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 상실의 아픔을 겪은 어느 크리스천의 정직한 고백, 개정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박혜경 옮김 / 좋은씨앗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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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스토프 씨, 에릭이 죽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수기. 누가 그를 위로할 수 있을까. 누가 '감히' 그를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 고통을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잘못된 일이다. 자식이 부모를 앞서 먼저 죽는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어떻게 내 손으로 내 아들을, 내 미래를, 내 후손 가운데 하나를 땅에 묻을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나를 묻어야 할 사람인데...


아버지의 눈에서 방울진 눈물이 터져 나온다. 폭포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휘감는다. 사랑의 대상이 없어졌을 때 우리는 그 사랑을 가장 크게 느끼게 된다. 



우리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두번 다시는' 이라는 말이다. 우리들은 남은 삶 전체를 에릭 없이 살아내야 한다. 오직 우리의 죽음만이 그의 죽음 때문에 겪는 고통을 멈추게 할 것이다. 


돌아온 모든 삶에 그 기억이 묻어있다. 나의 집에, 나의 방에, 나의 책상에. 나의 몸과 나의 마음에 나의 모든 것에서 그 흔적이 느껴진다. 그 흔적마다 눈물이고, 흔적마다 고통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얼굴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참으로 삶에는 고통 이상의 것도 있다는 사실을 내 자신에게 일깨워줄 것이다. 나는 기쁨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에릭이 죽었다는 사실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고 섣부른 위로를 하는 사람도 있다. 충분히 슬퍼하고 애통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지리라고 조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상처는 아물지 모르지만, 상처가 없어지진 않는다. 그 상처는 이제 나와 함께 가야한다. 



나는 내 삶을 회복하기 위해 너무나 힘겨운 투쟁을 하여야 하기에 당신에게 손을 내밀 겨를이 없다. 그 점에서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애통에 잠기지 않은 다른 누군가가 우리 둘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함께 합시다" 라고 사람들이 말할 때 그때가 그들에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가고, 수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잃었던 그 날, 많은 상담사들이 그들을 위로하러 갔었다. 그러나 그들을 위로한 것은 상담사의 따뜻한 말이 아니라, 생면부지의 남을 위해 기꺼이 달려와 그들을 돕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울어주었던 수많은 봉사자들이었다. '함께' 라는 단어에는 정말로 큰 힘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후회와 더불어 살리라. 후회를 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서 내 자신에게 입힌 상처 중 하나로 남겨두리라. 그러나 나는 그 후회를 영원히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후회를 기억해 살아남은 자들에게 더욱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것이다. 


'함께' 일 수 있기에 '홀로'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닐까? 가슴을 저미는 기억의 흔적들, 말하지 못했던 것들, 해주지 못했던 것들, 그 모든 후회들. 그 후회들도 결국 나의 일부이고, 마주보아야할 내 자신이다. 그 후회를 통해 나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 지나온 과거를 보고 있을까, 아니면 다가올 미래를 보고 있을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세상의 상처에 마음을 열어라. 인류의 애통함에 함께 애통해하고, 인류의 통곡에 함께 통곡하고, 인류의 상처에 함께 아파하고, 인류의 고뇌에 함께 고민하라.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기쁨으로 하라. 곧 평안의 날이 다가오지 않는가!'


누군가가 내밀어준 손을 잡고 일어난 사람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나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죽음의 패배를 온몸으로 살아내려고 애쓰리라. 나의 삶 가운데 내 아들의 죽음이 마지막 단어가 되지 않도록 하리라. 그러나 내가 일어날지라도 내 아들의 죽음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내 몸에 남아 있을것이다. 나의 부활이 그 상처를 지우지 않을 것이다. 그 상처는 나의 흔적이 되었다. 누구든지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나의 삶 가운데 내 아들의 죽음이 마지막 단어가 되지 않도록 하리라' 남은 자가 먼저 간 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언제쯤 에릭의 말을 듣게 될까? '아빠, 다녀왔습니다' 라는 말을 정말 들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내가 만들었고, 내 아들을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킨 자도 바로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좋습니다. 이제 안녕 에릭, 안녕,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소망의 하나님이 언제나 함께 하기를. 아버지와 아들에게 평안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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