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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갇히면 ㅣ 내 손을 잡아 줘요 2
김흥식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1월
평점 :
쇠창살 속에 무기력하게 있는 아이가 있다. 어린이 그림책에 감옥이라는 소재가 매칭이 안되었고, 표지도 충격적이라 무슨 내용인지 상당히 궁금했다. 알고보니 씨드북에서 나온 '내 손을 잡아 줘요' 시리즈로 학대와 무관심 속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김홍식 작가가 그려낸 책이었다.《무인도에서 보내요》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감옥에 갇히면》은 언어폭력의 감옥에 갇힌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가 그곳이 감옥인지도 모른채 쇠창살이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다. 색색의 창살은 매끈하기도 하고, 가시가 돋힌 것도 있고, 구불구불한 것도 있다. 창살에는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넌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굴 담아 그러니?' 같은 말들이 적혀있다.
언어폭력이라는 것이 아이를 비난하고 욕설을 사용한 말뿐 아니라 아이의 가능성을 어른의 잣대로 재단하고 한계를 그어버리는 말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녀를 위한다고 하면서 부모의 욕심과 불안 때문에 아이의 타고난 특성과 재능을 인정하지 못하고 날개를 꺾어 버리는 경우일 것이다.
아이가 만난 다른 아이의 쇠창살은 어두운 색깔에 뾰족한 모습이다. 이 아이는 더 아프고 날카로운 언어폭력에 노출된 것이라 느껴진다. 하지만 둘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손을 마주 잡음으로 힘을 얻게 된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고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눈다. 어른들에게서 받지 못한 공감이지만 서로 연대하며 살아간다.
'함께'할 때 그들을 가로막고 제한하던 쇠창살이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다고 여긴 폭력의 굴레지만, 다른 아이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생각하며 공존할 수 있게 되었다. 갇혀있다고 여겼던 서로 사이의 창살이 무너지고, 그곳은 알록달록 생기가 가득한 큰 하트표 놀이공간으로 변화된다.
책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어 있는 반면, 낮아진 창살 밖 어른들의 모습은 흑백으로, 눈도 공허하게 비어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도 그들만의 감옥에서 연약하고 힘든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기쁨을 얻는 '불쌍'한 존재임을 이제는 아이들은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아이의 정서를 인정하고, 그 마음을 열게 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내가 만든 감옥 안에 아이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더 예민하게 신경써야겠다. 사랑하는 마음을 왜곡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다정한 언어를 사용하여 안정된 마음으로 자유를 느끼며 자랄 수 있도록 말이다.
ㅡ씨드북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