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고전을 읽히고 싶은 이유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사람들에게 읽히고 대화나 글에서 배경처럼 깔려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 시카고 대학교가 별 볼 일 없던 학교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네 번째로 많이 배출한 명문대로 거듭난 배경에 시카고 플랜이라는 '위대한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은 바로 그 시카고 플랜의 도서 목록 중에서 역사와 사회 분야의 고전 열네 편을 추려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책입니다.
역사 고전 분야에서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사마천의 사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로마 제국 쇠망사 주제가 있고, 사회 고전 분야에서는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홉스의 리바이어던, 루소의 사회 계약론, 미국 독립 선언서, 소로의 시민 불복종, 밀의 자유론, 스미스의 국부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주제의 내용들이 실려있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구성 방식이었어요. 딱딱하게 요약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코스 요리처럼 순서를 짜 놓았거든요. 먼저 애피타이저에서는 그 고전을 쓴 저자가 직접 등장해서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배경을 들려줍니다. <로마 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이 등장하여 왜 그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말해줍니다.
맛보기 코너에서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와 기독교', '수도를 옮기다' 등의 주제로 <로마 제국 쇠망사>에 담긴 핵심 줄거리을 만화로 보여줍니다. 로마 제국 쇠망사처럼 천 년이 넘는 방대한 역사를 다룬 책도 몇 페이지 만화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정리해 놓아서, 아이가 부담 없이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마지막 디저트에서는 그 고전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회 분야,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1859년)' 끝에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내용을 정리해 줍니다. 초등 사회교과서 5학년 1학기 민주주의 단원과 관련된 내용이라 초5 아들과 더 자세하게 교과서 3단원 학습하면서 같이 꼼꼼하게 읽어 보았습니다.
먼저 역사나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그냥 외우기만 하고 진짜 이해는 하지 못하는 아이라면 이 책이 든든한 배경지식이 되어 줄 거예요. 교과와 사회 교과와 연결된 부분이 많아서 학교 수업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으로 두꺼운 고전 완역본은 아직 부담스럽지만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아이라면, 이 책으로 먼저 큰 그림을 그려보고 나중에 원전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하기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