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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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미소설#미스일라이저의영국주방


<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주방 >은 시인이자 희곡작가이고 요리책의 저자였던 일라이자 액턴의 생애와 그녀의 조수 앤 커비에 대한

몇가지 사실에 기초한 허구의 소설이다.

'역대 최고의 영국 요리책', '영어로 쓰여진 최고의 요리책'은

당대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30년간 12만 5,000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일라이저 액턴의 576쪽짜리 요리책은 완성하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현대요리 Mordern Cookery>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일반인을 위해 쓴 최초의 요리책으로

일라이저 액턴은 최초의 현대요리책 저자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앤 커비의 아침, 하녀인 그녀에게 주인 미스터 휘트마스씨가 준 선물꾸러미를 푸는 장면으로

소설의 프로로그가 시작된다.

시집일까? 아니면 소설? 지도책?

엄마가 가르쳐 준 글로 책읽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기대와 달리

책 제목은 '미시즈 비턴의 가정관리서'다.

실망감에 책장을 넘기니 그 안엔 레시피가 적힌 요리책,,,

화이트소스를 뿌린 순무, 구스베리 푸딩, 케이터 소스를 곁들인 연어의 조리법...

그녀가 미스 일라이저 액턴과 했던 요리 레시피들이

다른 저자의 이름으로 나온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모든 단어와 익숙한 메뉴를 보며 석판에 레시피 관찰일지를 기록했던

미스 일라이저 액턴과의 보다이크 하우스의 주방 장면으로 생각이 연결된다.

비둘기 구이, 양파 튀김, 물컹한 자두조림을 하느라

연기가 자욱하고, 스토브의 장작 타는 소리,

포크와 나이프 덜컥대는 소리, 냄비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

책은 앤과 일라이저를 번갈아 시점이 바뀌며

심리와 행동들을 묘사하고 있다.




비단 드레스를 입고 런던 풍경들을 보며 시인의 시선으로

단어들을 조합해 시의 운율을 떠올리며,

서른여섯 살 미혼녀 일라이저 액턴은

미스터 롱맨 출판사를 찾아간다.


나한테 시를 가져와봤자 소용 없습니다!

요즘은 아무도 시를 원하지 않으니까요.

시는 숙녀의 영역이 아닙니다.

집에 가서 요리책을 써와요. 그러면 계약할 수도 있으니.

잘가요, 미스 액턴. -p22-


저는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할 줄도 모르고.


시를 쓸 수 있다면 레시피도 쓸 수 있을 겁니다.

깔끔하고 기품 넘치게 써요. 

당신의 시처럼 기품 넘치는 요리책을 가져와요.


내가 남자였다면 요리책을 써오라는 경박한 요구를 하고 

돌려보내지 않았으리라. -p36-


대화의 내용처럼 여성이 본명으로 책을 내기 힘들었던 시대다.

남자의 이름으로 가명을 써서 책을 쓰고,

여성은 그저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삶의 전부인 시대.

일라이저 액턴의 부친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법학사를 취득한 신사이지만

채무액으로 파산선고를 받고 도피자가 되어서,

일라이저 액턴은 모친과 함께 하숙 손님을 받아 생활을 시작며

집안 경제를 책임진다.

요리사가 꿈이지만 신체장애의 아버지와 정신장애 어머니 속에서

빈곤과 불행한 현실을 살고 있는 앤 커비는

 가족 상황을 감춘 채 힘들게 소프 목사의 소개로

주방 하녀로 일을 하게 되며 일라이저의 보다이크 하우스에서

일라이저와 앤커비가 만나게 된다.


한 모금 홀짝이니,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 난다.

새콤달콤, 얼얼,꽃내음이 한꺼번에 퍼진다.

레모네이드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 난다는 말도 안한다.

라벤더꽃을 찢어서 짓이긴 버베나와 레몬밤 잎과 섞었다는 말도... -p72-


소프목사의 당부로 하인과 주인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행동을 조심하려고 하는 앤은

따뜻한 시선과 미소, 용기를 주는 일라이저의 행동으로

 조금씩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팔에 닿는 손의 감촉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너무 오랜만에 받는 다정한 손길이다.

미스 액턴은 정말 정갈하고, 따뜻하고 순수하며 단정하다. -p76-


신분과 배경이 다른 일라이저와 앤은

주방에서 함께 요리를 하며 레시피를 만들고 우정을 나눈다.

계급의식이 존재하는 시대에 고용주와 하인이지만

대등한 관계를 이루며 서로 고단한 삶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응원하며 함께 성장한다.


미시즈 액턴은 '마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난 편하게 '미스 일라이저'라고 불러 줄래? -p77-


p95


아프리카의 천국, 검은 흙과 더위가 가득한 숲의 맛이 느껴져요.

아주 강하게 배어서 혀에서 고음으로 노래한 것은 무슨 맛인가요?

