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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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글은 묵직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바만 쓴다. 그래서 읽는 이도 명쾌하게 글을 읽을수 있다.

김훈 작가야 말로 '이 시대의 작가'라고 자타공인할수 있는 작가다.

전작들에서도 그의 묵직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의 책들로 많은 감동과 힘을 받았는데, 이번 책은 더욱 마음에 꽂히며 묵직하게 만든다.

한 나라의 황제, 황태자이면서도 이다지도 멍청하고 분간을 못하는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시대에 대한 '우한의식'을 가지고, 온세상을 걸머지고 그 시대의 거대악을 소멸시키는데 온 생을 다 한 사람이 있다.

안중근 의사야 온국민이 아는, 국민영웅이나, 과연 그가 현재 살아있다면, 지금의 모습을 보고어떤 개탄을 할지....


한 나라의 황제, 황태자이면서 그다지도 멍청하고 분간을 못하는 인간이 이 시대에 또 있으니한심하고 한심할 따름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이라니...! 안중근의사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 현재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1909년 10월의 그 어느 쓸쓸한 날 블라디보스토크 밤거리를 배회하며 나라의 안위를 생각하며고심했을 안중근의사의 '우환의식'의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하는 길은 무엇일까?....

#하얼빈 #안중근의사 #김훈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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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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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책들이 모두 인문학책들이었는데, 대부분 읽기 어려운 책들이었다.

책읽는 것이 즐거움 이어야 되는데, 기를 쓰며 읽어야 무슨 말인지 겨우 이해가 되는 책들이었다.

책을 읽는 것이 일이 된 느낌들이라,, 독서에 좀 흥미가 떨어진 상태였다.

이 책 '언어의 온도'도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이라 약간 의무감으로 집어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이번엔 '의무'가 아니라 '힐링'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의 문자로 된 언어로 마음이 포근 해질수도 있다는 것을 오랫만에 느껴봤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주고받은 대화들이 그냥 친한 친구들과의 소소한 수다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오랫동안 언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소소하게 주고받는 대화에 항상 귀를 열고 들으면서 그때 그때의 감동을 한편 한편 에세이로 이 책을 엮어 놓았다.

그 에피소드들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만날수 있는 흔한 모습들이다.

장애아들이 힘겹게 걸음을 연습하는 것을 보아주는 노모의 모습, 지하철에서 아픈 아이의 이마를 짚어주는 할머니, 치매를 앓게 되면서 아내의 생일이라도 기억하고자 매일 읽고 쓰는 경비원의 이야기...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연들을 작가는 기억하고 발굴해서 책으로 엮었다.

책의 리뷰를 쓰기 위해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나 하고, 한번 읽어 보았다.

그런데 웬걸, 혹평 일색이다.

'뭐 이따위 책이 있냐? 초등학생 백일장을 엮어도 이보다 낫겠다. 수준이 바닥이다. 이-북 산 돈도 아깝다....'

당황스러웠다. 170만부를 찍은 베스트셀러에 이렇게 혹평 일색이 걸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순간, 나의 '감동'에도 문제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책 나름대로 용도가 있지 않을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대작이 있는 가 하면, 새로운 사유와 철학에 대해 공부할수 있기도 하고, 새로운 트렌드나 미래에 대해 상상해볼수 있는 책도 있다.

밥도 그냥 대충먹는 밥도 있고, 잘 차린 만찬도 있고, 가벼운 디저트도 있다.

이 책을 밥으로 따진다면, 힘든 하루의 오후 쯤 친한이와 편안한 분위기있는 카페에서의 달콤한 티라미슈와 함께 마시는 커피같다고나 할까.

엄청난 베스트셀러여서 뭔가를 단단히 벼르고 집어든다면 분명 실망스러울 수 있는 책인것 같다.

그냥 바쁜 일상에 치이거나, 내 마음이 너무 삭막할때 가볍게 집어들어서 한편 한편 읽다보면, 세상 사는게 뭐그리 대수겠냐...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며 일상의 소소함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삶이 아닐까 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소소하고 잔잔하게 일상의 언어로 위로를 받은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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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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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봐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것은 잘 모르겠다.

