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고전 필사 - 흔들리는 1020을 위한 100일 명문장 쓰기
푸른숲주니어 편집부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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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주니어 도서출판에서 제공받은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요즘 아들이 일주일에 두 번, 아침 시간에 필사를 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니 글씨는 점점 날아다니고 마음은 점점 급해지는 것 같아서, 아침에 잠깐이라도 차분히 앉아 글씨를 쓰는 시간이 생겼으면 했거든요. 이왕이면 그 시간에 좋은 문장도 함께 담기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어 고른 책이 『나의 첫 고전 필사』입니다. 부제가 '흔들리는 1020을 위한 100일 명문장 쓰기'인데, 흔들리는 건 사춘기 문턱에 선 아이에게도 선물하기 좋은 책입니다.


『나의 첫 고전 필사』책은 푸른숲주니어 편집부가 엮었고, 2026년 10월 20일에 나온 따끈한 신간이에요.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이라는 청소년 고전 시리즈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에서 좋은 문장들을 골라 담은 책이라, 아이가 읽기 편하게 다듬어진 번역본의 문장들이 담겨 있어요.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표지부터 눈에 들어왔어요. 연한 분홍과 잿빛 도는 하늘색이 만나고, 그 위에 은은한 클래식 무늬가 깔려 있어요. 화려하지 않아서 차분한 느낌으로 책을 펼쳐볼 수 있어요. 책을 두르고 있는 띠지에는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같은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어서 고전문학의 작가들 이름에 관심이 먼저 갑니다.



초등 고학년 아들에게 선물은 했지만, 아이가 쓰지 않으면 제가 쓰려고 산 책인데요. 이외로 아들이 시작을 아주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첫날인 001일차 분량이 딱 한 줄이거든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문장인데, 먼 데로 가려는 사람이 비를 무서워하면 되겠느냐는 물음이었어요.

예쁜 글씨체는 아니지만 차분하게 쓰는 시간을 갖는 게 목적이어서, 꾸준히 쓰다보면 글씨체가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100일 마무리하는 시간까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한 바닥을 채우라고 했으면 질려 버렸을지도 몰라요. 그다음 장부터는 몇 줄로 길어주기도 하지만, 날마다 분량이 조금씩 달라서 오늘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하며 펼쳐 보는 재미가 있어요. 늘 같은 분량이 반복되면 금방 지루해지는데, 길고 짧음이 섞여 있으니 해 보려는 마음이 꺾이지 않는 것 같았어요.



줄 간격도 마음에 들어요. 칸이 너무 작아서 글씨가 비좁아지는 필사책도 많은데, 이 책은 고학년 아이 손으로 쓰기에도 답답하지는 않았어요. 중학생, 성인들도 여유있게 쓸 수 있는 칸 크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첫 고전 필사』책은 노출 제본이라는 점이 다른 필사본과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입니다. 책등 쪽 실로 꿰맨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노출 제본이라서, 보통 필사 노트에서 보던 모습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거든요. 투박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손으로 만든 공책 같아서 정이 갔어요.

필사책은 무엇보다 책이 잘 펴지는 게 중요하잖아요. 손으로 책을 꾹 눌러 가며 쓰는 일이 잦은데, 책이 자꾸 덮이면 손목도 아프고 글씨도 삐뚤어지니까요. 이 책은 실로 묶어 만든 덕분에 활짝 펴지고, 펼쳐 놓으면 그대로 납작하게 자리를 잡아요. 오른쪽 빈 페이지에 글씨를 쓸 때도 책 가운데 부분이 휘어 올라오지 않아서 마지막 줄까지 편하게 쓸 수 있었어요. 처음에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던 제본이 실제로는 가장 실용적인 부분이었던 셈이죠. 아침에 식탁 한쪽에 펼쳐 두고 쓰기에도 안성맞춤이었어요.


필사하는 문장들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그 날의 문장 아래에는 작가와 작품명, 그리고 몇 쪽에 나오는 문장인지까지 정확하게 적혀 있어요. 페이지 맨 아래에는 그 작품의 배경이나 작가에 대한 짧은 설명이 따로 달려 있어서, 그 작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어요. 문장만 덜렁 베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문장이 어떤 이야기 속에 있었는지 슬쩍 알려 주는 셈이라 아이에게 읽을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거죠. 


책 뒤쪽에는 수록 작품들을 간단히 소개한 코너와, 몇 가지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와 닮은 고전 속 주인공을 찾아 주는 순서도도 있어요. 이 책은 필사책이면서 동시에 책 고르기의 길잡이로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아이에게 어떤 고전을 읽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잖아요. 이 책에 담긴 문장들과 뒤쪽의 작품 소개를 훑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하나둘 생기고, 그 문장이 나온 책이 자연스럽게 다음에 읽을 책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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