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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 - 대멸종의 시대, 자연의 기억보관소가 들려주는 전시실 너머의 이야기
잭 애슈비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평점 :
: 김영사 도서출판에서 제공받은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네이처(Nature)>, <더 타임스(The Times>,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등 세계적인 권위의 매체들의 화제 도서라는 점때문에 읽게 된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The Natural History Museum Book)』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멸종의 시대에 자연의 기억보관소, '자연사박물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 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동물학 박물관의 조력자이자 세계적인 자연사 큐레이터입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사박물관의 보이는 전시와 보이지 않는 수장고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박물관과 표본을 다루면서 축적한 사례와 통찰을 바탕으로 박물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을 기록하는 기억보관소로 설명합니다.
저는 '동물 전시관에서 수컷, 암컷 중에서 어떤 성비가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본 적이 있는가?왜 수컷들을 많이 전시해놓은 것인가?'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이 책을 읽게 되더라고요. 동물 하나하나 살펴보기 바빠서, 자연사에 담긴 전체적인 의미와 여러 동물들을 바라보는 나의 의견은 따로 고려하지 않고 봤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동물, 곤충, 식물의 표본 하나하나가 과거의 기후와 생태, 오염 상태 등 다양한 데이터를 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애슈비는 전시된 몇 가지 화려한 표본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표본이 관람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으며 이들이야말로 미래 과학의 기반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핀으로 꽂힌 벌 표본에 남은 꽃가루로 과거 식생을 복원하는 연구 사례나 박제 깃털에 남은 먼지로 오염의 역사를 추적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표본 연구가 현대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동물들 멸종과 함께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원주민들까지 사라지는 과정을 읽으면서 자연사에는 인간들의 역사도 함께 차지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나그네비둘기 '마사'이 표본. 마지막 남은 개쳐였던 마사가 1914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나그네비둘기는 멸종했다.p.241"
멸종했다는 나그네 비둘기가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척추동물이었다니, 멸종된 동물들도 만날 수 있는 곳도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연사박물관에서 박제된 동물들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는데요. 그렇게 멸종된 동물들의 이야기와 그 원인이 인간들임을 알게 되니 미래의 생태계에 대해서도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는 동안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박물관 수장고의 잠들어 있는 데이터가 어떻게 현대의 문제 해결에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들이었습니다. 박물관 표본은 대멸종의 초기 징후를 포착하거나 병원체의 역사적 궤적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박물관을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보는 관점을 바꾸게 합니다.
"제아무리 멋진 공룡을 발견한들 과거의 부적절한 행위가 반복된다면, 발견의 가치보다 그런 행위로 인해 실추되는 과학계 전체의 명성이 훨씬 클 것이다. p. 374"
이 책에서는 박물관의 중요성과 문제점도 건드리고 있습니다. 수집의 역사와 그에 수반된 불평등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현대 박물관이 소유권과 공유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시 방법, 전시하고 있는 종들 위주로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집 과정과 공유 문제 등 다각적으로 자연사박물관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박물관을 둘러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전시된 표본 뒤에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축적된 과학적 증거와 그에 얽힌 인간의 역사, 정책의 문제들이 함께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깐요. '박물관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곳이 아니라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