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3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지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 키보다 세배는 길어보는 긴 막대에 페인트 붓을 묶어서 주황빛으로 둥그렇게 칠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큰 해와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아이보다 훨씬 커서 거대하게 까지 보이니, 여느 대가의 그림같이도 보인다. 그런데 그 주황빛 그림안에 '점'이라고 책제목이 써 있는것을 보니, 그 거대한 주황빛 둥그러미가 '점'인가 보다. 이렇게 거대한 둥그러미를 '점'이라고 할수 있을까? 태양이나 희망같은 이름이 더 어울릴듯 하다. 만약 이 그림에 색 칠하는 어린이가 없고, 주황빛 둥그러미 밖같에 커다란 액자 프레임이 있다면 분명 어느 대가의 미술 작품으로 보일것이다.

얼마전 우리나라 그림 중 가장 비싼 그림 베스트 10을 본적이 있다. 이수근 화백의 작품이나 이중섭 화백의 그림은 익히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보아온 그림 이기도 하고 '소'라든지, '빨래터'라든지 하는 구체적 주제가 드러나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그림이라 그 가격이 할만 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가장 비싼 그림의 1위~5위를 차지하는 김환기 화백의 그림은 캔버스에 단색조로 채운 그림들인데, 그림을 잘 모르는 나로써는 왜 그 그림들이 그렇게 비싼지, 그렇게 가치가 높은지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 뭔가 규칙이 있는것도 같고 작가 나름의 철학, 주제형상화가 되어 있는것도 같아 그냥 구체물을 그린것보다 더 심오하고도 귀해 보였다. 그 그림을 보면서 장자 천하편에 나오는 '至大無外 (지대무외) 至小無內 (지소무내)가 생각났다. '지극히 큰것은 바깥이 없고, 아주 작은 것은 안쪽이란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로 장자의 친구 혜시의 말이다.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 비록 캔버스 안에 한정되어있지만 그 그림은 끝없이 크다는 는낌, 지극히 작은부분까지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이렇게 세기에 빛나는 그림으로 인정받고 추앙해 마지 않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나의 짧은 소견이지만, 그림의 가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잘 묘사한 그림, 화려한 색채의 그림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내면의 무엇인가를 온전히 쏟아부은 그 사람만의 독창적 화풍이 그림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점'이라는 그림책은 그러한 그림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는 그림책이 아닌가 한다. 표지의 커다란 둥그런 점은 그림을 그린 '베티'만의 그림에 대한 철학, 그림에 대한 편견을 깬 그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김환기 화백의 그림과 같은 가치를 지니는 대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듯 하다.

베티는 실은 처음에 미술시간 내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학생이었다. 어떻게 그려야 할지, 무엇을 그려야 할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단 한 점도 그리지 못하고 그냥 내내 깊은 고민에 휩싸여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미술시간은 끝났고, 베티 앞엔 다만 하얀 도화지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베티 앞에서 선생님은 '눈보라속에 있는 북극곰'이라고 해 주셨다. 하지만 베티가 아무것도 그리지 못했다고 하자 무엇이든 그려보라고 하셨다. 베티는 가운데 툭하고 점을 하나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이름을 썼을 뿐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베티의 그 그림을 액자에 고이 넣어 책상위에 걸어주셨다.

베티는 그까짓 점, 더 잘 그릴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수채화 물감을 꺼내 점을 그리고, 색을 섞어서 그리고, 점없은 점그림도 그리고, 큰 점, 작은점, 많은 점을 그린 그림을 내놓아 마침내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전시회까지 열게 되었다. 그야말로 그냥 찍었던 점 하나가 마침내 거장을 탄생하게 했던 것이다. 선생님의 그림그리는 아이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작은 점에서 그림을 출발해서 그림에 대한 열정과 그 전의 그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깸으로써 마침내 한 작가가 탄생하게 된것이다.

이 책 '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1. 그림이라는 것이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고정관점은 없다는 것.

2.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는 것.

3. 거장은 스스로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는 것.

4. 누구나 그림을 쉽게 시작할수 있다는 것.

등등....

이 중에서 나는 1번이 가장 맘에 와 닿는다. '至大無外!' 무엇이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은 무엇도 그 안에 담을수 없다. 무엇이든 담아낼수 있는 경계가 없는 큰 마음과 이상.

