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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알래스카의 부름을 받은 사람만 온다.'
이런 소설을 읽노라면, 나의 삶은 너무나 평범하고, 이 둘레를 크게 벗어나지도 못하고, 활동반경도 너무 짧고.. 거기다 우왕좌왕하다가 나이만 훌쩍 많이 먹어버렸으니... 오늘이라도 '알래스카'로 훌쩍 떠나고 싶은데, 왜 붙박이처럼 떠나지 못하고 선망만 하고 살고 있는지... 이런 번민이 불쑥 솟아난다.
'여행'은 머무름이 아니라 '경유', 혹은 '떠남'을 전재로 한다. 그리고 '주체'이기 보다는 '타자'이며, 방관자 혹은 주변인으로써 책임은 없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인생을 리셋하여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어 인생을 더욱 단단히 뿌리내려 충만한 삶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지'는 어느날 당한 교통사고로 오른팔의 원인모를 고통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복합통증증후군'을 앓게된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극심한 고통으로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갈즘, '알래스카 한의원'에서 그 병을 치료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알래스카로 떠난다.
알래스카에서 '이지'는 알래스카 한의원 의사인 '고담'을 비롯하여 장기투숙하게 되는 모텔의 종업원, 한의원 1층에서 화원을 하는 일본인 등 친구들을 만들며, 함께 그녀의 고통의 원인을 찾아 해결한다.
'이지'의 오른팔 고통의 원인은 어릴적 친구와 함께 만든 '시차 유령'과 얽힌 사건과 연관이 있었다.
소설이라 그런지 그녀의 문제 해결과정이 우연적이고, 북극의 극한의 자연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살아돌아오는 등의 모습을 보면 좀 황당하기도 했다. 어떻게 그러한 행운이 그녀에게 그렇게 많이 나타날 수 있는지?
여하튼 소설에서 이지는 마침내 알래스카의 고래무덤에 자신의 고통의 원인을 묻어두고 고통에서 해방되고, 심지어 한의사 고담과의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며 끝을 낸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여행'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상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관계, 친절, 관심, 협동이 이루어지는 모습들.
만약 이지가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면, 이지는 그러한 관계들을 만들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이지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안 가본 병원, 치료기관이 없었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수 없었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그녀는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 마침내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경험은 이지에게만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홀로 여행을 해본 이들이라면 경험할수 있는, 모르는 사람들로 부터 받는 관심과 배려, 도움은 의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일상에서는 배풀지 않을 친절을 여행지에서는 쉽게 베풀게 된다.
왜 여행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달리 먹게 만드는 것일까?
아마 서두에 내가 생각했던 여행에서의 '무책임'함이 그러한 마음이 들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지루한 일상에서는 모든것이 '내 책임', '의무'로 똘똘 뭉쳐 있지만, 여행에서는 그것들로 부터 한걸음 물러나 있어, 내가 무엇을 하든 '책임'져야 하는 것 까지는 아니니까.
그럼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항상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아니면 일상에 신선함을 주기위해 가끔 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여행에서 만난 사람처럼 여기고 친절함을 베풀면 살면 되는 것일까?
알래스카로 떠난 이지가 수많은 행운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서 시답잖은 '여행론'을 꺼내보았다.
나도 언젠가 '알래스카의 부름'을 받을날을 기다리며...
#알래스카한의원 #이소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