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쓰고 싶다면
브렌다 유랜드 지음, 이경숙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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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당신의 생각을, 나아가 우리 모두 안에 깃든 천재성을 해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목만 보면 작문에 대한 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작문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오랜 세월을 글쓰기 선생으로 지내왔고, 많은 학생들을 작가로 만든 경력이 있다. 작문에 대해서 한 마디하기에 손색이 없는 경력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는 방법론에 대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글을 쓰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에 가깝다.


글쓰기란 감염이다. 그리고 그것은 즉각적이다. 작가가 특정한 느낌을 가지고 있고, 그리하여 그것을 진정한 자아에 입각하여 이야기한다. 독자는 그것을 읽고 그 자리에서 즉각 감염된다. 독자가 완전히 똑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 p16


위 문장에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모두 요약되어 있다. 첫째, 작가의 특정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 둘째, 작가의 느낌은 완전히 진솔한 날 것, 곧 진정한 자아가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독자가 그것을 읽고 감염된다. 이 것이 글쓰기의 전부라는 것이다. 문장을 어떻게 배치하는지, 형용사를 얼마나 써야 하는지, 시각적 표현을 쓸 것인지 청각적 표현을 쓸 것인지 등의 수많은 작법들은 부차적인 요소들이다. 


가장 먼저 글쓰기란 특정한 느낌이어야 한다. 특정한 느낌이란 꼭 어떤 천재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모두가 일상에서 수많은 느낌을 지니며 살아간다. 그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해야 할것은 보다 더 자세하게, 더 세밀하게 일상의 모든 것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자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본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에서도 수많은 의미와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해낼 수 있다. 글을 통해서 자신의 삶과 자신의 영혼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그 경계를 확장하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본질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글감을 생각하면서, 또 글을 직접 써보면서 지각의 경계는 확장된다. 어스름한 윤곽만 보이던 글이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글을 쓰는 것은 언어를 써 나아가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언어를 명료화시키는 그 과정 자체인 것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너는 별로 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간에, 아무리 시시하고 단순한 것이더라도, 그걸 모조리 밖으로 내보내야 해. 설령 유치한 단어들밖에는 생각해 낼 수 없을지라도 작업을 해야 해. 그 모든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너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정말 많이많이 작업함으로써 그걸 통해 배워야 해" -p198


그러다 보면 자연히 두번째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거짓없는 진실된 내 마음, 꾸밈없이 바라보게 된 내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또 타인의 시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내 자신에 의한 내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과도하게 표현할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현란할 필요도 없다. 도덕적으로 완벽할 필요도 없으며, 엄청나게 아름다울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이 비로소 글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글이 살아있는 글이다. 그리고 그 살아있음이 독자들을 감염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면 이제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다. 스스로를 상대에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약동하는 삶 속에서 발견한 내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 그것이 글쓰기의 완성이다. 자신의 창조적 충동의 결과물을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그 순간이 글쓰기의 마침표가 찍혀진다. 그리고 그 충동이 독자에게 전달되어 독자의 삶과 공명하는 순간 저자가 '감염'이라고 부르는 그 현상이 일어난다. 그 이후는 독자의 몫이다. 작가는 할 일을 다 했다. 스스로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분출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으로 작가의 역할을 끝난 것이다. 이렇게 글쓰기의 여정은 끝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모두가 이 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작법에 대한 설명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은 간단하다. '너는 너의 글에 무엇을 담아 내고 있는가?' 


1938년에 쓰여진 이 책은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질문은 무게가 느껴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무게만큼 이 책의 내용도 여전히 울림을 주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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