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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바다가 좋아
정혜경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8월
평점 :
누군가 바다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가 나고 자란 지역의 특정 바다를 편애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린 시절가족 휴가 때는 엄마가 몸에 모래가 달라붙는 것을 싫어한 탓에 가까운 바다보다 계곡을 주로 다녔지만, 그 바다는 우리 가족의 여러 추억이 담긴 곳이다. 외국에 좋다는 바다를 다녀봐도 내 고향 바다가 제일이었다.
그 바다는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나의 모든 표정을 알고 있으며, 어느 정도 자라서는 숨기고 싶은 눈물도 소리없이 지켜봐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모래사장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가 와도 살아갈 힘을 채워주는 나에게는 특별한 바다이다.
<엄마는 바다가 좋아>에서도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핫핑크 수영복에 선캡을 쓰고 선글라스를 장착한 엄마는 해수욕을 위해 최상의 준비를 하고 온 모습이다. 튜브는 원래부터 엄마와 한 몸이었던 것 같이 그림책 내내 엄마와 함께 하고 있다. 바다에 온 것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엄마는 혼자서도 너무나 재미있게 해수욕을 즐긴다. 그에 반해 딸은 일상복을 입고, 모래사장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엄마! 엄마가 애야? 바다에만 오면 왜 이렇게 애처럼 굴어? 바다가 그렇게 좋아?" 라는 딸의 질문에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엄마는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모두 다 내 편 같았'던 시절 바닷가에서의 추억은 엄마가 되어서도 아이처럼 놀 수 있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줌을 떠올린다.
과거를 기억하는 장면에서 인물들은 모두 무채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바다, 하늘, 산 같은 배경은 컬러를 띤다. 주변 환경이 단색이었다가 기억의 마지막 부분에서 하늘은 더욱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된다. 이것은 어릴 적 엄마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바다가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의미일 것 같다. 심지어 비가 내릴 때 비에도 색깔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을 때 재미를 떨어뜨릴까봐 밝히지 않겠지만, 엄마가 바다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가 사람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엄마를 비롯한 기억 속 등장인물들은 이제는 그때의 모습이 아닐 것이고,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의 모습은 흑백사진처럼 더 아득하게 표현된 것 같다. 하지만 바다와 산, 하늘은 나이가 든 엄마 곁에서 큰 변화없이 함께 하고 있으니 색깔로 기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억을 회상하며 엄마가 딸의 질문에 대답을 했는지, 질문만 듣고 추억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가 가진 바다의 따뜻함을 딸도 마음에 품게 된 시간이었을 것 같다. 엄마와 해질 무렵까지 해수욕장에 머물다 집에 돌아가서 먹은 떡볶이에 대한 기억이 생겼을 테니까.
ㅡ한울림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