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박소영 감수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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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마 도서출판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진솔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

6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몸과 친구의 몸을 터치하는 일에 대한 반응을 고민할 때가 생기더라고요. 나와 친구의 몸에는 각자의 경계가 있다는 걸, 그리고 그 경계를 지키기 위해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걸 아이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던 중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추천했다는 그림책 한 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책은 독일 작가 다그마 가이슬러가 글과 그림을 모두 맡고 양혜영 님이 우리말로 옮긴 책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25년 동안이나 꾸준히 읽혀 온 스테디셀러라는 사실에 먼저 마음이 갔습니다. 오랜 시간 부모들의 선택을 받아 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의 주인공은 클라라라는 아이입니다. 할머니 품에 안기는 순간의 포근함, 아빠의 큰 손을 잡고 걸을 때의 든든함, 친구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져 볼 때의 즐거움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지요.


그런데 클라라에게도 그냥 아무와도 몸이 닿고 싶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요.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 기분이 드는 날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군가 나를 만지려 할 때 마음이 불편하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를 클라라의 하루를 따라가며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 줍니다.


우리 문화에서는 가족이면, 엄마 아빠라면 안아주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고 무심코 아이의 동의를 물어보지 않고 사랑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지더군요. 이 책이 말하려는 건 사람 사이의 애정을 막자는 게 아니라,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게 당연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대가 어린아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라는 거였고요. 부모인 저 역시 아이가 예뻐서, 혹은 반가운 마음에 아이 뜻은 묻지도 않고 볼을 꼬집거나 꽉 끌어안았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여섯 살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는 생각보다 아이가 이 이야기에 깊이 몰입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클라라가 "내 몸에 손대지 마! 싫어! 아니, 나는 너 만지기 싫어! 싫어!"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여 읽어보더라고요. 유독 큰 글씨로 말풍선으로 되어 있어서, 같은 어린이 입장에서 큰 소리로 외쳐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평소 부끄러움이 많아서 엄마 뒤로 숨어버릴 때가 많지만, 이제 학교도 가고 혼자 있을 시간이 늘어날 아이가 당당하게 자신의 기분을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클라라를 통해 '싫다고 말해도 괜찮은 상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깨달으면 좋겠어요.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자연스럽게 우리 집만의 약속도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안아주기 전에는 꼭 물어보기로, 그리고 아이가 싫다고 하면 서운해하지 않고 바로 멈추기로요.

"몸이 닿는 건 특별한 일이지만, 내 몸을 누가 언제 만져도 되는지는 오직 나만이 정할 수 있어."라는 문장이 와닿습니다. 내 몸뿐만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도 나오는데요. 누군가 보고 싶지 않은 영상을 억지로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도 거절해야 한다는 것, 그랬는데도 만약 네 말을 무시하고 놀린다면 망설이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아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뿐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걸 짚어주는 부분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그림이 따뜻하고 클라라의 표정이 다채로워서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책 소개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이 책을 추천했다는 점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는데, 유아 시기에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더라고요. 내용이 좋아서 초등학생인 첫째가 유아인 둘째에게 읽어달라고 권한 책이리고 합니다. 남매가 놀다보면 오빠, 동생이 스킨쉽할 때도 생기는데요. 이럴 때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기 위해 함께 이 책을 읽어보도록 권하였습니다.


신체 경계나 성교육이라고 하면 아직은 조심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무거움 없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장면들 속에서 아이가 자기 몸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줍니다. 다섯 살, 여섯 살 무렵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그리고 자기 표현이 조금 서툰 아이라면 한 번쯤 함께 펼쳐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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