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종일 무겁게 내려앉아있더니...드디어 굵은 비가 쏟아진다.

어제 보았던 고전 드라마 발레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는데..날씨까지 이렇게 나의 마음을 가라앉게 할 줄은...
그래서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종일 니키아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내가  발레  '라 바야데르'를 처음 접한 건...
199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현재 유니버설  문훈숙단장이 니키아로 나와 가슴설레이는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10년전 이었다...

어제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보고있으니...10년 전에 보았던 그 시간들이...
마치  그 때의 무대와 무용이 서로 오버랩이되며 선명하게 되 살아난다.

그리고 그 후...미국을 여행하며...비디오 테이프로 된 'The Royal Ballet in LA BAYADERE'를 구입하여 소중하게 간직하고있다...

나에게 들려온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공연소식은...옛 친구를 만나듯한 
그리움이 되 살아나게하여..무척 가슴설레이며 기다려지는 공연이었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창단 25주년이 되었다고한다...한 해에 100여건의 국내 공연과 해외 공연을 하고있으며...언제나 객석은 입추에 여지가 없이 모두 채워진다고한다...나도 이제는 아이 엄마가 된 딸과..유니버살 발레단이  늘~~ 보아왔던 연말의 '호두까기 인형 '으로 20여년 전 부터 자주 보아왔던 공연들이다.

그 중에서도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 발레단이 자랑하는 단연 매머드급 발레에
속한다..
대규모의 무대장치...150여명의 출연진. 400여벌의 화려한 의상과...
대형 코끼리가 무대에 등장을 하고, 궁전의 결혼 피로연 장면의 여러 종류의
빠른 춤의 향연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3막의 망령들의 왕국은 지젤과 백조의 호수등과 더불어 3대 발레블랑(백색 발레)
이라 부르는
장면은 아름답고 애절한 음악의 변주에 따라...새하얀 튀튀와 하얀 스카프를 두른 32명의 망령들이 일사불란하게 언덕을 내려오는 장면은 환상적이며  발레의 군무를 감상하며 압권하는 장면이다.

예술의 전당이 재 개관을 하고 두 번째 찾았던 어제의 공연장에도 관객은 만석을 이루었으며...모두 기대와 흥분된 마음으로 객석에 앉이있는데...공연 30분전에 문훈숙단장(예전에는 공연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지만...)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과..우리에게 생소한 인도 사원의 이야기이기때문에 발레 동작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마임과 그 의미, 상징성..그리고 무용수들의 어렵고 상세한 공연을 임하는 마음을 ..설명하는 문훈숙 단장의 모습에서...자상한  설명과 목소리 그리고 관객을 배려하는 고운 미소를 보며 발레 '라 바야데르'의 성공적인 공연을 공감 할 수 있었다.

막이 오르고...인도 힌두사원 정경이다...
탁발승 마가다베야의 무용으로 발레는 시작되었다..

나는 10년 전에 보았던 무대 배경이 너무나 똑같아서 잠시 놀랐으며 그 때...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무용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그리움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브라만의 등장에서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껴졌다...어딘가, 불안한 듯한 성큼 성큼한 걸음거리...그리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눈 빛...그의 사랑과 질투와 분노가 한 순간에 느껴졌다...오늘의 개스팅 무용수를 살펴보니...'콘스탄틴 노브셀로프'가 브라만으로 나온다...10년전에 보았던 브라만은 기억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으로만 남아있는데...어제 공연의 브라만은 그 손짓하나에서...그리고 표정에서 모든 감정이 응축되어있다가...쏟아져나온다...

젊고 용맹스러운 전사 솔로르(황재원)..화려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솔로르역의 황재원은 이번 공연이 주역으로서 은퇴공연이라는 말에 새삼 더 신경을 써서...그의 동작 하나, 하나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보았다.

사원의 무희 니키아(임혜경)의 가늘고 여리지만 격정적인 춤은...인도로..그리고 환상속으로 몰입을 하게한다.

솔로르와 맹세한 사랑...그러나 라자왕의 권력앞에 공주 감자티(이상은)에게  빼았긴 사랑...그들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혼신을 다하여 춤을 추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니키아...그녀가 하루 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애절한 몸짓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 눈앞에 어려온다....

그리고 니카아를 사랑하는 최고 승려 브라만...

받을 수 없는 사랑인 줄 알면서도 그녀에게 향하는 그의 정열과 사랑과 질투...그리고 분노...'라 바야데르'에서 브라만의 역할이 결코 작은 비중이 되지 않는다...

