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에쿠니가오리/김난주 소담 출판사밀라노에서 앤티크 보석상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주인공인 아오이와 남자친구인 미국인 마빈과의 어떤 오점하나 없는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이 몇년간 이어져왔다. 마빈은 아오이가 볼때 흠없는 빠질데 하나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아오이는 완벽함에 기대어 조금은 루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따금씩 둘은 반듯한 일상선에 균열이 갈까 두려워 이벤트를 만들지 않으려 근근히 이어오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벤트가 너무 없어서 그럴까. 작은 돌 하나가 줄 파문의 여파는 작지 않다는 것이 문제. 그 문제의 편지(쥰세이의 아오이를 향한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조의 편지,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으며 다른 의도는 없었음)는 쥰세이로 부터인데, 아오이는 전 남자친구였던 그의 아이를 당시 예상치 못하게 가졌다가 지우게 되는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쥰세이와의 행복했던 기억은 뇌리에 선명이 남아있다. 그만큼 아오이에겐 쥰세이가 더 없이 특별한 존재였다는 것. 아오이 안에 내재된 그 진실이 마빈과의 관계를 피상적인 것 이상의 단계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즉 소울메이트의 단계로는 가지 못한 채 진짜 속내를 이야기할 수 없는 육체의 쾌락과 안락함만을 서로가 제공해주는 정도까지의 딱 그런 관계를 살게 된다. 마빈의 관점을 보면 언젠가 우리 관계는 마음에서도 점차 깊어질거야 하는 편인데 반해 아오이는 관계 발전에 생각을 더 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곤 한다. 나중에 편지 사건때에 마빈은 그랬다. 내가 바보인줄 아냐며.아오이에게 온 쥰세이의 편지로 두 사람의 관계에 레드라이트가 켜지고 점점 멀어진다. 이미 작가님은 스토리에 간간이 복선을 깔아두었다. 독자들은 당연히도 이를 예상하며 진도를 나갔기 때문에 언제 터져도 터질 잔잔한 물위의 파문을 숨죽인채 기다릴 뿐이었다.결국 과거 쥰세이와 했던 두오모에 가자는 약속이 기적과 같이 해묵었더라도 고이 숨겨왔던 둘의 인연을 복원해주며 아름다운 두 사람의 피날레를 장식해준다. 픽션이지만 현실 속에 있을법한 아오이의 심경변화를 잘 묘사해서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이 편은 Rosso 아오이 시점의 이야기이다. 나머지 반쪽은 Blu 편인 쥰세이 시점의 이야기가 이어진다.