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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래빗은 제2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작으로 1950년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래빗으로 불리던 소녀 첩보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다. 1950년 전쟁에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참혹하고 비극적인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가슴이 저리다. 직접 겪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 보냈으리라. 1950년대 발발한 전쟁을 잊지 말고, 지속해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찾아내고, 그것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1950년대 숨은 영웅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많았을 것이며, 기록되지 않은 사연과 이야기도 상당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해져 내려오는 사실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글자화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1950년대 래빗으로 불리던 소녀 첩보원을 이야기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지 않은 자료를 모으려고 고생했을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를 근거로 소설로 쓰기까지 상당한 열정과 작업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적진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미군 제8240부대 산하 켈로부대 최대희 소령은 소녀들을 중요 적진에 투입해 적군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작전을 구상한다. 그렇게 모집된 소녀 첩보원들은 켈로부대의 작전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다.
“해당 적진의 상황을 살펴보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작전명 ‘래빗’이었다.”
“피란민으로 위장, 적진에 침투하여 동태를 파악하라. 적진에서 보고 들은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외워 보고하라. 그리고, 정제를 들키면 자결하라.”
래빗 - 34p
켈로부대 전방에 서홍주가 있었다. 그녀는 산삼을 캐러 산에 올라갔다가 자신의 마을에 떨어진 폭탄으로 엄마와 동생을 잃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그녀는 소녀 첩보원이 돼 임무를 수행한다.
험하고, 위험한 작전 지역에서 유일하게 임무를 잘 마치고 계속 죽지 않고 부대로 돌아오는 홍주는 ‘독한 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죽고 싶어 부대에 들어갔으나 그녀는 어쩌면 죽도록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민첩하게 행동하였고, 그렇게 그녀는 계속 살아 부대로 돌아왔다.
부대에 같이 활동하던 첩보원들은 서로가 감시자였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서로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터인 것 같아 살 떨리게 끔찍하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전이라는 명목 아래 모집되는 사람들이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첩보원으로 활동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소녀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죽었는지 아니면 살아서 어떻게 사라졌는지 홍주는 몰랐다. 홍주가 매번 살아 돌아오자, 부대는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부대에서 통역사 현호와 같이 부부로 위장하여 적진에 투입시켰다.
현호는 부잣집 외아들로 그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이었다. 영어를 하였기에 부대에서 통역사로 일했지만, 그에게서는 군인의 면모는 볼 수 없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직접적으로 현호가 홍주를 좋아한다는 문장은 없지만, 현호가 홍주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주와 현호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현호는 아군의 지뢰를 밟아 발목 아래를 잃어버렸다. 켈로부대 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그곳에서 일화를 만나 일화의 간호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발을 잃은 아픈 상황 속에서도 홍주를 더 걱정했다. 그녀가 다시 중공군 점령지역으로 작전을 위해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자, 그녀가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울었다.
홍주는 누구에게도 자기의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소녀 첩보원들과 함께 있을 때조차 그녀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 그녀는 중공군 점령지역의 유경에게 마음을 열었다. 유경은 배우가 꿈이었고, 소녀 첩보원 중에서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작전으로 인해중공군 점령지역에 정보원으로 투입되었다.
중공군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 ‘카페’라 생각해 그녀는 카페를 운영했다. 그는 그곳에서 중공군을 이끄는 장웨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연기했다.
어린 시절 만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중국어를 할 수 있었지만, 철저히 첩보원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중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며 장웨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웨이 집에 꾸며놓은 인테리어를 보면 그는 상당히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이지만, 부하를 다루거나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장웨이로부터 들었던 정보가 다른 첩보원에게서 들어온 정보와 다르게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서 켈로부대는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항상 살아남았던 홍주를 중공군 점령지역으로 투입시켰다.
홍주는 그렇게 유경을 중공군 점령지역에서 만났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홍주는 유경의 카페에서만 정보를 캐낼 수 없어 피난민처럼 옷을 갈아입고 피난민 수용소를 찾아가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보가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유경이를 찾아갔다.
홍주가 유경이를 찾아갔을 때 이미 유경은 장웨이에게 의심받는 상황이었고,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유경을 중공군 점령지역으로 보낸 강지원 소위는 유경을 다시 위험한 지역으로부터 탈출시키고자 장웨이에게 접근했고, 장웨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강지원을 북한군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강지원은 유경과 장웨이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홍주까지 그곳에 온 것이었다.
장웨이가 유경이를 죽이려 하자 유경과 홍주는 창문 밖으로 간신히 탈출했고, 남아 있던 강지원은 장웨이에게 총을 쐈다. 유경과 홍주는 도망쳤다. 도망치는데 어느 순간 유경이 보이지 않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설 속에는 결말을 내지 않았다. 결국 소설에서는 홍주만이 켈로부대 살아 돌아왔다.
그런 홍주는 전쟁이 끝나고 갈 곳을 잃고 방황했지만, 고향 마을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다. 1950년대에 처참하고, 위험한 현장 속 소녀 첩보원이 있었다는 것을 ‘래빗’을 읽으며 알았다. 전쟁에 살아남기까지 고통과 불안,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힘겹고 외로웠을까. 모두가 힘겨웠을 1950년대는 다시 오면 안 된다.
이 소설을 통해 1950년대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고, 가족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다. 1950년대와 같은 비극적이고 비참한 일이 이 세상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1년이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1950년대, 그 시대로 회귀한 것 같아 머리가 아프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