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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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래빗은 제2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작으로 1950년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래빗으로 불리던 소녀 첩보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다. 1950년 전쟁에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참혹하고 비극적인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가슴이 저리다. 직접 겪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 보냈으리라. 1950년대 발발한 전쟁을 잊지 말고, 지속해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찾아내고, 그것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1950년대 숨은 영웅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많았을 것이며, 기록되지 않은 사연과 이야기도 상당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해져 내려오는 사실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글자화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1950년대 래빗으로 불리던 소녀 첩보원을 이야기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지 않은 자료를 모으려고 고생했을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를 근거로 소설로 쓰기까지 상당한 열정과 작업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적진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미군 제8240부대 산하 켈로부대 최대희 소령은 소녀들을 중요 적진에 투입해 적군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작전을 구상한다. 그렇게 모집된 소녀 첩보원들은 켈로부대의 작전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다. 





“해당 적진의 상황을 살펴보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작전명 ‘래빗’이었다.” 


“피란민으로 위장, 적진에 침투하여 동태를 파악하라. 적진에서 보고 들은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외워 보고하라. 그리고, 정제를 들키면 자결하라.” 


래빗 - 34p



 


 


켈로부대 전방에 서홍주가 있었다. 그녀는 산삼을 캐러 산에 올라갔다가 자신의 마을에 떨어진 폭탄으로 엄마와 동생을 잃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그녀는 소녀 첩보원이 돼 임무를 수행한다. 


 


험하고, 위험한 작전 지역에서 유일하게 임무를 잘 마치고 계속 죽지 않고 부대로 돌아오는 홍주는 ‘독한 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죽고 싶어 부대에 들어갔으나 그녀는 어쩌면 죽도록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민첩하게 행동하였고, 그렇게 그녀는 계속 살아 부대로 돌아왔다. 


 


부대에 같이 활동하던 첩보원들은 서로가 감시자였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서로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터인 것 같아 살 떨리게 끔찍하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전이라는 명목 아래 모집되는 사람들이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첩보원으로 활동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소녀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죽었는지 아니면 살아서 어떻게 사라졌는지 홍주는 몰랐다. 홍주가 매번 살아 돌아오자, 부대는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부대에서 통역사 현호와 같이 부부로 위장하여 적진에 투입시켰다. 


 


현호는 부잣집 외아들로 그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이었다. 영어를 하였기에 부대에서 통역사로 일했지만, 그에게서는 군인의 면모는 볼 수 없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직접적으로 현호가 홍주를 좋아한다는 문장은 없지만, 현호가 홍주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주와 현호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현호는 아군의 지뢰를 밟아 발목 아래를 잃어버렸다. 켈로부대 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그곳에서 일화를 만나 일화의 간호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발을 잃은 아픈 상황 속에서도 홍주를 더 걱정했다. 그녀가 다시 중공군 점령지역으로 작전을 위해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자, 그녀가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울었다.


 


홍주는 누구에게도 자기의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소녀 첩보원들과 함께 있을 때조차 그녀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 그녀는 중공군 점령지역의 유경에게 마음을 열었다. 유경은 배우가 꿈이었고, 소녀 첩보원 중에서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작전으로 인해중공군 점령지역에 정보원으로 투입되었다. 


 


중공군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 ‘카페’라 생각해 그녀는 카페를 운영했다. 그는 그곳에서 중공군을 이끄는 장웨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연기했다.


 


어린 시절 만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중국어를 할 수 있었지만, 철저히 첩보원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중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며 장웨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웨이 집에 꾸며놓은 인테리어를 보면 그는 상당히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이지만, 부하를 다루거나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장웨이로부터 들었던 정보가 다른 첩보원에게서 들어온 정보와 다르게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서 켈로부대는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항상 살아남았던 홍주를 중공군 점령지역으로 투입시켰다. 


 


홍주는 그렇게 유경을 중공군 점령지역에서 만났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홍주는 유경의 카페에서만 정보를 캐낼 수 없어 피난민처럼 옷을 갈아입고 피난민 수용소를 찾아가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보가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유경이를 찾아갔다. 


 


홍주가 유경이를 찾아갔을 때 이미 유경은 장웨이에게 의심받는 상황이었고,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유경을 중공군 점령지역으로 보낸 강지원 소위는 유경을 다시 위험한 지역으로부터 탈출시키고자 장웨이에게 접근했고, 장웨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강지원을 북한군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강지원은 유경과 장웨이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홍주까지 그곳에 온 것이었다.