우주는 열에너지의 이동, 그러니까 높은열에서 낮은열로의 이동. 그리고 낮은 엔트로피가 높은 엔트로피의 이동에 의해 변화가 창출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물도 그저 일정기간의 사건에 불과하다.

이 정도가 내가 이해한 정도이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느끼는 것은 다만 나의 뇌속의 기억에 의한 것일뿐이다.

우주 전체는 조금씩 붕괴 되는 산과 같다. 매우 서서히 무너지는 구조물과 같다.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아주 복잡한 사건까지, 우주 초기 낮은 엔트로피로 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점점 성장하는 엔트로피의 춤이 진정한 생명의 여신 시바의 춤인 동시에 파괴자인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173쪽

사람들이 우주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약 137억년 전 블랙홀이 빅뱅이라고 하는 폭발로 인해 생겨났다는 것 정도이다.

그 폭발로 인한 에너지의 파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나선형으로 계속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태양계는 약 45억년전에 생성 되었고, 우리 인류의 조상은 멀게 보아도 500만년전에 지구에 출현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유일무이한 생명이 살고 있는 별이 아니며, 또 우주의 중심도 아니고, 그저 광활한 우주의 한귀탱이에 명멸하는 작은 별일 뿐이다.

인류가 보았을때 너무나도 광대한 우주는 우리가 알기에도 품기에도 너무나 크다. 가름할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도 우주 차원에서는 아주 의미가 없는 변두리의 우리만의 작은 약속같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우주에는 시간이 없다. 현재라는 것 또한 의미가 없다.

그저 에너지의 이동, 파동이 있을 뿐이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것이 인류의 영원한 명제일 것이다.

이 하찮은 지구에 조그만 땅떵이 안에서 그것도 서로 이리 갈리고 저리 갈리고 아웅다웅하며 에너지의 파동에 치여 멸망을 향해 질주하며 살아야 할것인가?

우리에게 주어진 답은 분명하다.

나에게 주어진 삶은 우주에서 부여해준 특별한 어느 한 찰라이다.

다시는 올수 없는 나. 다시는 겪을수 없는 인연들, 사건들.

그래서 더욱 내 삶이 애틋하지 않은가?

시간도 없고 영속하는 것도 없고 뚜렷한 것도 없는 이 세상에 우연히 생겨나 느끼고 생각하고 웃고 울며 사는 인생.

후회없는 찰라를 만들리라.

나의 작은 파동이 우주를 바꿀지 누가 알겠는가?

#시간은흐르지않는다 #카를로로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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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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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自手成家'라는 말은 네이버 사전에 '혼자 힘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우거나 큰 성과를 이루어 놓음. 남의 도움이나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라고 나와있다.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 책 '라틴어 수업'을 읽고 '자수성가'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수성가 自手成家' 란 혼자 힘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우거나 큰 성과를 이룬것 보다 더 큰 의미의 것이라는 것. 혼자 스스로 오롯이 감내해 한사람이 '성인' 또는 '어른'으로 성장한 사람에게 불리울 만한 말이 아닐까.

이책의 저자 한동일 교수는 그렇게 스스로 우뚝선 사람. 세상에 오롯이 혼자이면서도 큰사람. 이런 사람이 정말 자수성가하는 사람이라고 부를수 있지 않을까.

저자 한동일 교수는 중학교때 세계의 모든 이들이 공부의 경쟁상대이자 공부의 무대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엄격한 공부의 나날을 보냈다. 영어, 라틴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어학공부를 매 시간계획을 세워 꼬박 혼자서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리고 로마로 유학 가서도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어마어마해서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교회법학석사학위를 최우등으로 수료하고 이듬해 동 대학원에서 교회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6년뒤시험 문제만 200쪽이 넘고 장장 12시간 동안 라틴어로 치러야 하는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로 로타 로마나 설립700년 이래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인이 되었다.

이 과정은 잠깐 눈으로만 훑어 보아도 너무나도 큰 시련과 고독과 혹독한 과정의 시간이었을 것이리라 짐작이 된다.

어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책상앞에 묵묵히 앉아 매일 공부에만 몰두하는 그의 삶의 태도에 지금의 거대한 '어른'이 씨앗이 싹을 틔워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지금은 그 나무가 거대한 수목이 되어 수많은 자연의 묻 생명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있다.

