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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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광풍이 몰아쳤던 지난 몇 년, 이른바 ‘영끌’이라는 단어도 등장했고, 그렇게 영끌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집값은 끝이 없는 듯 폭등했다. 하지만 지금은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대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거품 낀 집값들이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이다.


“소송당할 각오로 밝혀낸 대한민국 부동산의 대기록!”이라고 띠지에 밝힌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도시문헌학자의 문헌 조사와 답사를 기반으로 한 책이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임장’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고, 평소 부동산에 대한 책을 즐겨 보지 않는 나도 이 책은 너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임장은 부동산을 사려고 할 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탐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거주할 집을 찾으며 세입자의 입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발품을 팔며 얻은 답사 정보라 더욱 가치있게 다가왔다.


살 곳이 ‘places to live’ 인지 ‘place to buy’인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겠지만, 투자나 거주 모두 일시적인 판단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변천사 같은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만큼 직접 경험한 일본 부동산 관련 스토리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에는 ‘해저드 맵 (Hazard map)’이 있어서 국가적으로 재난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고 있어, 지리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도 스스로가 살고 있는 지형을 알아보기 쉽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 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식료품 액세스 맵’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집 근처에 도보로 편의시설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자연재해에서 안전할 수 없는 곳이고, 인구가 줄어들어 근처에 식료품을 구매할 수 없는 지역도 늘고 있다니 이런 시스템이 있다면 거주지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값 떨어진다고 비난을 받을까봐 재난위험을 알고도 쉬쉬하는 분위기라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에서 이런 지도를 정부나 지자체가 올렸다가는 '집값 떨어진다'는 항의를 받기 십상이어서, 이렇게 자세한 재난 위험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중략).... 역시나 한국에서는 자연보다 사람이 더 무섭고, 구체적인 재난 정보는 알아서 챙겨야 하는 각자 도 생 사회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p.224)


책은 식민지 시기의 개발부터 대국토건설계획, 행정수도 이전 등 역사적 개발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에 대한 대안과 서울 거주 수요 흡수 방안, 재개발, 재건축에 대해 서술한 부분도 있어 서울뿐만 아니라 국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또한 저자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부동산과 지역 개발 또한 안보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알려준다.



부대의 부지(미군, 한국군 부대 모두)와 공장 부지였던 곳은 토양 오염의 우려가 있음도 짚어주며 거래 전에 토양 오염, 지반 등의 키워드를 함께 넣어 꼼꼼히 검색해보고, 반드시 주변환경까지 둘러보며 임장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개발 붐으로 인해 현대식 건물이 주를 이루게 되었지만 여전히 원도심만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인 느낌과 기능 또한 중요함도 인식시켜준다.


보통 학군, 교통, 편의시설 같은 것으로 살 곳을 결정하곤 했는데, 이 책은 국가 정책과 도시 개발, 역사적으로 좋은 부동산 지리적 위치에 대한 인문학자의 글을 통해 부동산의 미래가치와 거주지 선택의 기준과 인식을 바로 잡도록 도와주었다. 호재 뉴스에 휘둘리기 보다는 지리가 변하지 않는 이상, 과거와 현재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ㅡ포레스트북스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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