 


장웨이가 유경이를 죽이려 하자 유경과 홍주는 창문 밖으로 간신히 탈출했고, 남아 있던 강지원은 장웨이에게 총을 쐈다. 유경과 홍주는 도망쳤다. 도망치는데 어느 순간 유경이 보이지 않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설 속에는 결말을 내지 않았다. 결국 소설에서는 홍주만이 켈로부대 살아 돌아왔다. 


 


그런 홍주는 전쟁이 끝나고 갈 곳을 잃고 방황했지만, 고향 마을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다. 1950년대에 처참하고, 위험한 현장 속 소녀 첩보원이 있었다는 것을 ‘래빗’을 읽으며 알았다. 전쟁에 살아남기까지 고통과 불안,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힘겹고 외로웠을까. 모두가 힘겨웠을 1950년대는 다시 오면 안 된다. 


 


이 소설을 통해 1950년대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고, 가족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다. 1950년대와 같은 비극적이고 비참한 일이 이 세상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1년이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1950년대, 그 시대로 회귀한 것 같아 머리가 아프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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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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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50년대 로맨스 소설이면서,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소설 주인공 엘리스는 조향사이다. 엘리스에게는 여러 명의 친구가 있다.


등장인물


(친구)

*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이자, 해링턴 앤 손스 서점 직원

*앤터: 트럼펫 연주자, 목공

*캐럴: 첼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에디: 빅토리아 역 계단 밑에서 노래


(사랑)

*달드리: 옆집에 사는 화가



엘리스와 친구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브라이튼 피어에 갔다. 그곳에서 엘리스는 점쟁이를 만났고, 점쟁이에게 이상한 말을 전해 듣는다. 그녀는 무시하고 싶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도 점쟁이 말이 신경이 쓰였다.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오래전부터 네가 찾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에 바로 네 뒤를 지나갔어.” - 31페이지


그녀는 점쟁이의 말이 신경 쓰였다. 결국 옆집에 사는 달드리와 함께 브라이튼 피어에 다시 가서 점쟁이를 만났다.


“앨리스, 네 안에 두 개의 인생이 있단다. 네가 아는 인생과 오래전부터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 이 두 인생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어. 내가 어제 말한 남자는 그 다른 인생길 어딘가에 있고, 지금 네 인생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거야. 그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더라도 만남은 아주 긴 여행 끝에 이뤄질 거란다. 그리고 그 여행 중에 네가 믿고 있던 모든 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다.” -57페이지


“너는 더 먼 남쪽에서 태어났고, 점쟁이가 아니라도 그건 알 수 있어. 네 이목구비가 증명해주거든.” -57페이지



그녀는 조향사로서 일하고 있었지만, 슬럼프에 빠져 있었고, 옆집 남자는 앨리스의 통유리창에서 교차로를 그리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렇게 서로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남녀가 비즈니스라는 명목하에 협의하고 여행길에 오른다. 그녀는 자신은 영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버밍엄, 아버지는 요크셔 그러나 점쟁이 말은 그것이 아니라 꽤 신경 쓰였다.


그녀는 달드리와 함께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를 경유해 튀르키예로 떠났다. 앨리스의 여정의 대부분의 경비를 달드리씨가 부담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무리 비즈니스적으로 서로 협의했다고 하더라도 여행 경비의 대부분을 지불한 달드리의 행동에 앨리스는 적어도 한 번쯤은 의심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말끝마다 우정이라는 말하고, 간헐적으로 서로 상당히 성격이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달드리는 결국 그녀를 좋아해 여행을 같이 떠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우정’이라는 말이나 단어를 계속 쓰는 달드리의 모습에서 사랑의 감정을 애써 감추려고 몸부림치는게 안쓰러워보였다.


그녀는 자기 인생의 중요한 남자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 이유였으리라, 그리고 점쟁이의 말도 신경 쓰였으리라 그러나 그녀는 달드리에게 조향사로서 지금까지 자신이 하던 것 말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더 좋을 것 같다는 뉘앙스를 더 풍긴 듯하다. 앨리스 역시 달드리에게 끌림이 있는데도 애써 그 감정을 모르는 듯하다.


