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스 4집 : 부치지 않은 편지 페이지스
익명의 발신인 82명 지음 / 77page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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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쓴다. 

받는 이는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때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

차마 할 수 없었던 말들이 있다.


일렁이는 감정들을 잡아챈다.

떠도는 상념들을 붙들어 맨다.

손가락 끝, 펜 끝에 묶어맨 자락들이

하나하나 글씨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편지를 쓴다.

가족에게, 지인에게, 친구에게,

스쳐지나간 인연에게, 이루지 못한 사랑에게,

존경하는 누군가에게, 미래의 내 자신에게,

소중했던 어떤 존재에게,


한줄한줄 엮어낸 글자락들이

모여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기쁘다.

때로는 아지랑이같이 피어오르는 아련함이 있다.

때로는 비탄에 잠겨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안개 속에 흐릿한 기억의 자취들을 

잊지 않기 위해,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종이파레트에 옮겨 담는다.


나를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당신을 위한 이야기도 하다.

또는 이 글을 덧대고 있는 나같이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치지 못한 편지가 아니라,

부지지 않은 편지가 제목인 것은

아마도 이야기를 완성하고 나서

주욱 읽어보며 크게 웃고 크게 울다가

조용히 서랍속에 다시 넣어놓는 것으로

이 책이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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