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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밝은세상
원제 : You & a Bike & a Road (2017년)
2016년 3월 16일부터 시작된 자전거 여행은 5월 13일에 마무리 된다.
계획은 좀 더 가는 거였지만, “자신에게 포기를 허락한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 엘리너 데이비스.
시작인 저자 소개부터 마지막 장인 도서의 모든 정보까지 손글씨로 채워진 책이다.
저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거 보니 원작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이고, 영문과 한글의 글씨체도 비슷한 느낌을 찾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내어 온 책을 이전에도 여러 권 냈다.
뒷장 작가의 말을 보면 ‘미국이민자·난민 권리 네트워크’와 ‘인간 권리 연합‘ 두 단체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작가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여행길에서도 유색인종에 대한 미국인의 차별적 언행이나 선입견에 대해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사람들에게 그 계획을 알리고 출발하여, 마주한 자연환경, 호의를 베풀어 준 사람들, 시작과 다르게 따라와 주지 않는 무릎, 마음의 변화 등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여줄 작정을 하고 쓴 그림일기였겠지만, 자신에게 굉장히 솔직하고, 과감 없다.
중간마다 들어오는 문장들은 내 마음에 콕 박히기도 하였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사실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만나는 작업이다.
나도 중얼거려본다.
"내 그림이 예뻤으면 좋겠어."
"내 글이 따뜻했으면 좋겠어."
『You & A Bike & A Road 』 라는 원 제목을 보고' You'에 대한 해석이 궁금했다.
달리는 길 위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은 만나고, 도움을 받거나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라는 걸 몇 장을 넘기면 알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길에서 만난 감사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낯선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렇게 서로의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선물해준 자전거 여행기.
책을 펴낸 이후,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저자 엘리너를 떠올려 본다.
아이는 가졌을까. 요즘은 무슨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어떤 일상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을까.
책 한 권으로 만났을 뿐인데, 제법 그녀의 삶에 가까워진 듯한 기분마저 든다.
어디에 있든 안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