그녀는 튀르키예의 칸이라는 가이드를 통해 그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칸은 최선을 다해 그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 덕분에 그는 자신이 영국 런던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키우던 유모가 자기 부모였다는 사실과 남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에게는 부모가 둘이었다. 약초를 연구하던 그녀의 생물학적인 부모가 아닌 아버지, 어머니는 영국 런던 출신이었다. 앨리스가 어릴적 말을 전혀 하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머니는 영국 출신의 어머니에게 찾아갔고 희한하게도 앨리스는 그녀 앞에서는 말을 했다. 결국 앨리스는 갑작스러운 아버지 죽음으로 영국 부모님와 함께 살았다.


그러나 너무 어릴 적 일이었기에 기억하지 못했다. 밤이면 악몽에서 시달린 것도 그녀가 기억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지 않았을까. 점쟁이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었지만 점쟁이의 말을 따라 움직여서 결국 그녀는 자기 엄마와 동생을 찾았다. 그녀는 여행할 때마다 그녀 자신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과거의 기억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향수 만드는 지한기르의 향수 장인을 만나 향수 만드는 법을 배웠고, 그녀는 칸의 고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서빙하면서 달드리가 돈을 보내주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튀르키예에서의 생활에 적응했다.


여행 내내 그녀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했고, 함께 여행했던 달드리가 영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달드리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언제나 마지막에 우정이라는 단어를 쓰고 편지를 마쳤다. 달드리는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려고 한 행동이었으나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앨리스를 끔찍이도 사랑한다고 느꼈다.


친한 이웃도 아니고, 앨리스는 그와 반대로 시끄럽고 성향도 다른데 자신의 유산을 써가면서 여행을 같이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비즈니스 상이라도 해도 앨리스가 그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살짝 답답해했다.


동생을 찾고 그녀는 영국으로 자신의 집을 정리하기 위해 돌아왔다. 자기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달드리가 자기 집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깨끗이 정리한 뒤라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그가 입었던 우비가 있었다. 우비 안에는 열쇠와 영수증이 있었다. 우비 안에 영수증은 브라이튼 피어의 영수증이었다. 그녀는 우비 안에 있던 영수증을 잃어버렸다가 결국 찾아냈고, 그 영수증은 그녀가 크리스마스 때 친구들과 같이 갔던 날짜의 영수증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오래전부터 네가 찾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에 바로 네 뒤를 지나갔어.” - 31페이지



그녀는 열쇠를 가지고 달드리의 집으로 들어갔고 얼마 후 달드리가 들어왔을 때 영수증에 관해 물었다, 예상대로 맞았다. 앨리스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남자라고 점쟁이가 말했던 사람은 달드리였다. 달드리는 그녀를 계단에서 처음 마주칠 때부터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사랑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선뜻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사랑하지만 바로 표현하지 못한 달드리에게 말하고 싶다. 용기 내보라고 더 용기 내서 표현하라고 진심은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진심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 주저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오랜만에 잔잔한 로맨스 소설 한 편을 읽으니 달콤하다.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이 성공적인 사랑으로 끝나 좋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듯하다. 달드리처럼 행동한 것은 아니지만 느릿느릿한 나는 연애도, 사랑도 실패다.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로맨스 소설을 통해 사랑의 씨앗을 심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지만, 적잖이 나이가 많다. 이젠 희망을 품을 나이도 아니다. 나는 달드리와 반대로 나에게 표현해 주고,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다. 그렇게 표현해 줬던 사람이 있었는데 떠나보낸 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나이가 많아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홀로 삶을 편히 잘 지내보련다. 오래간만에 느리고 잔잔한 연애소설 한편 잘 읽었다.



*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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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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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를 읽으며,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가 배경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곳이니 비슷하겠지만 이 소설에서 나오는 상황만큼은 비슷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비슷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드라마 모범택시의 이제훈이 갑자기 나타나 고구레 아저씨를 처단해 줬으면 좋겠닼

