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을 준다고?
교통사고로 죽은 남자의 신부가 되는 조건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
하지만 극도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설 속 채원이 그랬다.
부도로 무너진 아빠 회사 직원들의 밀린 월급,
끌어다 쓴 사채, 충격으로 쓰러진 아빠의 병원비,
살아 있는 이유가 그것밖에 없는 듯, 미친 듯이 돈을 벌어야 할 상황에서
영혼결혼식의 제시 조건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천일동안의 연애 금지 조건만 충족시키면 되고.
화사한 봄, 대형숍에서 신부화장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어여쁜 신부가 된 채원...
숍을 나서며 우연히 마주치게 된 3년전에 헤어진 남친 성준.
둘은 어색한 인사를 나누게 되고, 채원은 그 이후 성준의 머리속에 유부녀가 된다.
이후 우연히 또 스페인어 통역 알바를 위해 3개월간의 계약직으로의 입사를 하게 되는데...
악연인지 필연인지, 입사한 회사는 성준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반가울까?, 불편할까?
대표와 계약직 사원관계이지만 3년전 스페인 유학에서
예고없는 이별 통보를 받은 성준에겐 미련이 남았고,
경제사정 악화로 인한 고통을 함께 견디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를 하고 귀국한 채원에겐
성준의 성공이 좋기도 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까하는 마음에 안스럽기도 하다.
이렇듯 볕좋은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켜고 있자니,
돈 한 푼 생기지 않을 근심 따위 짊어지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다. -p75-
함께 일을 하며 부딪치며 밀당하는 둘의 아슬아슬한 썸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음에서는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무심한 듯 행동하지만 마음이 자꾸 끌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유부녀이지만 유부녀가 아닌, 채원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성준의 복잡한 심정과
천일제 동안 어떤 연애도 금지하며 고인에 대한 정성을 들여야한다는 무속인 곽씨의 사기극에
채원의 마음은 나쁜 일이 생길까하는 마음에 약속을 지켜 마음을 다하려 한다.
그런 심정중에도 유부녀이기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하나 둘씩 드러나는데...
"스페인에 있을 땐 비싸고 좋은 밥 못 사줬으니까.
이런 밥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을 만큼 성공했다고, 내가 너한테 유세 떠는거야.
부담 갖지 말고 먹어. 묵은 찝찝함 해결하는 중이니까." -p214-
잘 먹고 잘 살길 희망한 건, 내가 아닌 당신이었다.
잘되라고, 부디 잘 살라고, 나는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해 빌었다. -p215-
나 혼자 앓고 , 나 혼자 망설이는 지금의 모든 시간이 끝나면
너는 왔던 흔적 모두 안은 채 지나갈 수 있는거지.
내가 붙잡지 않으면 바람처럼 불어왔듯 바람처럼 날아갈 수 있는거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갈 수 있는 거지. 이게 네가 바라고 있는 일인 것도.
그래서 너에게 아주 쉬운 일인 것도. 전부 다 맞는거지. -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