짧은 그림책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점그림책 #점그림책을 읽고 #지대무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道德經) 十章

載營魄抱一(재영백포일), 能無離乎!(능무이호!)

專氣致柔(전기치유), 能嬰兒乎!(능영아호!)

땅의 형체와 피를 한몸에 싣고, 하늘의 거대한 하나를 품에 껴안는다. 능히 이 양자가 분리되지 않게 할수 있겠는가?

기를 집중시켜 부드러움을 이루어, 능히 갓난아기가 될수 있겠는가?

(중략)

生而不有(생이불유), 爲而不恃(위이불시),

長而不宰(장이부재), 是謂玄德(시위현덕).

낳으면서도 낳은것을 소유하지 않고, 지으면서도 지은것에 기대지 않고,

자라게 하면서도 자라는 것을 지배하지 않네. 이를 일컬어 가믈한 덕이라 하네.

요즘 날마다 도덕경을 공부하고 있다.

도덕경 공부가 이번이 세번째다. 도덕경은 참 어렵다. 처음에 공부할때는 선생님이 있어서,, 겨우 겨우 쫓아가면서 무슨 말인지 귀를 기울였지만, 태반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두번째 공부는 혼자서 독학으로 책을 읽으며 필사하며 했다. 그제야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갔다. 지금 공부하는 세번째는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진도를 나가고 있다. 워낙에 유명한 선생님 강의를 보고 들으니, 그나마 조금 더 이해가 가는가 싶다.

내가 이렇게 도덕경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도덕경을 공부하면서 내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성미 급하고 강하고 밀어붙이기 좋아하는 성격에서 좀더 느긋해지고, 배려하고,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수 있게 될수 있도록 조금 이나마 변했기 때문이다... 암튼 고전공부는 수양에 좋은듯 하다.

그래서 요즘 도덕경에 꽂혀있다보니, 읽은 책도 도덕경의 배움에서 그 의미를 찾게 된다.

'공중그네'는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만난 환자들을 치료(?)하는 괴상한 과정을 재미있게 엮은 소설이다. 이 책으로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이책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수상 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작가로 거듭나 그후로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야쿠자 중간보스, 어느 날부턴가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는 하마 같은 덩치를 지닌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내내 핫팬츠 차림으로 나다니는 엽기 간호사 '마유미', 이들의 못 말리는 황금 콤비. 이 책은 일본 현지에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131회 나오키상 수상 장편소설 『공중그네』. 엽기적인 행동과 유쾌한 사건들로 이어지는 이 책은 결국 '이라부' 박사만의 독특한 치료법이 환자들에게 돌파구를 찾아 주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예스24에서 퍼옴)

책의 소평만 보더라도 이 책이 주는 유머와 메세지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다. 뭐든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심각하게 고뇌하다... 심각하게 아무것도 못하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이라부는 철없어 보이는 해답을 내놓으면서 사람들이 가볍게 자신의 문제를 접하고 해결할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환자들이 이라부를 처음 만나고 나서는 '뭔 이런 또라이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돌팔이로 생각하지만, 이라부만의 명쾌한 해결책으로 모두들 만족한 효과를 보게된다. 환자들이 공통으로 느낀것은 꼭 5살 어린애와 같은 이라부의 태도와 말투. 새로운 것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호기심 앞에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직접 부딪혀서 경험해 보는 무모함. 누가 환자인지 의사인지 모를 떼쓰기... 그런 의사를 만난 환자들은 어이 없어 하지만, 결국엔 스스로 문제 해결의 단서를 만나게 되고..

명의라고 해야할지 괴짜라고 해야할지. 암튼 모두 해결을 했으니, 명의라고도 할수 있겠다.

그럼 이 명의가 탄생할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라부가 '專氣致柔(전기치유), 能嬰兒乎!(능영아호!)'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를 모아 부드러워 지기를 능히 아이와 같이 할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온갖잣대, 시선, 보편이라고 하는 폭력 앞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선입견없이 바라볼수 있는 시선과 마음. 이라부는 도를 깨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지극한 도의 경지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을 가지는것. 도를 깨쳤다는 선사들의 일화를 들어보면 그들 처럼 순수하고 맑고 호기심에 차고 편견없는 사람들이 없는것 같다. 이를 일러 '해탈'이라고 하는데, 이라부는 이런 해탈에 이른 사람이 아닌지...

