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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박용남 편역 / 리미트리스 / 2026년 8월
평점 :
: 리미트리스 도서출판에서 제공받은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번역본은 원전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이야기가 표류 중반부터 시작해서 오디세우스의 회상으로 과거를 설명하는 방식을 유지해요. 원전에 충실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처음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시간 순서가 뒤엉켜서 몰입이 쉽지 않죠.
반면 리미트리스 도서출판 《오디세이아》책은 트로이 목마 사건부터 프롤로그 형식으로 먼저 보여줍니다. 그리고 페넬로페와의 재회까지, 스무 해의 여정을 시간 흐름 그대로 재배열했어요. 그래서 마치 잘 짜인 장편소설을 읽듯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구조였습니다.
각 장 앞에는 원전 몇 권 몇 행에 해당하는지가 표시되어 있어서, 나중에 원전이나 다른 번역본을 찾아볼 때도 대조하기가 편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이 책을 특히 마음에 들어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바로 이야기 한 국면이 끝날 때마다 짧은 해설이 붙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냥 사건을 죽 나열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장면이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서사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매번 짚어주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읽으면서도 지금 내가 읽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일이 없었어요. 고전을 처음 읽을 때 가장 막막한 순간이 바로 이 대목인데, 편역자가 매 장마다 옆에서 짚어주는 느낌이라 든든했습니다. 어린이용보다는 깊이 있게 보고 싶지만, 완역본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다고 느끼는 청소년들도 이 해설 부분이 있어 조금 더 쉽게 이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로토파고이족 섬을 지나면서 붙은 부분에 대한 해설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망각의 열매를 먹은 부하들 이야기를 다루면서, 편역자는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산다는 것, 그리고 잃은 것을 세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문장을 있었는데요.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는 고전이기에 <오디세이아> 작품이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거구나라고 싶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흘려보내는 요즘의 저한테 유독 와닿는 문장이었습니다. 이렇게 각 장의 끝마다 이야기를 한 번 더 곱씹게 만드는 해설이 있다는 게, 이 책을 그냥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으로 만들어 준다고 느꼈어요.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가 재회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십 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시험하는 대목인데,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쌓인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문장을 다듬어 놓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대목 뒤에 붙은 해설에서도 두 사람이 각자 지켜온 신의를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지 짚어주는데, 그 덕분에 단순한 재회의 감동을 넘어서서 이 두 사람이 이십 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가 더 깊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원전의 정보량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문장 자체는 지금 우리가 읽는 소설처럼 매끄럽게 읽혀서, 고전이라는 부담감 없이 이야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