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딸기 시 포도 분이 시작됐어요 ㅣ 김상현 교수의 처음 만나는 수학 동화 1
김정진 그림, 서지원 글, 김상현 기획 / 글고래 / 2026년 8월
평점 :
: 글고래 도서출판에서 제공받은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6살 아이가 요즘 들어 숫자에 부쩍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50이상의 수도 읽기 시작하고, '이제 몇 시인지, 내가 몇 살이 되면 오빠느 몇살이 되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수에 한창 관심을 보이는 딸에게 수학동화를 읽혀도 좋겠다는 생각들이 들어서, 김상현 교수의 처음 만나는 수학동화 1 <딸기 시 포도 분이 시작됐어요>라는 수학 동화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 봤습니다.
김상현 교수의 처음 만나는 수학 동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글고래 출판사에서 나왔고 KAIST 부설 고등과학원의 김상현 교수가 기획을, 서지원 작가가 글을, 김정진 작가가 그림을 맡은 작품입니다. 숫자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긴 6세 아이부터 예비 초등학생, 초등 저학년까지 두루 읽히기 좋은 수학 동화로 알려져 있는데, 수학자가 직접 기획에 참여했다고 해서 처음엔 조금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제로 아이와 함께 읽어 보니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습니다.

주인공 수아는 숫자라면 질색하는 여자아이입니다. 방에 있는 숫자란 숫자는 죄다 과일 스티커로 가려 놓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숫자 같은 거 다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수아의 외침에 숫자들이 들어버리면서, 수아의 일상이 완전히 뒤집어집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해서 아이가 몰입하기 좋았습니다. 생일이 언젠지 늘 헷갈려하는 언제언제 여왕, 마음에 들지 않건 모조리 지워 버리는 지우개 경비원, 재료를 되는대로 넣어서 요리를 엉망으로 만드는 대충대충 요리사, 지휘봉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숲속을 시끄럽게 만드는 끼이익 지휘자까지, 이름만 들어도 그 캐릭터가 왜 등장했는지 짐작이 가실 거예요. 하나같이 숫자와 순서, 양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생기는 혼란을 몸으로 보여 주는 인물들입니다. 여기에 수아 곁을 지키는 든든한 반려견 구구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줍니다.

'수학동화'도서라고 해서 책 속에서 숫자나 수학 개념이 많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학 개념을 가르치려 든다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충대충 요리사가 재료를 마음대로 넣다가 저울이 흔들리는 장면에서는 수평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수아가 우유와 설탕을 컵에 담고 숫자를 세어 가며 정확한 양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숫자가 있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죠.
오케스트라 장면에서는 북과 피리, 트럼펫, 심벌즈가 제각각 소리를 내다가 수아의 지휘로 하나, 둘, 셋, 넷의 순서를 맞춰 나가는데, 아이가 이 장면을 유독 좋아해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하나, 둘, 셋, 넷을 흥얼거릴 정도였습니다. 숫자가 단순히 세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약속이라는 걸, 설명이 아니라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보여 주니 6살 아이 눈높이에서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음악과 수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 부분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책 뒷부분에 실린 수학 가디언 아빠가 보내는 특별 편지와 수학 가디언의 비밀 노트도 참 알찼습니다. 몇 개인지 알려 주는 숫자, 순서를 알려 주는 숫자, 이름표 역할을 하는 숫자, 딱 맞게 맞춰 주는 숫자로 나누어 숫자의 여러 역할을 정리해 준 페이지가 있는데, 본문을 다 읽고 나서 이 부분을 함께 보니 아이가 방금 읽은 이야기 속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연결 짓더라고요. 좋아하는 음식을 순서대로 적어 보거나 집 안에서 숫자를 찾아보는 활동도 함께 실려 있어서, 책을 덮은 뒤에도 이어서 할 거리가 생긴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