주인공 루리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오늘 본 일본 영화 “실: 인연의 시작”의 여자 주인공이 살았던 삶과 어쩌면 너무 흡사하여 마음이 아프다. 엄마는 늘 애인이 바뀌었고, 그녀는 성장하면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삶은 매우 지루했고, 어떤 희망도 없어 보였다. 그녀는 계약직 일은 하며 전전 근근하며 살아갔고,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을 속이고 만남을 이어왔던 한 남자에게 배신당했다. 스물일곱 살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 고독하고 외롭고, 지독하다. 그런 그녀의 삶에 일대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연히 편의점에서 쥐라라는 스무 살 아이를 만나면서부터 그녀는 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의 감정이 생긴다. 그리고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쥐라를 지켜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결정을 한다. 끝까지 그녀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국 이 소설의 끝에 그녀는 죽음을 맞는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인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이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주인공 루리는 엄마나 유부남인 것을 속이고 사귀었던 남자보다 자신이 중학교 시절 엄마의 애인이었던 유야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이 있었다. 그런 믿음 속에 그녀는 십 년정도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그를 찾아갔다.

그렇게 손을 내밀었을 때 손을 뻗어줄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라는 지역에서 살고 있던 유야는 밴드를 하고 있었고, 밴드의 멤버 중 돗키라는 사람이 있었다. 돗키의 자녀 중 첫째 아들은 히키코모리 생활을 몇 년 하면서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부모하고도 소통하지 않았다. 그런 요지군에게 편견 없이 편안하게 쥐라는 다가갔고, 그는 마침내 방 밖으로 나왔다. 단 한 사람의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인해 갇혀 있던 마음이 열어졌고, 그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쥐라 역시 루리 즉 에르메스로부터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자신을 믿어준 그녀 덕분에 자신의 비극적인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설에서 벗어났다고 나오지 않았지만 벗어났을 것이라 믿는다.

이 소설은 힘겨운 상황, 그리고 험난한 삶 속에서 자기를 믿어주고, 손을 내밀어 줄 단 한 사람만 있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가가 글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결국 주인공은 살해당하지만, 끝까지 쥐라가 새로운 삶을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에 그녀의 엄마도 살 수 있었다.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인해 성매매의 삶을 사는 쥐라,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온전한 가족이 아니었으며, 엄마와의 유대관계도 잘 형성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외롭고 고독한 루리, 몇 년 동안 자신 방 안에서 나오지 못했던 은둔형 외톨이 요지 등 이들의 삶을 우리는 그저 단순하게 바라보면 안 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예상하지도 못했던 불운한 삶이 찾아올 수 있고, 자신이 선택한 삶이지만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을 알더라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소설 속 인물들도 그러하다. 어떤 계기나 원인에 의해 그런 삶이 살고 있는 것이다. 어찌하다 보니 그런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관심, 손을 잡아준다면 인생은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소설은 무겁지만,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론 삶을 바꾸기 위해서 다른 환경에 놓일 필요가 있으며,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뿌리치지 말고 한 번쯤은 손을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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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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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련 책은 오래간만에 읽는다. 국제경영을 전공했지만, 세월은 이미 이십 년이 흘렀고 많은 부분 까먹었다. 전공과는 다른 경험을 쌓고 살아가기에 세상의 변화에 전공을 써먹은 적이 거의 없다.

이와 반대로 저자는 대학 때 전공이 경제학은 아닌듯하다. 그런데 미국에서 경제 관련 공부를 하고 직장도 은행이다 보니 경제적인 지식인으로 거듭난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공부가 다가 아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오지 않더라도 자신이 관심 가는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으로 공부한다면 그 어떤 지식인보다 훌륭한 지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업무적인 경험까지 비춰볼 때 실질적인 지식이 많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론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 막상 이론을 배웠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실제는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면에서 골고루 지식과 지혜를 겸비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을 했나 반성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깊이 공부할 생각은 없다. 희한하게도 나는 경제 분야에 한참 관심을 가지고 경제 신문과 경제 잡지를 구독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 그보다 내 주변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사는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그렇다고 전혀 경제에 대해서 모르고 살 수는 없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이상 돈은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경제적 지식은 배워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릴 적부터 경제적 지식을 가르쳐 주는 수업은 없었다. 그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돈! 돈!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만든 분위기가 이 사회 전반적으로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에 사는 이상 돈의 흐름과 돈의 생태계를 배울 필요가 있다. 점점 빈익빈 부익부로 가는 이 세상에 격노하며 자본주의가 아닌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지만 그 세상이 도래하기도 전에 이 세상이 멸망하지 싶다.

