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 - 꽃으로 마음을 도닥이는 법
문혜정 지음 / 빌리버튼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

꽃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법

-문혜정-

5월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장미의 계절...

문앞을 나서는 곳곳에 넝쿨장미가 한창이다.

그동안 보낸 5월중 유난히 장미를 많이 본 해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꽃의 종류를 나열해보라면

봄의 꽃인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 가을의 코스모스, 국화,

그리고 행사때마다 사게 되는 프리지아와 안개꽃, 튤립, 카네이션 정도이다.

그리고 들꽃인 제비꽃, 민들레, 개망초(계란꽃)...

책의 저자인 플로리스트 문혜정님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꽃인 장미를 말하지 않는다.

프리지아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다.

꽃에 대한 남다른 눈과 마음으로 꽃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3월의 꽃 튤립에 관한 저자의 문장에선 애정이 묻어났다.

처음 튤립을 뒤집어 보았던 날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섬세하고도 복잡한 내면은 단번에 나를 매료시켰다.

다정하고 화사한 튤립의 얼굴은 따뜻함에만 반응한다.

로맨틱한 꽃이다. -p27-

튤립의 전설로 시작된

왕관을 닮은 꽃잎과 칼을 닮은 잎, 황금 덩어리를 닮은 뿌리(구근)의

깔끔하고 고고한 자태는 나도 좋아하지만,

플로리스트인 저자는 다른 마음으로 튤립을 보았다.

꽃잎에 온기를 더해 따뜻하고 섬세한 손길로 꽃잎을 뒤집어

튤립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를 모양을 찾아냈다.

 

p26

4월의 양귀비, 5월의 스위트피에 얽힌 저자의 경험과 사연들을 듣고 나면

꽃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과 애정을 읽을 수 있다.

레이스 베일 처럼 어떤 꽃과도 잘 어울리는 조팝,

나르시시즘을 탄생시킨 수선화,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니 델피니움의 사연,

초롱꽃이라 불리우는 캄파눌라등에 관한 이야기를

예쁜 꽃 사진과 함께 접할 수 있었다.

6월의 작약, 7월의 다알리아, 8월의 수국을 비롯해

플록스, 리시안셔스, 여뀌등 생소하고 낯선 여름꽃의 이야기들도

저자가 꽃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들과 함께 꽃시장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무기력에 대처하기위한 원색적인 꽃 7월의 다알리아...

나는 우연히 누군가 가꿔놓은 화분 속 다알리아를 처음 보았다.

이름만 알고 있던 구군식물 다알리아가

튤립같은 단아한 모습이라고 여겨 왔던 나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쨍한 핫핑크의 그렇게 화려한 색과 꽃잎에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보는 순간 훅! 하고 숨을 잠깐 멈추게 될 정도다. -p87-

마치 다알리아의 모든 것은 여름을 위해 준비된 것 같다. --p90-

저자의 표현대로 나 또한 그랬다.

어느 것하나 삐뚤어지지않고 일정한 꽃잎에도 감탄스러워

매일 매일 일부러 그 옆을 지나가며 관찰하기도 했다.

마침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을 접하게 되어

그 호기심은 저자님의 다알리아에 대한 소견을 들으며 다알리아에 관한 부담스러움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받게 되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플로리스트라는 것이

꽃에 대한 남다른 해석과 견해를 들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덩굴식물인 9월의 클레마티스를 좋아한다는 저자의 표현에

이별에 대한 감정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엉켜버린 줄기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나는 클레마티스의 덩굴손이 꼭 감정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슬쩍슬쩍 달라붙어 나를 감는 지난 감정들. -p130-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한순간에 정리하는 게 아쉽겠지만

말라버린 줄기를

싹둑 짦게 잘라 정리하겠다고 다짐하며

몸을 추스른 클레마티스가 봄에 더 풍성하고 무성한 싹을 올릴 것을 기대한다.

10월의 코스모스와 야생화, 11월의 노박덩굴과

가을꽃인 맨드라미,하이페리쿰, 해바라기, 홉, 메리골드...

향기가 좋다는 메리골드의 향기가 궁금해진다.

줄기에 붙은 메리골드의 이파리를 떼어내는 순간

시원햔 풀향기인듯, 달큰한 꽃향기인듯,

약초같은 허브향기인 듯

매력적인 향이 코 끝을 탁 때리듯 들어온다. -p172-

메리골드의 향기를 손님들이 인식하게 되는 모습이

저자의 즐거움이라 하니

꽃에 문외한인 나도 플로리스트 저자님의 꽃 세계를 기웃거려보게 된다.

12월의 드라이플라워, 존재 이유와 불안을 동시에 꽃말로 가지고 있다는 1월의 헬레보루스,

습자지처럼 얇은 꽃잎을 순식간에 화르르 떨어뜨리며 져버린다는 2월의 라넌큘러스,

비밀스러운 사랑의 꽃말 미모사, 속절없는 사랑 아네모네,

무에서의 출발 스카비오사, 그리고 무스카리...

겨울꽃의 이야기중

만개하여 화려했던 꽃이 하룻밤새에 막대기 같은 줄기만 남겨둔 채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저자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럴 때면 나는 라넌큘러스라는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기분에 빠지곤 한다. - p203-

스카비오사에게는 '무에서의 출발'이라는 꽃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꽃이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217-

책 한권을 읽었는데, 활짝 핀 꽃들을 감상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꽃들을 보며 움츠렸던 마음이 열린 기분.

꽃에 대한 이해와 상식을 얻기도 하지만 흔들리고 지쳤던 마음에

처방을 해 준 책이었다.

불멍, 물멍이 있듯이 꽃멍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의 방향을 따라 내 자리를 찾아가는 일

마음을 다독이고 중심을 찾아가는 일

계절의 흐름을 느끼며 살아보는 일

가둘 수 없는 것을 보내주는 일

어쩔 수 없는 것을 포기하는 일

내 삶을 누리는 일

나는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삶을 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