 하는 걸 보면서 이 집에 나와 엄마밖에 남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니, 외로움이란 건 이런 거구나 를 생각하게 되었다. 서서히 내 곁을 떠나는 게 아니라, 아주 급작스럽게 그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아주 갑자기 찾아오는 게 외로움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다.  

어쩌면 나는 고독하다고 아니, 고독은 인간의 태생적 운명이라고 유식한 척 한, 아주 뜨거운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사랑을 아주 많이 받은 사람. 애정결핍이 아니라 나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주었던 옆의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았던 고집불통 꼬마 아이였구나 라고 말이다.  

내 곁에는 항상 나를 생각하고 나를 아껴주었던 날 아주 많이 사랑한 사람들이 항상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애정결핍이네 인생은 외로운 거네 라며, 쇼를 하고 있었던 거란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참  슬프다. 정말 외로운 인생이 시작될 거 같아서, 내가 원하지 않아도, 이 방에 혼자 울고 있어도 아무도 내 곁에 없으리란 심각한 외로움이 내 앞날에 창창히 펼쳐진 거 같아, 무섭다. 정말 무섭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정말 유치한 인간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항상 날 염려해준 사람이 항상 내 눈 앞에 내 등 뒤에 있었는데, 그 소중한 사람들을 그동안 못 보고 살았다니, 나는 참 유치한 꼬마였다. 난 어른이 되어서도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이었던 거다. 미안하다, 그 사람들한테, 떠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항상 내가 눈을 돌리면 내 옆에 언제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그럴 수 없겠지만.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알아보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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