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박지희코너스톤제대로 완독을 마치게 된, 헤르만 헤세의 유년시절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는 남다른 묵직함이 있었다. 데미안과 싯다르타에서 본 성장기의 인물의 무언가와 유사한 느낌을 받으면서 한편으론 유달리 도드라지고 독보적인 결말때문에 앞의 두 작품과 다르기도 했다.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연약하고 소심한 자아의 표상이자 십대 또래들이 흔히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헤엄치는 이들의 대변인이랄까누가 한스 기벤라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아니 누가 그에게 잘못했다고 그렇게 하면 안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 말하기에 너무나 깊숙이 그의 감정에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게 동화되어서 그를 이해할 수 밖에 없고 측은히 여기고 끌어 안아주고 싶을 뿐이다.그는 우리가 성장할 때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보다 그 이상으로 겪었고 삶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는 영원히 우리의 친구로 마음 속에 깊이 남게 되었다.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은 후부터는 말이다. 비록 그의 성장기는 우리가 이제 머리가 희끗해지는 어른이자 청년을 지나 장년이 된 것과는 달리 바로 그 성장기 까지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영원히 우리가 눈감으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청소년 시절의 친구로 남을 수 있게 된 것일 수도 있다. 헤세는 그렇게 독자들에게 자기와 거의 판박이처럼 창조해낸 한스 기벤라트를 마음에 담아낼 수 있도록 선물해주었다. 그것이 세상으로 하여금 그의 작품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읽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흐름을 보자. 먼저 지방 소도시에 다시 나오기 어려울 법한 인물 한스 기벤라트는 나름 천재성과 공부에 대한 남다른 열정, 그리고 주변인들의 부러움과 기대를 한 몫에 받고 승승장구하여 주 시험에 합격 후 신학교에 이등으로 입학한다. 그 곳에서 한 명의 벗을 통해 자유를 갈망하고 자아를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학교중퇴와 귀향길이다. 좌절감에 빠져 있다가 여자를 만났고 난생 처음 느껴본 황홀감에 어쩔줄 모른다. 아버지 권유로 기술을 배우고자 새로운 길을 걸으려 첫 발을 내딛는다. 거기까지가 한스 기벤라트 성장의 큰 줄거리다. 세세한 것은 책으로 직접 체험해보면 좋겠고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은 작품 감상에 훼방만 될 뿐이다. 저자의 의도와 바램을 추측해본다면, 성장기에 인간에게는 바른 교육과 어른의 조언, 탈선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코칭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그의 마음 속 말을 꺼내어 하게 만들만큼의 넓은 이해심과 배려를 갖추어 그의 소통의 창구가 되어줄 사람이 누군가는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기의 인간에게는 그 누군가가 있어야만 제 2의 한스 기벤라트가 나오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 후에는 우리에게 한스 기벤라트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부여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