라자왕의 신임을 얻기위하여 공주 감자티와의 결혼을 거절 못하는 전사 솔로르...솔로르를 사랑하는 공주 감자티역의 (이상은).. 아름다운 자태와 춤은...역시 감탄스럽다.

다른 무용수 보다 조금 키가 커서...조화를 이룰 수 있을 까 생각되었지만...그녀의 정열적인 몸 동작에는 공주로서의 기품이 배어나온다

보통 발레 공연을 가면 음악과 무용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이번 공연에서는 다른 발레 공연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자막이 나온다...간단하게 보여주는 자막이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그러나 '라 바야데르'는 드라마적인 발레라는 이야기가 어울리게 많은 무용수들이 심리적인 변화가..옴 몸으로 그리고 눈 빛으로 뿜어내고있었다...

2막의 호화로운 궁정 에서 보여진 춤의 향연...무대장식도 좋았고...더욱 의상이 돋보이며 무용수들이 각자의 기량을 최고로 발산하여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고있다...부채춤과 앵무새춤... 물동이를 머리에 얹은 마누의 춤...인도 춤..그리고 흰두사원의 무희들과 어울리는 '황금신상의 춤'이 과연 압도적이다.

황금으로 온 몸을 장식한 무용수는 혼신을 다하여...춤을 추었다...전에도 느낀 일이지만...'황금 신상의 춤'이 더...길었으면, 조금 짧아서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하연이 끝나고 코끼리를 탄 솔로르가 등장하여 공주인 감자티와 듀엣이 되어
춤을 춘다...
흰 의상과 푸른 빛의 솔로르...두 사람은 하나인 듯 무대를 정렬과
아름다움으로 장식한다.


보라 색 인도풍의 아름다운의상을 입고 결혼식 축하 무용을 하기 위하여 나온 주인공 니키아...슬픔과 고뇌의 춤을 추고있는 도중에 받은 솔로르가 보냈다는 꽃 바구니...변심한 연인이지만 그가 보낸 꽃 바구니를 들고...기쁨의 춤을 추는 니키아...그러나 그 속에있던 라자왕이 보낸 독사에 물려 쓰러지고만다...

브라만은 해독제를 주며 자신과 함께 멀리 떠날 것을 요구하지만 니키아는 솔로르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죽음을 선택한다.

3막 ...

자신의 배신으로 인하여 죽은 니키아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솔로르 ...탁발승 마가다베야의 도움으로 환각속에서 니키아를 만나고...유명한 환상속  발레블랑(백색 발레)가 펼쳐진다...

마침내 그 속에서 니키아를 찾아내는 솔로르....그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막이내려졌다...



아름답고, 이국적이며,고전 발레의 묘미를 보여준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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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좋은 것들

글 / 헬렌므로슬라   

그는 내가 가르치던 미네소타주의 모리스에 있는 성모 마리아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우리 반 학생 34명 모두가 사랑스런 아이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마크 에클런드는 특별한 아이였다.

얼굴도 잘생겼고 특유의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 때문에
이따금 짓궂은 장난을 쳐도 밉지 않고 모두를 즐겁게 만들었다.

마크는 또 늘 떠드는 학생이었다.
나는 수업 중에 허락 없이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마크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주곤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잘못을 지적할 때마다 마크는 매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 잘못을 바로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녀님!"

처음에는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말을 듣다 보니 곧 익숙해졌다.
한 번은 오전 수업 중에 마크가 너무 심하게 떠들어댔기 때문에
내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 당시 나는 신참 교사였다.
나는 마크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만일 한 마디만 더 떠들면 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버리고 말 테다."
그런데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처크가 일러바쳤다.
"선생님, 마크가 또 떠들었데요."

물론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마크를 감시하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한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했다.
 
그날의 일을 나는 마치 오늘 아침에 일어났던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교실 앞쪽에 있는 내 책상으로 걸어가
신중하게 서랍을 열고 넓은 접착 테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한 마디 말도 없이 마크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테이프를 크게 두 조각으로 잘라서는 마크의 입에다 엑스자로 붙였다.
그런 다음에 나는 다시 교탁 앞으로 돌아갔다.

나는 마크가 어떻게 하고 있나 보려고 슬쩍 곁눈질을 해서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그 순간 마크는 내게 윙크를 던지는 것이었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화가 난 내 행동에 주눅이 들었던 반 아이들이 모두 박수를 쳐대며
웃어댔고,
나는 다시 마크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 냈다.
내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마크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제 잘못을 바로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녀님."

