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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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이 말은 참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혁명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사람을 명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명랑은 차가운 눈물 역시 담고 있는가 보다. 혁명은 하는 사람들, 스스로 좌파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게 살고 있으니 말이다.  

20대, 참 어리고 또 기계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20대란, 그저그런 사춘기의 연속일 뿐이었지만, 지금의 20대를 생각하면 왠지 갑갑하고 답답하고, 또 어쩔 수 없지,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속의 20대들은 참으로 똑똑했고, 또 깊은 우울과 명랑을 같이 가지고 있는 세대였다.  

일명 방살이로 자폐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개개인으로 보면 참으로 똑똑하고 어여쁘겠지만, 집단적으로 보면 기존 세대들에게 한없이 착취와 수탈을 당하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일어나 목소리내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참 답답하다, 만 연신 되내이고 있었다.  

하지만 세대구분으로 딱 20대라고 구분짓지 않아도 한국에는 이미 전부, 비정규직, 알바, 계약직이라는 이름의 불안정고용이 자리잡고 있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지 않아, 유령직으로 바꿀까 하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한국사회는 무식하고 현실참여적이지 못하다. 비정규직이 어감이 좋지 않아 단어를 바꿀 생각을 하지 말고,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걸 진정 모르는 것일까?  

2월, 내내 사표를 쓸까? 휴직을 할까? 그런 생각으로 지냈었다. 그래서 구인사이트, 구인모집 등등도 이리저리 알아보았었다. 그런데 내 스펙이 참으로 초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구직을 하기에 내 나이가 참으로 많다는 것도 알게됐다. 아르바이트도 29세 이하가 태반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학습지 교사가 전부였다. 참으로 어디에 이력서하나 넣기도 구차한 게 바로 나란 인간이었던 거다.  

그래서 그냥 견디기로 했다. 미칠 것 같았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는데 그냥 또 견디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런 말도 했다. 이번에 그냥 사표를 내고 말면, 어느 사회를 가든지 견디지 못할 거라고 말이다. 어디를 가나, 돈 버는 건 치졸함의 정도만이 다를 뿐, 다 치사하고 더럽고 악한 인간들의 무리에 속한다는 것이니 그냥 참으라고 말이다. 참는다는 건 어떤 걸까? 굽신대고 아부하고, 뒤에서 다른 사람들 욕하고, 또 그 사람들이 내 욕하는 걸 전해전해 들으면서 내 속의 명랑함과 처절함을 잊고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20대에게 구직은 어떤 의미일까? 아니 20대가 아니라, 많은 실업자들에게 직장은 어떤 의미일까? 이미 종신고용은 없어졌고, 경쟁과 나 하나만 잘 되면 돼, 라는 언표가 세상을 휩쓸고 있는 지금.  

내 목표는 빵집을 하는 것이다. 자영업,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은 극히 일부분만 제외하고는 잠재적 실업자의 위치에 있다. 그런데도 나는 빵집을 하고 싶다. 그건 내가 아직 실업의 공포를 모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을 많이 벌면 꼭, 해야지 하는, 이 더럽고 못된 인간들에게 보란 듯이 사표를 던지고 나와서 말이다. 하지만 정작 더러운 건 직장동료가 아니라, 이 사회라는 걸 무식한 내가 모르는 것일 뿐일까? 

그래서 행복할 거 같지 않다. 지금도 미래도 아니 과거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게 꼭 고용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내 나이 서른 둘에 생각해보는 지금의 나와, 먼 미래의 나는 그리 행복할 거 같지 않다.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 해야 한다, 그런 당위적 목소리가 아니다. 6.2 지방선거에 진보정당이 이겨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너무도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매일매일의 밥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라,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공동체에 참여하라, 그리고 실천해라라는 말들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탓이다. 나만해도 당장 일을 그만두면, 생활비에 보험료에 쌀값에 이런 것을 생각하면, 그냥 죽어지내는 1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건 내가 자폐적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더 긍정적이었으면 나도 실천할 수 있었을까?  

책은 내 도피처다. 현실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해방구이면서, 천국인 것이다. 책속에서나마 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고마워해야 해야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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