가파른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시민들의 삶이 핍박당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경제를 이해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는 과거의 경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고, 이 책은 그런 우리 과거의 경제에서 일어났던 위기에 대한 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위기나 당시 경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그 당시 기사 스크랩 및 수치를 도표화한 그래프를 많이 삽입하여 설명하였다. 그것들을 통해 경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한 모습이 느껴진다. 고정환율, 변동환율 등 국제 거래 시 여러 가지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것들을 배웠는데 그 많은 세월 속에 다 까먹었다. 그리고 여전히 헷갈린다. 이해하더라도 다시 헷갈리고, 헷갈리다가도 이해되기도 하고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이 책은 IMF 외환위기부터 시작해서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및 이후 인플레이션까지 다루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가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3학년 겨울에 터졌음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살짝 한두 달쯤 나와 기억하는 사태의 기간이 차이가 있는 듯하다. 아마 저자가 정확할 것이다.

어쨌거나 그때부터 취업 못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정부에서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전까지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는 잘 듣지 못했다. 석사까지 마친 언니가 취업이 안 돼 정부의 보조와 회사에서 일부 금액을 합쳐 월급을 받고 일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불안해서 회사 일 끝나고 교원 시험을 보기 위해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부터 취업이 서서히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경기 호황기를 지나 점점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 세대는 취업이 잘 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IMF 이후로 다들 스펙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어학 점수에 열을 올리고, 어학 점수가 높으며 취업에도 유리했다. 공부하지 않았다가 어학연수를 갔다 온 친구들이 다시 재수강을 통해 성적도 올리고 어학 점수도 올리면서 평소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성실히 학교 다니던 애들보다 더 좋은 곳으로 취업되었다. 그때부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었다.

2008년 서브 프라임과 모기지론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들었고, 미국의 부동산에 대해 심각하게 다뤘고, 미국의 금융권들이 사람들을 속였던 영화를 보이기도 했다. 소수 엘리트가 잘못 만든 정책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서 살았다. 소수의 엘리트는 자신의 가진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유명한 미국 기업이 파산하는 것을 2008년 뉴스를 통해서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경제적 위기를 우리는 잘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소수의 엘리트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금융상품, 경제정책을 잘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측면에서 이 책을 잘 읽고 지나온 경제적인 위험들에 대해 잘 인지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경제 위기가 어떤 연결고리를 통해 연결되고 발생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한때 브릭스 상품에 가입하라던 은행원에 말에 나는 가입을 했고,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는 그 상품은 결국 손해를 보고 해지를 해야만 했다. 은행원들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말하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나는 또 은행원에 속았다. 국채는 절대 손해 볼 일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손해를 보고 해지했다. 손해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말했는데 왜 발생했냐고 따져 물으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인 은행이다. 그들의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한다. 따라서 순진하게 금융권을 믿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경제적인 지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나처럼 은행원의 상품 설득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 책은 적절한 기사를 보여주면서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각국의 경제 이해관계 및 흐름을 말하고 있어 경제를 어려워해도 몇 번 읽다 보면 이해되기 충분하다. 그만큼 쉽게 쓰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집중하지 못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내가 오랫동안 경제 관련 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전 아르바이트 하면서 만났던 한 중년의 여성분이 떠오른다. 그녀는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타를 맞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해서 살다가 한순간에 빚쟁이로 전략해 버렸다. 미국의 집을 처분하고 남편과 한국에 들어와서 남편은 직장을 잡고, 자신도 집안의 경제적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해 일하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이렇게 경제 위기는 누구에게나 닥쳐 올 수 있다. 개인의 결정에 의해서도 올수 있지만 소수의 사람이 잘못 만든 정책과 결정으로도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돈의 흐름을 배울 필요는 있다. 부동산 유행이 번지면 쪼르르 부동산에 투자하고, 주식에 투자고,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식의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섭렵한 뒤 나름의 투자 방식을 통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는데 나도 해야지 했다가는 경제적 곤란을 맞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위기의 역사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금융위기, 경제 위기는 물론 세계에서 일어나는 경제 위기, 금융위기를 설명한 이 책을 읽으며 경제 지식을 조금이라도 쌓아두자.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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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망루
배이유 지음 / 알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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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밤의 망루는 8가지 주제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도서이다. (△검은붖꽃 △홍천 △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밤의망루 △옛날에 농담이 있었어 △소리와 흐름 △멈춘다 흐른다)

단편소설을 쓴 작가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장편소설이 나의 호흡과 더 맞다. 장편소설보다 짧은 분량에 다양한 내용을 압축해서 표현해야 하고, 주제를 가지고 써야 하므로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을 쓰는 행위가 더 힘들겠다는 생각은 든다.

