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 스콜라 창작 그림책 59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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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초 제주 4.3 사건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아직도 그 사건에 대한 실감은 잘 느끼지 못합니다.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뭍에 산다는 이유로

한 줄짜리 글 정도로만 지나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였을까요?

제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tv 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았다는 그 슬픈 이야기를 들려줄

그림책이 한 권 있습니다.

 

무명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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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주년 평화와 인권 그림책


70년이 지나서야 이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볼 주제가 되었다는 것이 슬픕니다.

이 사건에 대한 명칭 등을 자세히 논의된 적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제주 4.3 사건이라고 칭해햐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무명천 할머니> 이야기는 이 한 줄로 시작됩니다.


4월이면 제주의 하늘은 붉게 타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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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키는 아영을 보고 어머니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아영은 집을 가리키며 음식 먹는 시늉을 했습니다.

"안 돼! 위험해!"

하지만 아영은 이미 텃밭을 가로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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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아영의 얼굴이 거대한 쇠몽둥이에 휠려 맞은 듯 뒤로 확 꺾였습니다.

와두두두, 곡식이 쏟아졌습니다.


 

 

아영이는 얼마나 배고팠으면, 그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뛰어나갔을까요?

제법 길게 서둘던 글이 가슴아프게 합니다. 책 내용은 생략해서 썼으니, 직접 이 책으로 만나보길 권해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대학 시절 레포트를 쓰며 들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6.25'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모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 때의 이야기를 담고 사시겟지요?


그런데 그런 사건을 제주도라는 작은 섬에서

피할 곳없는 그 곳에서

모든 제주도인들은 겪으며 살았습니다.

 

 

 

 

삼 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수많은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큰넓궤, 터진목, 함덕 해수욕장, 섯알오름, 만벵듸, 정뜨르 비행장, 성산 일출봉, 천지연 폭포....

끔찍하고 잔인한 학살은 끝이 없었습니다.



30000명 이라는 숫 자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우리가 제주 관광지라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주 가던 곳들도

그렇게 붉은 피로 물들었던

슬픈 제주땅임을 전혀 몰랐던 것이 더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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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섬에 비가 내리고 연기가 잦아들어 푸른 생명이 돋고 꽃이 핍니다.

그날들의 피와 불과 연기를 덮고

숱한 사람들의 비명과 울음을 감추고

제주는 아름다운 섬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어느새 아영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당시 할머니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가족들의 손에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으깨져 잃어버린 턱처럼, 할머니의 삶도 총탄에 으깨져 버렸습니다.

 


할머니는 아직도 현재도 과거를 안고 살아가십니다.

할머니의 삶이 어떠한지도 이 그림책은 풀어줍니다.

 

슬프고 다소 무거운 그림책이지만,

그저 역사를 담은 딱딱한 책이 아닌 그 슬픔의 무게를 고스란이 담고 있어

그 역사가 더 다가오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정란희 작가의 글도 정말 와닿았고,

양상용 화가의 그림이 더해져 더 깊이있게 다가온 그림책.

 

제 아이가 커서도 계속 읽고 싶은,

성인인 저도 계속 간직하고픈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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