나의 공부의 무대는 '세계'라는 중학생의 작은 꿈이 마침내 열매를 맺고 세상에 빛을 내고 있는 순간들이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 무언가를 이뤘지만 나는 아직 눈에 띄게 이룬 것이 없다면,

그와 내가 걷는 걸음이 다르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나와 그가 가는 길이 다를 뿐이죠.

라틴어수업 181p

나는 나만의 걸음과 속도가 있다는것. 그것은 누구의 기준도 아닌 바로 나자신의 기준과 속도가 중요 하다는 것.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위와같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많은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누구나에게나 유한한 삶이기에 무한한 자연에 비하면 어느시점에 왔다가 어느시점에 갈수밖에 없음을 이야기 하며 너무 애달볶달하지 말고 현재 자신이 선자리에서 최선을 다할것을, 행복을 찾을것을 이야기 한다.

책의 제목이 '라틴어 수업'이기에 라틴어에 대한 어학공부책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영어를 비롯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까탈루냐어어등의 모어로써 라틴어가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와, 단어들의 어원을 알려주면, 로마제국 당시의 문화, 역사,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삶에 대한 지혜를 주는 인문서이다.

물론 읽으면서 '라틴어'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수 있게 된다. 우리가 많이 쓰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아모르 파티(Amor fati)’이런 말들이 다 라틴어 임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이책을 읽으면 이 책의 부제목인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에 한발짝 다가선듯 하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욱 빛난다고 했던가. 한동일교수의 어둠의 시간, 고독의 시간들이 그만큼 짙었기에 오늘의 그는 어느누구보다 빛나고 아름다운것 같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과 색깔과 속도가 있다. 우리는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나의 속도로 내 삶을 '지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수 있다.

지금 비록 어둠의 시간이라도 어둠과 비례하는 빛을 만나게 될테니, 오늘의 나의 집중하며 즐겁게 살자!

#라틴어수업 #한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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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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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상상하고 자신도 그 이야기의 한 가닥으로써의 삶을 살았다.

서사가 있는삶. 그 삶은 나와 우리가 함께 공존했으며, 시간 또한 함께 유구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이야기가 있는 삶에는 의미가 있고, 나의 존재 가치가 있고, 내가 맡아서 해 나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삶은 공허하지 않았고, 흐르는 시간이 빠르지도 급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 삶의 향기를 맡으며 시간의 향기, 이르테면 '떡갈나무 향기'같은 향기로운 삶을 살았다.

'최고의 행복은 아름다운 것 곁에 사색에 잠겨 머루르는데서 생겨난다'(p129)

중세 후기에 이르러 일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종교개혁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삶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직업은 인간을 향한 신의 부름으로까지 격상되었다. '오직 일에서의 성공만이 신에게 선택받은 징표로 해석된다.'(p144) '오직 더 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때만 우리는 신들의 마음에 들수 있다.'(p145)

이제 노동, 노동이 만들어낸 가치가 산업혁명과 함께 도래함으로써 화폐가 세상의 주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제 사람은 일을 하지 않으면 무가치한 사람이 되었다. 자신의 노동으로써 화폐를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수 있다.

'일의 지배는 너무나 완벽해져서 노동 시간 바깥에는 오직 때우고 죽여야 할 시간밖에는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일의 전면적 지배는 다른 삶의 형식, 다른 삶의 기획을 몰아낸다. 이제는 정신조차 일을 하도록 강요당한다.'(149p)

서사가 없고, 나의 이야기가 없는 삶은 이제 '권태'로울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 하는 시간 외의 휴식시간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끊임없는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이또한 깊은 '권태'를 더욱 깊게 할 뿐이다.

현대사회에서 '권태'롭지 않은 삶이란 무엇일까? 다시 시간의 향기를 되살리는 일이다.

'모든 사색적 요소가 추방되어버린 삶은 치명적인 과잉활동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의 행위 속에서 질식할 것이다. 사색적 삶을 되살려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삶만이 숨쉴수 있는 공간을 열어줄 것이기 때문이다.'(181p)

이제, '노동의 민주화에 이어 한가로움의 민주화가 도래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의 민주화가 만인의 노예화로 전복되는 것을 막을수 있을 것이다. .... 니체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따라서 관조적인 면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인간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181p)

#시간의향기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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