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이자 내면 여행자라는 작가소개와 함께 시작된 에세이,
'파리와 생각(PARIS ET LA PENSEE 파리 에 라 팡세)'을 손에 들었다.
'여행자로서의 나'와 '여행지로서의 파리' 사이에 쓰인 한편의 시이자 에세이라는
PreFace의 문장에서 '내면 여행자'라는 작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곳에서 새로운 나를 마주 한다.
오랫동안 담겨 있던 상자로의 해방이자 내 남은 삶의 시작 같은 문이었다.
책의 본문 첫 문장은,
'파리에 가고 싶었다' 이다.
이 한 문장에 작가가 얼마동안 파리여행을 소망해 왔는 지
또 그 소망의 깊이를 유추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독자인 내 속에서의 공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나의 버킷리스트 목록에 들어 있는 그 문장 같은 것일 거라 생각되었다.
떠나지 못할 이유들로,
또 현재나 미래를 책임지고 포기해야 할 것들로 부터 자유롭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내와 함께 한달간의 파리여행을 떠나
여행에서의 일상을 사진과 생각을 모아 에세이로 썼다.
책을 읽으며 독자인 나는,
작가의 아내 이름까지 언급되어 있어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파리의 식당, 운하, 센강둔치등에서의 두 사람의 모습과 주고 받는 대화들이
여행하는 두 사람의 장면을 떠올리며 읽게 된 이유여서일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파리를 바라보며 말랑한 진심 같은 것들을
농담처럼 무심하게 나누고 조금 슬퍼질 날에 대해 장난치며 건배를 했다.
노을과 함께 성숙해지는 소년과 소녀처럼. -p85-
돈과 여행의 저울질에서
여행이 사치인지,
여행을 가지 않는 게 삶을 사치롭게 쓰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에
독자인 나의 생각도 보태고 싶어진다.
돈 보다는 시간을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저축할 수 없는 것을 저축하자'
<이 시간을 기억해, 2016,이광호, 별빛들 >중에서...
지금 내 앞에 놓인 새로운 시간을 쾌활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관통하자.
그것만 생각하자.
분명 내 몸 뒤로 새로룬 기억의 조각들이 반짝일 것이다. -p37-
파리 도시를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아름답게 느끼고 있는
독자의 표현을 따라 차분하면서도 활기가 느껴지는 도시를
함께 따라가게 된다.
예술 그 자체 같은 도시, 도시 전체가 예술테마파크 같다는 곳,
불어를 들으며 언어에도 장식이 있는 듯 우아하게 느껴진다는 표현에
얼마나 파리를 그리워 하고 좋아하는지가 느껴졌다.
"아, 파리다."
그래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진짜 파리다. -p50-
헤픈 감탄을 하며 그동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왔던 자신을 느끼고,
해방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을 함께 즐기게 된다.
'봉쥬흐'와' 오흐부와'의 불어 인사로 식당에서의 에피소드를 읽고,
그런 낯선 일들 뒤의 작가 생각을 담은 부분을 읽는 재미가 있다.
왜 책의 제목이 '파리와 생각'인지 충분히 알 것 같다.
익숙한 방향 보다는 낯선 방향으로 돌아 앉는다.
낯선 것들을 배우고 익숙하게 만들어 나의 그릇에 넣기 위해.
지금 굳어져 버리면, 품어내지 못하고 등져야 하는 세계가 너무 많다는 걸 안다.
그렇게 그릇의 크기를 크우고 싶다.
아직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품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p63-
'오랑주리 미술관'의 모네의 <수련> 감상 이야기에
몽환적인 정원이 독자인 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흐리고, 뿌옇고, 희미하고, 번지고, 불투명하고, 흔들리고, 뭉개지고,
불분명한 것에서 오는 미감이 시 같다고 표현한 부분도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의 방'을 함께 감상한 듯하다.
모든 장면이 시처럼 느끼는 저자의 시선을 알 수가 있었다.
관용의 의미를 지닌 불어 , '똘레랑스'!
'해도 돼' 라는 허락이 음식이나 풍경보다 너무 좋았다는 저자에게서
한국 사회에서의 도덕적인 잣대로 제한된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 마라'가 기본인 도시가 아닌 '해도 돼'가 기본인 도시 파리...
내게도 꿈의 도시가 될 충분한 이유가 생긴다.
훌륭한 예술가들이 파리를 그토록 사랑했던 이유를 짐작한다.
언제나 '해도 되는' 곳. 존중받으면서, 즐겁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파리여서. -p73-
베르사이유에서 자전거타기로
할수 없다고 누릴 수 있는 한계를 정해 놓은 자신과
'해본 적 없는 일을 겁 없이 일단 하는 것'의 용감함을 저자는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살면서 가진 후회들은
대개 '하지 않았던 것' 들로부터의 후회였다.
겁으로부터 밀려났던 믿음을 다시 떠올린다.
움직인 만큼 삶의 무늬를 잦는다는 믿음.
그 무늬가 바라던 무늬가 아닐진 모르지만, 그 또한 아름다울 거란 믿음. -p89-
에펠탑 아래 마르스 광장에서의 에펠탑 점등시간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 아주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