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 인생의 파도를 대하는 마흔의 유연한 시선
제인 수 지음, 임정아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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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맞던 해와 마흔이 되던 해는 확실히 달랐던 것 같다. 이제는 찐중년이라는 헛헛함과 동시에 몸 이곳저곳이 전과 같지 않음이 확실히 느껴졌다.

도쿄에 사는 작가 제인 수의 마흔의 이야기는 좀더 유연한 태도로 40대를 보내고자 하는 일상이 그려져있다. 작사가, 칼럼니스트, 라디오 진행자로서 활동하는 그녀도 불어가는 나잇살에 고민하고, 바보스럽지만 그만둘 수 없는 물품 구입을 하고, 혼자 남으신 아버지를 신경쓰고, 동거인과의 차이로 마찰을 겪기도 한다.

물론 비혼으로 라이브 공연장을 자주 다니고, 완전하게 자유로운 관계 속에 얽매이지 않는 홀가분함이 나와는 달랐지만 말이다.

"이유도 없이 비참함으로 불쾌할 때는,
어른이라도 깜짝 놀라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어른은 깜짝 놀라는 정도로는
상처받지 않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니
불쾌해지는 수밖에 없다.
어른이라도 아이의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가 안심시켜주거나 등을 두드려주기를
바라는 때가 있는 법이다." (p.202)

그렇다. 아이 둘을 낳고, 나도 남도 인정하는 아줌마가 되면 전투력이 저절로 장착되고, 세상 무서울 것이 없이 강해질 줄 알았는데 실상은 아니었다. 가격표가 기입되어 있지 않은 상점에서 가격을 묻는 것 조차 쭈뼛거리고 있어서 마트로 발길을 옮기고,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 눈치보느라 할 말을 못해서 그날밤 내내 끙끙 거리곤 한다. 이 나이의 어른이 되면 선택도 쉬워질 줄 알았는데, 항상 고민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남들 보기 예쁜 옷보다 내가 편안히 느끼는 옷을 입을 수 있고, 내 삶에서 적당하고 잘 맞는 것을 골라내는 안목도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오늘까지 무사히 살아왔으니'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어느정도 생겼다. 매일 새롭고 스펙타클한 무언가를 기대하기 보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생활에서 만족을 찾는 법도 배웠다.

이 책은 마흔의 삶을 살아내고 있거나, 앞으로 마흔을 앞둔 여성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우리 속에 남아있는 아이의 흔적을 잘 보듬으며, 틀려도 괜찮다고 자신을 설득해가면서 인생의 파도를 유연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여성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ㅡ라이프앤페이지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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