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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저는 요시다 슈이치 작가님 글을 너무 좋아해서 30권 가까이 되는 국내에 나와있는 번역본을 전부 읽었어요
'악인' 이나 '분노' 같은 인간 내면의 [악 惡] 에 대해 말하는 작품도 멋지고
'동경만경' 이나 '타이베이의 연인들' 같은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도 재밌었고
'요노스케 이야기'나 '원숭이와 개의 전쟁' 같은시대 풍자극도 좋았습니다
다 읽은 다음 다시 처음부터 읽을 수 밖에 없는 반전이 멋진 '사랑에 난폭' 같은 작품도 대단하구요
한 작품을 여러번 읽은것도 있고 아무래도 짧은 기간 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전부 다 읽은터라
' 나 이 작가님 좀 알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번 신간을 읽고는 좀 충격이었달까요~?
그동안에 읽어보았던 작가님의 스타일과 많이 다른 작품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책은 봄부터 시작해 각 계절마다 다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는 이들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겠고 그냥 각각의 단편인가 싶을정도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었어요
아주 평범하고 단조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 한편만 떼어놓았을때 대단한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큰 사건이 일어난것도 아니어서 도대체 작가님이 하고싶은 얘기가 뭔지, 그래서 이 사람들이 어쨌다는건지 좀 불친절한 전개가 아닌가... 하다가 겨울에 가서 그 퍼즐조각들이 한데 모여 작품을 완성하게 되네요
봄, 여름, 가을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70년 후 미래이야기가 겨울 이야기인데요 그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로 인해 어떻게 미래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미래 이야기다보니 당연히 SF 적인 요소가 있어요
미래의 운송수단, 인공지능과 인조인간, 타임슬립 등의 소재가 다뤄지다보니 그동안 인간 내면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했던 기존 작품들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다 읽고나니 결국 '미래'라는 설정은 그 각각의 인간들이 행했던 일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수단이었을 뿐 , 결국은 기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특히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 또한 "그 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아무도 지금 바꾸려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강조하셨더라구요
'다리를 건너 버리면 더이상 수정 할 수 없어요.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잘못된게 있다면 얼른 바르게 고치도록 노력해보세요.' 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다리를 건너다'
귀신이 등장하는 납량물은 아니지만 '내가 저지른 사소한 잘못 하나가 어쩌면 내 후손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 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하는... 등골 오싹한 이야기 였답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계신 작가님이라니 다음엔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고오실지 벌써 다음작품이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