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소설을
요리에 관심이 없는 나임에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한 장면 한 장면 눈에 그려지며
신분의 차이가 있음에도
주방 하인인 앤 카비를 대하는 일라이저의 마음과 자세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참 다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졌다.
마음이 스스로 앤 커비에게 향한다.
아주 특이한 가녀린 소녀, 수수한 얼굴, 주근깨, 깡마른 몸매,
부대자루같은 겨울 드레스 밖으로 드러난 쇄골,
나이도 어린데 평생 석탄 자루를 옮긴 듯한 굽은 둥근 어깨.
하지만 읽을 줄 알고...
내 라벤더 레모네이드에 보인 예리한 반응,
마치 시구절이 몸속으로 흐르는 듯이,
아이마냥 망설이는 얼굴에 내가 좋아하는 특징이 다 있었다.
정직성, 호기심, 영민함. 설명할 수 없는 짠함.
둘이 묘하고 형언할 수 없게 이어진 느낌.- p81-
앤 커비 또한, 일라이저를 향한 순수한 마음과
일라이저의 단호하고 강단있고 분명한 일라이저를
닮아가고픈 마음으로
일라이저와 같은 자세를 배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스 일라이저처럼 말하는 걸 깨닫는다.
그녀의 확고한 힘, 단아한 예절, 전부 그녀에게 배웠다고 생각하자
푸근한 느낌이 차오른다. -p373-
소설의 시작이 앤의 프로로그로 시작되었고,
끝의 에필로그도 붉은 포도주색 가죽 장정에 양각으로 새겨진 책
<현대요리 Mrdern Cooking>에
금색으로 박은 그녀의 이름이 반짝반짝 빛나는 책을
프로로그의 미스터 휘트마시가 준
<미시즈 비턴의 가정관리서> 책과 나란히 두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휘트마시 부인이 되어...
" 당신의 요리가가 되고 싶어요 "
내게 인생이 짧다는 걸 상기시켰다고 어떻게 설명할까
인생은 단 한번만 오며, 그걸 낚아채어 삼켜야 된다는 걸 새삼 알았다고.
인생을 낭비하고 썩게 방치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p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