생강을 더 넣어도 좋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건방지고 주체넘은 짓일 듯 하다. -p95-



주방에서의 풍미 가득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일라이저와 앤의 대화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려졌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도전해보고

정확한 계량으로 자르고 다지고, 

레시피들을 꼼꼼히 기록해두는 일라이저의 노트...


난 계량에 특히 신경쓰거든.

매사 정리되고 정확해야 해.

그래야 생활이 혼란스럽지 않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앤? - p94-



생뚱맞은 사물들에서 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진실하고 아름다운 시를 담은 요리책을 쓸 수 있을까?

요리책이 아름다운 작품이 되면 왜 안되지? -p79-


책의 저자 애너벨 앱스는

일라이저에 대한 실마리를 탐색한 자료를 근거로

조합하고 살을 입혔음을 밝혔고, 소설을 쓴 과정을

책의 부록에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제시해 주고 있다.

일라이저의 글을 도용하고 

레시피의 3분의 1을 표절한 미시즈 비턴에 관한 이야기,

일라이저의 직업란엔 작가도 아닌 존 액턴의 딸로만 기재된 사실,

프랑스에서의 힘든 연애의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등

역사속 일라이저의 삶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복숭아 피클, 초콜릿 커스터드, 세이지에 싼 장어, 속성수프등

일라이저 액턴의 레시피도 책의 부록을 통해 몇가지 알 수 있었다.


메모와 레시피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려니 책에 생명을 주는 것 같다.

그 핵심에 맥박이나 영혼 같은 게 깃든 느낌이 꽤 독특하다 -p322-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소설을

요리에 관심이 없는 나임에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한 장면 한 장면 눈에 그려지며

신분의 차이가 있음에도 

주방 하인인 앤 카비를 대하는 일라이저의 마음과 자세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참 다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졌다.


마음이 스스로 앤 커비에게 향한다.

아주 특이한 가녀린 소녀, 수수한 얼굴, 주근깨, 깡마른 몸매,

부대자루같은 겨울 드레스 밖으로 드러난 쇄골,

나이도 어린데 평생 석탄 자루를 옮긴 듯한 굽은 둥근 어깨. 

하지만 읽을 줄 알고...

내 라벤더 레모네이드에 보인 예리한 반응, 

마치 시구절이 몸속으로 흐르는 듯이,

아이마냥 망설이는 얼굴에 내가 좋아하는 특징이 다 있었다.

정직성, 호기심, 영민함. 설명할 수 없는 짠함. 

둘이 묘하고 형언할 수 없게 이어진 느낌.- p81-


앤 커비 또한, 일라이저를 향한 순수한 마음과

일라이저의 단호하고 강단있고 분명한 일라이저를

닮아가고픈 마음으로

일라이저와 같은 자세를 배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스 일라이저처럼 말하는 걸 깨닫는다.

그녀의 확고한 힘, 단아한 예절, 전부 그녀에게 배웠다고 생각하자

푸근한 느낌이 차오른다. -p373-


소설의 시작이 앤의 프로로그로 시작되었고,

끝의 에필로그도 붉은 포도주색 가죽 장정에 양각으로 새겨진 책

 <현대요리 Mrdern Cooking>에

금색으로 박은 그녀의 이름이 반짝반짝 빛나는 책을

프로로그의 미스터 휘트마시가 준 

<미시즈 비턴의 가정관리서> 책과 나란히 두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휘트마시 부인이 되어...

" 당신의 요리가가 되고 싶어요 "


내게 인생이 짧다는 걸 상기시켰다고 어떻게 설명할까

인생은 단 한번만 오며, 그걸 낚아채어 삼켜야 된다는 걸 새삼 알았다고.

인생을 낭비하고 썩게 방치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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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행동 표현의 스페인어 거의 모든 시리즈
서영조.설주희 지음, Alejandro Sanchez Sanabria 감수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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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부위 행동표현, 일상생활 속 행동표현, 사회생활 속 행동표현‘으로 나누어 그림과 함께 세세한 표현들까지 그림과 함께 제시되어 있고, QR코드로 각각의 표현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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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행동 표현의 스페인어 거의 모든 시리즈
서영조.설주희 지음, Alejandro Sanchez Sanabria 감수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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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거의모든표현의스페인어#사람IN

 

 

거의 모든행동표현의 스페인어

-서영조/설주희 지음-

 

 

"이런 행동은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지??"

언어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

막연히 단어 암기와 문법에 치우쳐 시작할 때가 있다.

막상 어떤 상황에 닥쳐 직접 말을 해야 할 때나 표현을 해야할 때는

 머뭇거리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는다.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은 건축학을 공부하는 가족이 있어

 여행지로 늘 생각해 두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간판 하나 읽을 줄 모르고 떠났던 일본 자유여행의 기억이 있다.

