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데이터 - 빅데이터도 말하지 못하는 고객행동에 관한 놀라운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최원식 옮김 / 로드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책이다. 스몰데이터라는 제목부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빅데이터는 들어봤는데 스몰데이터는 또 무엇인가? 그새 또 새로 배워야할게 늘어났나? 벌써 골이 아파진다. 책장을 열어보자.


저자가 말하고 있는 스몰 데이터란 일상 속의 작은 자취들에서 나타나는 숨겨진 욕망의 흔적들이다. 이런 스몰데이터를 찾기 위해서 저자는 10대 소녀들의 옷장을 살펴보고, 냉장고에 뭐가 붙어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며, 소년들의 신발사이즈가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가정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과는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가? 그들이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피하고자 하는 하는 근원적인 불안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저자의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선입관과 편견을 깨기 위해서 전혀 낯선 곳으로 자신을 던지고, 1년에 300일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자신의 호흡과 시야를 타겟 고객층과 맞춘다. 이것을 저자는 스몰데이터 마이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저자를 세계적인 브랜드 기획자로 만들어준 비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모든 데이터가 이제는 몰락한다고 예측했던 레고를 새로운 트렌드로 부활시킨 사례부터 시작한다. 소년들은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고 싶었고,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레고는 그 니즈에 충실히 부응했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냈다. 쇼핑몰을 만들기 위해서 그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분석하고 그들이 무엇을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회피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것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단서들을 토대로 고객들이 원하는 바로 그 장소를 구현해낸다. 시리얼을 디자인하기 위해 고부관계를 관찰하고 그들의 시야과 관계,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고 들여다본다. 그리고 두 사람의 니즈를 조합하는 핵심은 키라고 판단하고 키에 맞춘 디자인을 고안한다. 다이어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건 팔찌 하나였다는 것을 발견하고, 맥주의 디자인에는 무엇이 들어가야하는지를 고찰한다. 소녀들의 옷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의 꿈꾸는 옷장으로 매장을 변화시킨다.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셜록 홈즈가 아주 작은 단서들로 범인을 유추해내는 것처럼, 저자는 일상속의 작은 단서들을 조합해서 고객의 근원적인 니즈를 파악해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고객의 모든 경험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자 한다. 그 치밀한 전개가 가감없이 책에서 드러난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또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아야하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작업이 필요한지도.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절대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것은 수많은 브랜드를 부활시킨 저자의 이력으로 증명되는 바이다. 친절하게도 마지막 파트에 자신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7C라는 프레임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거대 플랫폼이 모든 걸 지배하는 요즘, 모두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고객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서 모든것을 예측하는 요즘에 인간의 직관이나 상상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제 모든것은 데이터를 통해서만 검증되어야 하고 데이터를 통해서 증명되어야하며, 데이터를 통해서만 결정되어야 한다. 수많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오늘도 로데이터를 가공하고 있으며, 마케터들은 컴퓨터 화면의 대시보드를 바라보고 있고, 대표들은 보고서의 수많은 지표들을 분석하며 생각에 잠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잠깐. 무언가를 놓치고 있진 않아?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상품을 만든다는 것. 어찌 되었건 사람에게 무언가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인간이 가장 중심이 되어야하는 것 아니야? 그런데 왜 인간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지?


물론 저자도 빅데이터의 유용성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한계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란 근본적으로 상관성만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인과성을 찾을 수만 있다면 빅데이터로 하지 못하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허무하게 가버린 이후 더 이상 인간의 직관력, 상상력은 세상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듯 하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것이 잡스같은 천재에게만 허용된 보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보화는 어쩌면 너무나도 작은 곳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세밀한 관찰, 바로 스몰 데이터이다. 



모든 사례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놓치게 된 것은 바로 잠재적 욕망이었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파악하게 되면 새로운 제품이나 브랜드, 신규 비즈니스로 실현될 수 있는 격차를 해소하는 데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세상의 모든 문화는 균형에서 벗어나 있고 어떤 경우는 과장되어 있으며, 그 과장 속에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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