나의 과대망상, 견강부회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고무줄과 같은 탄력을 가진 사람은 도덕경에서 말하는 '上善若水'의 경지, 모든것을 아우르고 덥으며 차별이 없는 낮고 널리 퍼지는 물과 같은 사람이 아닐련지 모르겠다.

그래서 마침내는 사람이 자신이 낳은것이지만 소유하지 않고, 기르게 하면서도 거기에 기대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여 거하지 않음으로써 영원히 거하게 되는 경지를 갖게 되지 않을까.

공중그네를 읽고 너무 과하게 해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또한 나만의 생각이니...

세파에 찌든이들에게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책. 오쿠다 히데오 책은 가끔씩 들추며 일상에 작은 웃음을 가지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사태는 시작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모를 거대한 쓰나미로 인류를 뒤엎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스때 그랬던 것처럼, 메르스때 그랬던 것처럼 사태가 진정되고, 백신이 개발되면 점점 사그라져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사태는 끝이 보인가 싶다가도 이어지고 심해지고 다시 좋아지기를 반복...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아 이제나 저제나 끝나려나만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이사태가 끝나고 내가 되찾고자 한 일상은 무엇이었을까? 끝도없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끝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상? 모두들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더 누리고 남들보다 더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고 좋은 것을 먹고 살기 위해 아등거리는 일상? 돈이 세상의 최고이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쓰기 위해 밤낮없이 바쁜 삶?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일상이 과연 이런것이라면, 과연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쳐야 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코로나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은 그동안의 인간의 야만이었다. ‘역사상 전례없는 인류의 자연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공장식 축산과 인구밀집, 지구온난화.’(p.8 최재천)

이 책에서는 왜 이런 코로나사태가 우리 인류에게 도래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세상은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석학 6인이 이사태가 왜 발생하게 되었고 이후는 어때야 하는지 각 분야 전문영역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 인류의 삶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역설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명박정부를 기점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기 전후로 여러분~ 부자되세요!’가 유행어이고 부자되세요!’가 덕담이었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행복해 질거라는 신기루에 이명박정권이라는 사기꾼 신기루 정치권력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747이라는 행복특급권이라 여겨지던 것은 말짱 거짓이었다. 쓸데없이 토목건축업 재벌들만 살찌우고 국고를 낭비한 4대강사업으로 국민을 우롱하더니, 급기야 전 대통령의 목숨을 앗아가기까지 하는 경제라는 신화 뒤에 숨겨진 욕망의 민낯에 우리 모두 질려버렸고, 그 후 과연 돈이 그렇게 행복의 절대 기준인가에 대한 회의와 함께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그 미명을 깨지 못하고 다음 대통령으로 박근혜정부가 탄생하였지만, 그 속의 비선실세라는 엄청난 비극을 맛본 후에야 우리는 정말, 돈이라고 하는 것, 개발이라고 하는 것, 보수라고 하는 것에 대해 그만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대통령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국민적 성숙한 민주의식과 행동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우리는 한번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자본주의에서 주는 향긋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 돈이 많으면, 더 개발하면, 더 맛있는걸 많이 많으면, 더 더 더... 끝없이 욕망하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현 사태는 주객이 전도된 경제체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 무한 이윤 추구와 성장이라는 수단이 모든 국민을 잘 살게 하자는 목표, 즉 공공·복지·생명을 앞질러서는 안된다는 것. 우리가 가야 할길이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것’(p.8 장하준)을 우리는 놓치고 있었다.

 

이 책에서 석학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의 시기라는 것. 우리가 돌아가고자 하는 일상은 돌아갈수도 돌아가서도 안된다는 거대한 목소리.

이제 현 세계를 떠받치던 체제, 즉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라는 네 개의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제 어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새로운길은 선명한다. 시장근본주의의 극복,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민주주의 구축,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방역, 욕망에 대한 질서부여, 인간 서식지 무한 확대의 방지, 도시적 공간집약화 해소가 그 이정표 이다.’(p.9 홍기빈)

 

우리나라의 이번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거대하고 붙잡고 있던 미국에 대한 탈미국화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번 코로나사태로 우리로부터 신화적인 신망을 잃을것이며 미국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그 전환은 급박할 것이다.