나의 머리는 이과에 훨씬 가깝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국제경영을 전공했다. 나의 뇌는 단순하다. 그래서 이야기 전개 방식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보다 서서히 진행돼 구체적인 상황이 설명되고 생략되는 부분이 적은 장편이 더 나의 호흡과 맞다. 그래서 단편소설을 사랑하고 단편소설을 잘 이해하고 읽는 사람들이 사실 부럽다. 단편소설은 이따금 시도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밤의 망루 책 역시 나에게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러나 몇 번 곱씹어 계속 읽어볼 소설인 것 분명하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면서 여러 번 읽은 내용들이 많다. 다만 나의 낮은 이해도와 무지가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작가가 잘 쓴 소설을 잘 이해 못 한 나를 보면서 더욱 책을 읽고 단련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여러 단편 중 나는 ‘홍천’과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의 단편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홍천 단편이 더 내게 다가왔다.

서로 낯선 사람들이 자살을 위해 함께 만나 홍천으로 떠났다. 탁의 자동차를 타고, 미아, 제리, 본 네 사람은 각자의 삶의 고민으로 인해 자살을 결심한 듯했다. 운전했던 탁은 여러 번의 사업 실패와 이혼을 통해 굴곡진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느껴졌다. 미아는 어린 자식을 엄마 맡기고 자살하기 위해 낯선 사람들과 떠나는 길 위에 동참한 듯했다. 제리는 직장 상사의 폭언 등 삶에서 자신의 하고 싶은 말들을 뱉어 내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적 상처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본은 외국에 입양과 파양 그리고 다시 입양을 반복했던 사람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힘들었을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들은 자살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으로 떠났다. 그들이 도착한 숙소에서 자살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식욕으로 우선 맥주, 냉동피자 등을 먹는다. 연탄불을 피웠지만 순간 탁의 말에 그들은 자살을 위한 행동을 멈춘다.

“바로 옆의 내린천이 래프팅으로 유명하답니다. 지금이 하기 좋은 계절이래요. 나, 너 우리.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루를 선물하는 건 어때요.” -52p

이 말 때문에 본을 제외한 그들은 자살에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온다. 이 단편을 읽으며 그들이 삶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지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팠다.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자기 생각과 아픔을 들어줄 사람, 그저 비판하지 않고 그대로 안아주고 믿어줄 단 한 사람만 있었더라면 그들은 자살까지 결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가 언젠가부터 점점 각자도생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서글프다. 집단적인 문화를 강요하는 것도 나쁘지만 개인주의에 각자도생까지 요구하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아 무섭다. 코로나 전부터 1인 창업을 시작해 2021년 폐업까지 나는 개인적으로 조직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시 2022년부터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바뀐 사회문화에 적잖이 당황했다. 2017년 말까지 조직 생활 후 2022년 공백 속에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 영향인지, 아니면 시대적 변화의 영향인지 당황스러웠다. 아니면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이 조금은 다른 형태의 조직일 수도 있다.

이런 날로 심해지는 사회라고해도 고민하고 있는 한 개인의 목소리를 적어도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극한까지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살을 하려고 모인 네 명이 래프팅으로 하루를 선물한 그 하루 덕에 그들은 다시 일상의 삶을 돌아갔으니 말이다.

한번 읽을 때는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두 번 읽으니 더 이해가 잘 되었다. 단편은 한번 읽은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단편을 잘 이해하려면 한번 읽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야 작가의 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편보다 짧은 길이의 단편을 쓰려면 오히려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이 압축적이면서 주제를 담기가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밤의 망루의 여러 다른 단편을 틈틈이 더 읽어봐야겠는 결심을 한다.

“그거 알아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정말 내뱉고 싶은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을 때 얼마나 답답한지. 용기와 관련된 것일 거예요. 나는 비겁하고 용기가 없었어요. 상대방의 급소를 말로 치고 싶은데, 머리통을 날리고 싶은데 내 말이 총이 되지 못하고 그만 꼬리를 내려버리죠. 상대가 불편해하거나 싫어할 말은 조금도 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눈치를 봤던 거죠.