그 해가 다 지나갈 무렵 나는 중학교로 옮겨가서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크가 다시 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마크는 훨씬 더 미남이 되어 있었고 공손했다.
내가 가르치는 중3의 '어려운 수학'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야 했기
때문에 마크는 전처럼 떠들 수도 없었다.

어느 금요일이었다.
수업 분위기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우리는 1주일 내내 난해한 수학 공식에 매달려 씨름을 했으며,
내 느낌에 학생들은 자포자기 상태인 것 같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나는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이 살벌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 모두에게 백지 두 장씩을 나눠주며
적당한 간격으로 급우들의 이름을 전부 적게 했다.
그런 다음 그 이름 옆에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 사람의
좋은 점과 멋지고 훌륭한 점 모두를 적으라고 말했다.

그날의 수업은 그것을 작성하는 것으로 다 보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자기들이 작성한 용지를 나한테 제출하면서
교실을 나갔다. 처크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마크는 이렇게 말했다.

"저를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녀님, 좋은 주말을 보내세요."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나는 별도의 백지들을 가져다가
한 장에 한 명씩 학생들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그 학생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 말한 내용을 거기에 전부
적어 내려갔다. 월요일이 되었을 때 나는 그 리스트를 남학생과
여학생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어떤 아이는 두 장이나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 오래 가지 않아서 아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로 내가 그렇단 말야?"
아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 왔다.
"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이토록 멋있게 보일 줄은 몰랐는걸!"
"다른 아이들이 날 이렇게 좋게 생각하고 있는 줄 정말 몰랐어!"

그리고 나서 수업이 시작되었고,
수업 중에는 누구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이 방과 후에 자기들끼리 혹은 부모에게 가서 그것에 대해
얘기를 했는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내 시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학생들은 다시금 서로에게 우정을 느끼게 되었고 수업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

학생들은 차츰 나이를 먹고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흘러서 어느 해 여름인가,
나는 방학을 맞아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의 부모님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어머니는 늘 하시는 대로
내 여행에 관해 물으셨다.
날씨는 어떠했느냐, 어디를 들렀느냐, 재미는 있었느냐 등등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문득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곁눈질을 하며 단순히 "여보."하고만
말씀하셨다. 그러자 아버지가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이렇게 입을
여셨다.

"얘야, 마크네 집에서 어제 밤에 전화가 왔더구나."
"그래요?"
나는 놀라서 말했다.
"몇 년 동안 통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마크는 잘 지낸대요?"
그러자 아버지가 나지막이 대답하셨다.
"마크가 베트남에서 전사했단다.
장례식이 내일인데, 마크의 부모는 네가 꼭 참석해 주길 바라더구나."

오늘날까지도 나는, 아버지가 차를 운전하고 가시면서 마크의
죽음을 전했던 I-494번지의 그 길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나는 군대용 관속에 누워 있는 병사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마크는 훨씬 더 미남이 되어 있었고 어른스러웠다.
그 순간에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마크, 네가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접착 테이프들을 다 내던져 버릴 텐데.

성당은 마크의 친구들로 만원이었다.
처크의 누이동생이 미합중국 병사의 노래를 불렀다.
왜 장례식 날이면 비가 내리는 걸까?
그 날도 비가 줄기차게 퍼부어서 무덤까지 걸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신부님이 통상적인 기도를 하셨고, 나팔수는 영결 나팔을 불었다.
마크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다가가
마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관 위에 성수(聖水)를 뿌렸다.

관 위에 마지막으로 축복을 내린 사람은 나였다.
내가 관 앞에 서자 관을 메는 사람 중의 하나였던 군인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수녀님께서 마크의 수학 선생님이셨나요?"
나는 관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이 말했다.
"마크가 선생님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마크의 동창생 모두가 처크의 농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니 마크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기다린 눈치였다.
"선생님께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크의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말했다.
"마크가 죽었을 때 품속에 이것이 있더랍니다.
우리는 선생님께서 이것을 기억하고 계시리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가 꺼낸 것은 노트 용지 크기 만한, 접혀 있는 두 장의 종이였다.
접힌 자리가 닳아서 여러 번 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있었다.
나는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을 보지 않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마크의 급우들이 마크의 모든 좋은 점들을 적어 낸 바로 그 종이였다.
마크의 어머니가 말했다.

