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의 2.7그램 바일라 23
윤해연 지음 / 서유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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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고민수의 삶이 바뀌었습니다.
아파트에서 오래된 빌라로.. 그리고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건지 덤덤하게 말합니다.

절친 하호에게조차 자신의 이야기를 끄내지 못하는 민수.
그리고 항상 뒤에서 1등이고, 뒤에서 2등인 자신과 시간을 함께 보내던 하호가 학원을 다닌다며 가버립니다.
졸지에 놀사람도, 이 지루함을 이길 그 어떤것도 찾지 못하다 민수는 어느 한곳에 발길이 멈춥니다.

'똑.딱.똑.딱.'

그렇게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빨려드러가듯, 민수는 명지탁구장으로 들어가죠.
종이보다 가벼운 2.7그램짜리 흰 공으로 가로 152센티미터 세로 274센티미터 테이블 안에서 승부를 내야하는 경기, 오로지 정직한 1점만이 존재하는 세계. 바로 탁구가 고민수의 삶에 불쑥 나타난거죠.

다음날부터 민수는 학교가 끝나면 탁구장으로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고민수는 자신의 짝인 전교2등 윤민수를 만나게 됩니다. 짝이지만 대화 한 번을 해보지 못한 사이. 하지만, 윤민수와 탁구를 치며 서서히 친해지는 고민수.

탁구를 치기 전 몇 부인지 상대방의 위치를 확인하는 탁구이지만 윤민수는 탁구는 그저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는 게임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날 이후 고민수의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계급처럼 느껴졌던 자신의 빌라의 삶이 괜찮아지기 시작했고, 사라진 아빠를 불안함 속에서 기다리는 엄마에게 아빠를 믿어보라고 합니다. 갑자기 공부를 시작한 하호가 변한게 아니라 하호는 그대로이지만 변한건 내년에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과 열여섯 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죠.

어느날, 학교에서 일이 발생합니다. 사회 선생님이 조별 숙제를 내주었지만, 윤민수는 혼자 과제를 하기 원하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은 윤민수가 왜 혼자 과제를 하기 원하는지 그 이유를 듣기보단,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생각에 윤민수를 교무실로 불러 혼을 냅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윤민수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윤민수의 모습은 고작 열여섯밖에 되지않은 아이가 본능적 허약함을 알고 있기에 그 허약함을 감추기 위한 과한 행동, 거친 언어였음을 고민수는 깨닫게되죠.

그렇게 조금씩 서로가 알 수 없었던 서로의 흔들리기만 했던, 응원 해 주는이가 하나 없는 삶에 둘은 서로의 위로가 되어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윤민수의 집에 초대 된 날, 고민수는 깨닫게 되죠. 윤민수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통의 시간을 받아들이며, 그 시간을 흘러가도록 애를 쓰고 있는지...

그렇게 고민수는 천천히 탁구를 통해, 윤민수를 통해 자신의 고통이라 느꼈던 삶을, 매일이 치열했던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천천히... 시간은 늘 자신을 기다려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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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이란 사춘기의 폭풍속에서 마구 요동치는 배를 탄듯한 민수의 삶이,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자신만의 고통이, 탁구를 통해 잊고싶은 자신의 현실이, 오히려 탁구를 통해 삶의 자세를 배우고, 잊고싶은 현실을 받아들이게 만들며, 그 고통은 온전히 자신이 짊어지고가야할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긴 여정을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되는 책이에요.

본능적으로 허약함을 알기에 더 치열하기만 한 사춘기 청소년들을 위한 이 책을 추천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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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기다려야 하는데 성급하게 달려갈까 봐 두려워진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윤민수라는 뜬공을 안전하게 받아 내고 싶다. 나와 녀석의 시간이 지나간다.
우리의 열여섯이 날카로운 종잇장처럼 넘어가고 있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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