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시대 -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
노리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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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휩쓸고 간 이후, 세계는 심각한 외로움의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18년 - 영국 총리는 외로움부(Minister of Loneliness)의 장관을 임명한다. 국가에서 외로움이 새로운 종류의 재난임을 인정한 것이다. 영국인의 4명 중 3명이 이웃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영국인의 60%가 직장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1/3은 외로움을 토로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응답했다. 영국만 그럴까? 우리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고립과 소외의 시대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시대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외로움은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외로움은 단순히 심리적인 고통만이 아니다. 외로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기사망률이 30% 증가한다. 외로움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장기적으로 면역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이 외롭다는 것은 만성질환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외로움은 우리의 몸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은 마음상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가 끊어지게 될수록 사람은 더 배타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결국 사람은 외로워질수록 혐오적인 생각에 더욱 취약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은 이 굴레를 더욱 확대하고 재생산한다. 전세계적으로 극우 정치의 몸집이 커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외로움은 우리의 몸에도, 마음에도, 나아가 사회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대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도시로 모이고 있다.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사연으로, 각자의 이야기로 사람들은 도시로 향한다. 하지만 도시는 외롭다. 도시의 모든 것은 빠르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촘촘하게 짜여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케쥴을 소화하기 바쁘다. 누군가와 교류할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도시는 한 곳에 오래 살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요즈음은 더욱 그러하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정주하기 어려우니 나의 동네, 우리 동네라는 개념은 희박해진다. 노마드가 되어버린 도시의 주거형태, 누군가와 만나고 어울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나아가 도심지로 갈수록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간다. 각종 자동화기기와 키오스크들이 사람을 대체한다. 이제는 자동화를 넘어 무인편의점과 무인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은 더욱 적어진다. 도시는 편리를 선택한 대신 소통과 환대 그리고 만남의 가능성을 잃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소통이 이루어지다보니 사람의 어조와 표정을 읽지 못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현실에서 소통능력은 떨어진다. 온 세상의 정보를 방안에서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온 세상의 증오와 혐오도 방안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사이버불링과 사이버스토킹이라는 단어가 새로 생겨났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람이 더 불행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스마트폰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와 연결되어 있지만 모두가 혼자이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래도 상황은 좋아지게 될까? 저자의 생각은 비관적이다. 디지털화는 더욱 더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많은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다. 일자리는 갈수록 세분화되어가고 전문화되어 간다. 얼굴을 마주 볼 필요도 없이 재택근무로도 처리가 가능해져 간다. 일자리들도 알고리즘으로, 로봇들로 대체되어 간다. ​정규직은 갈수록 사라져가고 긱경제가 늘어간다. 파트타임 직종과 프리랜서가 늘어갈 수록 사람과 사람의 접점은 더욱 줄어든다. 미래의 인간에게는 더 외로워지는 길밖에 남지 않은 듯 하다.

저자는 말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외로움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외로움 경제라는 새로운 과제가 우리에게 닥칠거라고.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결국 새로운 공동체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만남과 모임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새로운 공유주거형태가 나타나야 한다. 로컬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지역문화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음맞는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각종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협업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결국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는 온라인을 통해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만나야 한다. 그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당면한 재난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맺고 있다. 외로운 시대의 해독제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있어주는 그것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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