"이런 일을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보시다시피 마크는 이것을 늘 보물처럼 여겼답니다."
마크의 옛 급우들이 우리 주위로 몰려왔다.
처크가 약간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아직까지 제 것을 갖고 있어요.
내 책상의 맨 윗 서랍에 항상 간직하고 있지요."
존의 아내가 말했다.
"존은 그것을 우리의 결혼 앨범에 끼워 놓았어요."
마릴린이 말했다.
"제 것은 언제나 제 일기장 속에 들어 있어요."
그러자 또 다른 급우였던 비키는 작은 손가방을 열어 지갑을
꺼내더니 그 안에서 너덜너덜해진 그 종이를 꺼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전 언제나 이것을 갖고 다녀요."
비키는 반짝이는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것을 간직했군요."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마크를 위해, 그리고 다시는 그를 만나지 못할
그의 모든 친구들을 위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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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호주 여행을 하며...울룽공의 바닷가...어느 날.....

먼~~먼~~바닷가로 나갔습니다.
그 곳에...조대하여 주는 이 없어도....

굉음을 울리며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좋았습니다.
파도는 무서운 소리로 다가오고있었지요....

지탱할 수 없이 불어오는 바람속에서...
지는 해를 보았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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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향기 / 김자인



이웃집에 살다가 이사 간 윤정엄마나 소정엄마는 나이도 비슷해서 친구처럼 지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땐 서로 의논하고 지낸 이웃사촌이었다. 그들이 동네를 떠나자 난 무엇을 잃어버린 듯 몹시 서운했었다. 그 뒤로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만나기도 했으나 해가 갈수록 점차 만남의 횟수도 줄어들었다.

이집트에 살다가 뉴질랜드로 떠난 소정엄마는 가끔 전화를 하거나 편지로 소식을 전해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으로 전해오는 그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흐뭇해진다. 꽃향기는 꽃이 시들면 향기마저 없어져버리지만 만남의 향기는 그들이 떠난 후에도 내 마음속에 그리움의 향기로 남아 때론 그 향기 속에 머물 때도 많다.

한동안 소식 없던 윤정엄마가 전화를 했다. 시장엘 다녀오는데 나와 똑같은 여자가 저만치 앞서가기에 부리나케 쫓아갔다고 한다. 아파트 입구까지 따라갔는데 불러도 못 듣고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는 것이다. 먼발치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바람에 나를 놓쳐서 무척 아쉬웠다며 오늘 그 아파트에 왔었냐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았지만 그녀도 가끔 날 생각하고 있는 듯해서 반가웠다. 윤정엄마나 소정엄마에게 나는 어떤 색깔로 각인되어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세상을 살다보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 만남 속에서 끈끈한 정이 오가기도 하고 마음을 다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어떤 이는 처음 만났을 때 말하는 태도와 행동에서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의 마음속은 알지 못한다고 여러 번 만나고서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전생에 오백 번이나 만난 인연이 있어야 금생에 잠깐 옷자락이라도 스친다는데 부부로 만난 인연이나 형제 자식과 사제지간, 친구지간이 되려면 수 천만번 은 만난 인연일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생의 팔고(八苦) 를 말한 여덟 가지 괴로움 중에 두 가지 만남에 관한 것이 있다.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 (怨憎會苦)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하는 괴로움과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하는 괴로움이다. 둘 중 하나는 누구나 겪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면 그래도 사랑의 향기가 남아있겠지만,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할 때는 그 괴로움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향기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고약한 냄새만 날 것 같다.

소설가 펄벅여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듯, 미워하는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인격과 인품이 갖추어져있고, 거기에 교양까지 지닌 사람들을 만나면 밑바닥에 가라앉은 교양이 슬금슬금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 한다. 향기 나는 꽃들과 있으면 그 향기가 몸에 배듯이 교양 있는 사람들 곁에 있으면 나도 그래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미워하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가듯이 교양 있는 사람들을 닮아가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지만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들 만큼은 그래도 무언가 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향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 두었다가 내가 지혜의 샘이 모자랄 때마다 내 안에서 조금씩조금씩 배어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고두고 맡아도 싫지 않고 가끔은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인연의 향기를, 내 안에 담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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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님의 "조반니 아리기와 아마르티아 센"

KBS-TV '책읽는 밤'시청을 마치고... 2009년 올해의 책 눈부신 역작 부문에 로쟈님의 <로쟈의 인문학 서재>가 선정되신 기쁜 소식을 듣고...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많은 날들을 노력하심에 눈부신 발전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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