지난 한 세대를 걸쳐 위기대응의 공공 인프라를 초토화해온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당연시 되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온 생각들은 뒤바뀔 것이다.’(p.10 김누리)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 왜일까? 어리석은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이, 인간과 인간이 서로 도우며 공존하는 것을 싫어하는 자들. 혼자서만, 자기들끼리만 더 많은 것을 탐하는 자들. 지구의 아픔, 타인의 고통위에 권력과 부의 철옹성을 쌓은 자들, 한줌도 안되는 어리석은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p.11 정관용)

 

이제 우리 그동안 어리석은 자들의 논리에 포장에 선전에 놀아나던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코로나사태로 깨닫고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길을 밝혀준 6명의 석학에게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바꾼 한국사 역사인물 10인의 만남 (보급판, 반양장)
윤은성 지음 / 미디어샘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만남은 몇번이나 있었을까?

어린시절 시골 중학생이던 나와 농활왔던 대학생들과의 만남, 남편과의 만남 정도일까?


어린시절 나는 위대한 인물들, 유명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좋은사람들끼리 만나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회의 정점으로만 달리는지 부럽기만 하였다. 하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 누가 있을까? 아마 세상을 바꾼 한국사 역사인물 10인도 그렇게 유명하고 위대한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고 성장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을 지라도 그 만남으로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으리라... 

만남은 책에 나오는 유명인, 업적인이 아니라도 모든 필부필부들에게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는 어떤 만남들이 있었는지, 또 내 옆의 사람들은 어떤 만남을 가졌었는지, 혹여 누군가와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지는 않았는지 내내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것은 수없는 만남이었으리라. 작가는 이러한 '만남'의 소중함의 절실함을 깨닫고 그렇게 성실하게도 공부하고 연구하여 이 책을 써서 사람들에게 인생에서의 만남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하고 싶었던 모양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솔직히 말해 많이 불편했다. 책의 작가와 나의 역사관이 많이 다른까닭이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나로써는 책날개에 나와있는 작가에 대한 소개가 전부인데, 무지개대안학교라는 학교를 만들어 인생의 멘토를 자처하며 많은곳에서 좋은 교육을 하는 분인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인인것 같고, ymca와 같은 단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은 아닐까, 우리사회에서 말하는 우측쪽의 정치성향을 가진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맨 뒤에 보면 이 분이 이 책을 쓰면서 참고했던 수많은 책들이 나온다. 이 분이 이 책을 쓰면서 그러한 책들이 배경지식이 되고, 참고를 많이 하여서 썼겠지만, 역사는 결국 사관의 문제이다. 똑같은 일도 어떤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것이 역사이다. 그래서 역사는 시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진다. 5.16 군사쿠테타가 나라를 살리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고 칭송받은때가 있었던가 하면, 군사독재의 막을 연 군인들의 반민주적 행태였다는 평가로 바뀐것 처럼.


우리 역사 기록은 일제시대때 대부분 정립되었다. 역사상 최초 역사서라고 하는 삼국사기에서 부터 조선역사를 정리한 조선전사까지 그 의미와 평가가 일제시대때 쓰여졌고, 그 사관이 지금까지 도도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이 사관은 우리 민족은 게으르고, 더럽고, 가난하고, 부패한 관리가 수탈한 역사로 점철한다 해도 별다름이 없다. 

우리 민족이 과연 그런 민족일까? 그러한 민족이 어떻게 기원전 2333년 고조선에서 부터 현재까지 유구한 50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올수 있었으며 민족적 전통을 가지고, 동북아에서의 중국 다음으로의 패권국으로 당당히 유지해 올수가 있었단 말인가? 

앞서 역사는 시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나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일제시대때 정립되었던 그 관점으로 보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의 눈으로 역사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갖고 싶다.