까막눈이 되어 '진작 좀 공부 좀 해둘걸' 하는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물론 번역 어플과 지도 어플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기에 튀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거의 모든 행동표현의 스페인어'책을 보니

꽉 찬 구성으로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신체부위 행동표현, 일상생활 속 행동표현, 사회생활 속 행동표현'으로 나누어

 그림과 함께 세세한 표현들까지 그림과 함께 제시되어 있고,

 

QR코드로 각각의 표현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QR코드를 찍으니,

바로 연결된 블로그 영상에서 재생 된 오디오를 들어볼 수 있게 된다.

 

 

차례차례 순서대로 공부하지 않아도

궁금한 상황의 표현과 필요한 단원을 찾아

바로 바로 궁금증을 해결해 볼 수가 있다.

일상생활 속 표현들은 의.식.주, 건강등

옷입기부터 음식 만들기, 병원진료 표현까지 '

이런 표현까지 알려주네' 할 정도로

세세한 표현까지 들어있다.

사회생활 속 행동표현은 감정표현과 인간관계,

쇼핑, 취미생활에서의 표현, 사회,정치 표현까지

우리가 살아가며 행하는 전반적인 부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표현들도 있다.

대부분의 언어 공부 서적에서 보았던

일상생활과 쇼핑,여행에만 국한된 언어공부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언어 학습책이다.

살면서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스페인...

지금부터 차근차근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여유롭게 학습해 놓는다면

기대감으로 스페인에 한발짝 가까워질 것 같다.

좋은 책, 사람IN의 <거의 모든 행동표현의 스페인어>를

만나게 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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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아델 타리엘 지음, 밥티스트 푸오 그림, 이찬혁 옮김 / 요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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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후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림책 속의 간결한 그림들이 수많은 불필요한 기교들을 생략해 놓은 것 같아 그림책을 보는 동안 쉼과 휴식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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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아델 타리엘 지음, 밥티스트 푸오 그림, 이찬혁 옮김 / 요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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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NO ONE

-글 아델 타리엘 / 그림 밥티스트 푸오 / 옮김 이찬혁-

거리나 공원에 아무도 없고

학교에도 광장에도 아무도 없었던 시간,

전 세계가 마비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가 국한된 직업군외에는

거의 해제되어 자율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완전한 자유를 누리기에는

불안 요소가 남아 있는 지금...

그림책 '아무도NO ONE'은

힘들었던 시기를 되돌아 보기도 하고,

그 시기를 통해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변화된 시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갖고 가야할 것, 버려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게 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소설, 번역등 삶과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의 첫 번역 작업을 한 책으로

팬데믹이후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림책 속의 간결한 그림들이

수많은 불필요한 기교들을 생략해 놓은 것 같아

그림책을 보는 동안 심플함과 여유를 느낄 수가 있었다.



회관에 아무도/ 공장에 아무도/ 도서관에 아무도

공원에 아무도

수영장에 아무도

학교에 아무도

길거리에 숨 쉬는 게 아무도 없네

중앙 광장에는 아무 말도 없네

아무도 없는 거리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광장은

텅 비어 허전함과 정적이 흐르고

미술관에 아무도

지하철에 아무도

수도원에 아무도

아무 곳에 아무도 없네

참새들만 짹짹짹

영화관에 아무도

고속도로에 아무도

카페에 아무도

바람과 나뭇잎이 춤을 추는데

시간이 멈출 듯 말 듯

모든 것이 멈춰져 있는 거리를

나무와 새들만 지키고 있다.

강물이 졸졸졸

풍뎅이 찌르르

갈매기가 훨훨

독수리가 펄럭

숨어있던 동물들이 나왔네

단지 사람만 없을 뿐

동물과 강물과 자연은 계속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으로 가득 찬 곳에서는

그 존재조차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귀에 들어온다.



쨍쨍한 햇빛이

아무도 비추지 않지만,

나무는 푸르러 가고 들판의 곡식은 황금빛이 되어간다.

사람없는 텅 빈 세상이지만

무언가 다른 것들이 차 있는 것 같다.



텅 빈 세상에 찾아 온 휴식

간략하고 간결한 터치의 색연필화의

큰 나무가 그려져 있는 페이지에선

책장 넘기는 것을 잠시 멈추게 된다.

숨과 쉼의 휴식이 느껴지는 여백의 시간을

갖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일은?


울긋 불긋 화려한 간판과 조명이 있는 건물들 사이로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로 가득 찬

도시가 그려 진 마지막 장은

한마디 숙제의 메시지를 던져 놓는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 왔던 시간인지,

우리가 그동안 그리워했던 일상인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달려 왔던 흐름 속에서

멈춰 있던 시간들이 주었던 것들과

다시 변화된 세상 속으로 달려가야 하는 싯점에 서서

잃어야 할 것과 얻어야 할 것들을

그림책 '아무도'를 보며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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