저항할 줄 모르는 말들이 가슴속에 꽉 들어찼는데도 그 말이 벽에 갇혀 뚫고 나오지 못하고 압력으로 팽창해 있을 때 지독한 고통을 느껴요. 쏟아지는 폭언 앞에서 대항할 그 한순간의 비명 같은 말이라도 쏟아내고 싶은데 도저히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할 때, 해야 한다는 의지와 다르게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는 내 말이 얼마나 답답하고 바보 같은지, 그거 알아요.

그해 여름에도 내 안에 울분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아 3년 전인가. 그 여행에 동행했던 건 약간의 즉흥성도 있었어요. 나를 억누르던 널빤지를 부숴버리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 나를 똥째로 깨부수고 싶었어요. 해머로 내리치듯. 똬아!” - 39p

위문장이 요즘들어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1인 창업을 하면서 전혀 돈을 벌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고, 단순한 기간제 일자리로 하루 6시간 정도나 8시간 했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단순한 일이었으니까. 그때의 기간제와 지금의 계약직은 다르다. 계약직인데 정규직처럼 일을 시키고 월급은 적다.

1인 창업을 접고 일자리를 구하면서 마흔이 훌쩍 넘은 나는 기존에 했던 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고, 지금까지 정규직으로 일했던 일자리는 낼 수 없었다. 그나마 나이를 잘 적지 않는 계약직 자리나마 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의 경력을 인정해 줄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가장 낮은 직급의 자리로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했다. 내가 선택한 삶이지만 가끔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점점 뒤로 가는 이 인생이 미치게 화가 날 때가 있다.

지금의 나는 홍천의 제리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참다가 말하는 편이지만 여기는 그런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답답한 분위기를 가진 조직이다. 그 간 남자들과 일해 마음에 안 들면 싸우기라도 해 서로 대화로 풀었는데 이 조직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이 무척이나 엘리트층에 속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알게 모르게 그런 행동들이 드러난다. 자신들은 타인들에게 신사적으로 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속한 부서의 가장 높은 상사 즉 나보다 네 살 많은 상사에게 들어가서 보고하면 내가 이야기를 다 끝마치지도 않았는데 알아들었다며 내 말을 잘라버린다. 알아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거의 보고하러 갈 일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보고할 일이 있어 들어가면 으레 무시하는 느낌을 받아 울화통이 터진다. 너희가 다닌 직장 규모보다 훨씬 더 큰 조직에서 있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런 곳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직장생활하며 사건 사고도 무수히 많이 겪었다. 남자분야에서 일해 선입견으로 거래처에서 문전박대 당한 적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감당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지금 내가 겪은 이런 무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 회사들에서는 오히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잘한다는 말에 사람들이 나를 경계하면 경계했고,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으면 더 받았다. 나를 싫어해도 일 잘해 다른 부서로 이동갈때도 나를 데려갔다. 그런데 이 조직은 자신들이 엄청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좀 많다. 사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그놈의 박사 딱지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남을 무시하는지 인간이 덜 된 듯하다. 차라리 월 천만원 벌수 있는 곳에서 개업하지 왜 이런 곳에 와 박사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박사가 아닌 직원의 말도 경청해야 스스로 존경받지 않을까. 겉으로 젠틀한 척 하는 것이 더 역겹다.

나는 박사 학위를 가졌다고 그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하고 일 머리는 다르다. 머리가 똑똑한 것 인정한다. 조직에서 엄연히 직책이 있는데 자신이 박사 학위가 있다고 박사라고 불러달라고 했다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얼마 전에 다른 부서의 사람을 통해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다. ‘박사 그래서 그게 얼마나 대단하니’ 진짜 존경받을 사람은 굳이 자신이 먼저 그러라고 하지 않아도 먼저 불러 줄 것이다. 그리고 존중해 줄 것이다.

나이가 많아 조용히 다녀야 하지 했는데 가끔 분노가 올라온다.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어제부터 찾아보지만, 이 나이에 딱히 어디 갈 곳이 없다는 현실을 느끼며 다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이 단편소설이 더 나에게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다 보면 또 웃는 날이 올 것이고, 그것은 어떤 작은 시발점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곱씹을 문장을 필사를 해봐야겠다. 나의 감정을 사그라뜨리기 위해서라도.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서평인지 제 개인적인 고백인지 모르겠네요. 너무 감정이입되어 서평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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