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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깊은 역사 - 과학이 들려주는 138억 년 이야기
송만호.안중호 지음 / 바다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사피엔스의 깊은역사'는 정말 제목 값을 하는 책이다.
그동안 과학관련 서적을 읽은적은 더러 있으나, 이 책처럼 우주의 시원에서부터 현재 사피엔스의 역사까지 이렇게 정확하게 정리하고 세세하게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마치 고등학교 과학책을 읽는 듯한, 아니면 대학교 교양과목의 교재를 읽은듯한 느낌이다.
아마 이 책 한권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앞으로 과학에 있어 기초지식은 거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책읽는게 만만치가 않았다. 나와 같은 문과생에게는 생소한 과학식 화학식이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어찌나 많은 이론이 있었던지... 솔직히 무슨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곳도 여러곳 있었다.
어떻게 다 읽나 하는 힘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꾸역꾸역 다 읽고 나니, 마치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 읽었을때의 뿌듯함과 같은 뿌듯함이 몰려왔다. 이제 기초과학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는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사피엔스의 깊은역사'를 읽으며 새삼 느꼈던 것은 무엇인가가 생겨나고, 있게 된것에 대한 '인과적'인 사고 방식이라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인간이 생겨난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이며, 이세상의 모든 생명 또한 어떠한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노라면, 우리 인간, 사피엔스를 비롯하여 모든 생명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알게된다.
그냥,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한것이 시나브로 이렇게 되었을 뿐이다.
부레가 폐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수생생물이 육지생물로 생활환경을 바꾸면서 원래 있던 기관이 더 활발해진 것이지, 육지생활을 위해서 폐가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뇌를 갖고 눈,코,입과 같은 기관을 갖게 된것도,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활동의 필요에 의해 서서히 발달하면서 커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빅뱅에 의해 생겨나기 시작한 우주에서부터 오늘날의 우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그래왔다.
여기서 유일신신앙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이 매우 뜬금없는것 같긴 하지만, 우리가 은연중에 알고 있었던 신에의한 창조라든가, 인간 탄생의 목적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법륜스님께서 '즉문즉설'을 하실때 삶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토끼도 살고 다람쥐도 살고 기리가에 풀도 사는 것처럼 그냥 태어났으니까 살면 된다'라고 말씀해 주셨을때의 홀가분한 마음과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어쩌면 지구라는 공간에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생명이기에, 토끼가 그냥 살듯, 다람쥐가 그냥 살듯, 그냥 그렇게 주어진 생명이니까, 무심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매일 너무 애쓰며 인생을 고되하지 말고.
뜻밖에 과학책을 읽고 인생살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사피엔스의깊은역사 #지구의역사 #고학이들려주는138억년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