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요괴상점 : 눈꽃마을 집단 살인 사건
18세기구름 지음 / 라곰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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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곰 도서출판에서 제공받은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크리처물', '출간 전 애미네이션화 확정!'이라는 소개 문구를 보자마자 궁금증이 확 생겼는데요, 실제로 읽어보니 왜 카카오페이지 연재 당시부터 종이책 출간 요청이 쏟아졌는지, 왜 출간도 하기 전에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됐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이 작품은 원래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던 웹소설이었습니다. 연재 당시 조회수와 인기가 상당했나 봐요.  독자들이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요청을 워낙 많이 남겨서 이번에 정식으로 출간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해요. 책이 정식으로 나오기도 전에 애니메이션 제작이 이미 확정됐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이야기와 캐릭터가 가진 힘이 확실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어요.


작가 18세기구름의 첫 종이책이자 한성요괴상점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입니다. 라곰 출판사에서 나왔고, 332쪽 분량이라 하루 이틀 정도면 편하게 완독할 수 있는 두께예요. 배경은 조선의 한양, 그러니까 지금의 서우링ㅂ니다.

"순조 26년 동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촉의 대갓집" p. 11

시대, 장소 소개부터 조선시대로 데려다주는 효과가 있는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1826, 12월 22일경)이라고 그 옆에 설명하고 있씁니다.




눈꽃마을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집단 살인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축입니다. 겉으로는 자살로 처리된 죽음들이 실은 심상치 않은 존재의 소행이었다는 게 서서히 드러나면서, 요괴상점을 운영하는 인물 수동이 이 기이한 사건들을 파고들게 됩니다.


이야기 중반, 세자와 수동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갑자기 한자로 된 짧은 시가 등장합니다.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온갖 길에는 사람의 발자국조차 끊겼는데, 외로운 배 위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 하나가,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한시입니다. 이 시는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인데요, 중국 당나라 시대의 문인 유종원이 지은 강설(江雪)이라는 시로,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겨울과 고독을 노래한 시 가운데 손꼽히는 명작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는 왕세자가 좋아하는 시라며 넌지시 언급하는데, 눈 내리는 강에서 홀로 낚시하는 노인의 모습이 곧 궁궐이라는 화려한 공간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세자 자신의 처지와 겹쳐 보이도록 설계된 장치라는 걸 알고 나면, 그 장면이 훨씬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첫 장의 배경부터 시작한 세계관의 디테일이 상세해서,조선형 크리처물의 느낌을 한껏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조선의 실제 지명이나 관청, 풍속 같은 요소들을 요괴라는 판타지 설정과 자연스럽게 엮어냈는데, 이게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 시절 사람들이 정말로 살았을 공간에 제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각주로 당시 관청의 역할 같은 걸 짚어주는 부분도 있어서,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어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게 배려해둔 점이 좋았어요. 사극을 많이 보면서 자란 저에게도 소품은 익숙하지만, 직업명이나 조선 시대 작품은 다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각주가 해당 페이지 아래에 있어서 바로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아요.


뒷부분에서는 죄인에게 주어지는 형벌 중 팽형에 대해서 나오는데, 팽형은 '부정부패를 저지른 탐관오리는 벌주는 것으로, 끓는 가마솥에 죄인을 넣어 삶는 공개 처형'이라고 설명한다. 그 설명을 처음에 읽었을 때는 너무도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늉을 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시늉만 한 것이 왜 중한 형벌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는지를 팽형의 의미를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을 서글프고 외롭게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이렇게 한자 표현이나 실존하는 역사적 배경이 섬세하게 단겨있어요.  작가가 단순히 판타지적 상상력만으로 이야기를 쓴 게 아니라 조선시대의 정서와 실제 문화를 꽤 깊이 있게 공부하고 반영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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