일단, 이 책에서 고종은 한없이 우유부단하고, 비개혁적이며, 외세에 왔다갔다하는 망국의 주범으로 나온다. 정조의 서거이후 세도정치가 판치면서 조선 말 매관매직과 수탈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스스로 국가를 개혁하고 세워보고자 민중이 일어선 동학이라는 종교도 있었고, 홍경래의 난과 같은 민중봉기도 있었다. 어쩌면 박근혜대통령을 탄핵했던 그 시기와 같이 민중이 일어서서 역사를 바꾸려고 했던 대변혁의 시대였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민족은 스스로 부패한것을 엎고 새롭게 바꿀수 있는 민족적 힘과 정화할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외세가 그 틈바구니를 이용해 끼어들어온 것이다.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살긴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때로는 싸우고 화해하고 서로 얼크러져 사는 마을이 있었다고 치자. 문제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그 공동체는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잘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웃마을에서 강도가 되어 우리마을을 쳐들어왔다. 앞선 무기를 들고 우리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그래서 그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사람들이 많이 죽고 도망가고 싸우다 부상당하고 좌절한 마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책임이 마을이 쑥대밭이 되게 한 촌장의 책임인가, 강도와 같이 쳐들어와 유린한 범죄자의 책임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범죄자의 책임은 묻지 않고, 마을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촌장의 문제, 평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싸울수 있는 체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주민이 문제인것으로 생각했다. 생각해보라! 강도가 문제이지 피해자가 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남겨놓은 악랄함이 있다. 피해당할만 해서 우리는 피해를 당했다. 우리의 고종이 문제였고, 민족성이 문제였고, 우리의 게으름, 우리의 문화, 우리의 사람들이 문제였다고 우리 스스로 여기게 한 것이 일본의 기막힌 역사적 전략이었다. 

일본은 우리를 식민지화 하며 가장 애쓴 부분이 바로 우리 역사와 민족성에 대한 자기무시와 자기자멸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해방없이, 일제시대때 일본학자들에게 배운 학자들이 그대로 우리 역사를 기록하고 가르쳤으니, 그 식민 역사관은 오늘날까지도 우리 폐부에 깊게 각인되어있다. 그래서 이런 좋은 책을 쓰고자 고생한 성실한 작가에게서도 그러한 면면을 볼수 밖에 없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고종은 과연 그렇게 우유부단하고 자기생존적인 기회주의 사대주의 자였을까? 일본이라는 강도를 상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약소국의 황제였을까? 

김옥균과 갑신정변은 우리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한 개화파였을까? 아니 일본을 등에 업는 친일정권을 세우는 것이 진정한 개화와 발전이라고 오판한 시대의 사생아였을까?

독립협회는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한 우국충정의 단체였을까? 청나라와 러시아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이 뒷돈을 댄 친일단체였을까? 참고로 독립협회의 활동한 시기는 아관파천 시기 아직 을사조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활동했던 단체이다. 


이렇듯 역사는 내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렇게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심히 마음이 불편했다. 나와 사관이 많이 다른 까닭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알지못했던 소중한 분들과 만남들에 대해 알게 되어서 기뻤다. 특히 안창호와 만난 남강 이승훈, 신의 이태준의 만남과 그들의 고매한 인생이 감동적이었으며, 보재 이상설의 댓쪽같으면서도 열정적인 독립운동은 우리네 선비의 풍모를 엿볼수 있는 통쾌함과 그의 실패에 대한 깊은 절망을 함께 느낄수 있었다.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은 역사를 이끈 10인의 만남을 중심으로 이어나가다 보니, 항일무장투쟁을 이끌었던 인물이나 역사적 장면을 만날수 없다는데 있다.


나와 사관이 다르고, 어느쪽으로 치우친 역사적 측면이 있기는 하나, 이토록 성실하게 조사하고 직접 찾아가서 역사서를 쓴 작가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의 나를 만든것은 수많은 만남에 있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독서모임 '봄'이 두번째 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과의 만남이, 이 모임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또한 설렌다. 이 만남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줄수 있을지, 나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만남이 되길, 또한번 오늘 만난 모든이들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밍꼬발랄 코믹스 3 밍꼬발랄 3
김혜련 지음, 라임스튜디오 그림, 밍꼬 감수 / 겜툰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밍꼬 넘 좋아요!! 매일 유튜tv로 밍꼬 봐요~ 솔직 발랄 참신 웃음을 선사해 주는 밍꼬 사랑해요~ 밍꼬발랄코믹스 1,2도 예약구매 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